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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Mar 19. 2021

"가만히 앉아서 돈 번 줄 아세요!"

수도권에 집을 사야 하는 숙명이란


"집주인과 상의해보셔야 할 것 같아서요"



 집의 상태에 관한 연락을 두 번 받았습니다. 첫 번째는 전세입자로부터 문자가 왔습니다. 전 집주인과 약속한 대로 발코니의 데크와 아이방의 침대를 들어내고 나니 발코니의 타일이 지저분하게 되어 있고, 아이방의 침대 밑은 장판이 도려내져 있는 상태라고 전해왔습니다.

 집이 이렇게 된 상황이고, 본인은 그냥 쓰면 되는데, 새 집주인인 제가 전 집주인과 상의를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죠. 어머니와 상의를 하고 부동산중개사무소 소장님께 전화를 했습니다. 소장님께서 전 주인과 이야기를 하고서 제가 추가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없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전세를 승계하는 조건으로 이루어진 계약이었기 때문에 전 집주인이 집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상태를 원상복구하고, 장판은 기능상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전세입자가 그대로 쓰는 것으로 된 것이지요.



"새로운 집주인 분께서
고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근무를 하고 있는데, 전 집주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휴게 공간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OO 아파트 판 사람인데요, 저희가 지금 짐을 다 옮기고 세입자분도 들어오셨어요. 근데, 저희가 발코니에 데크를 설치하기 전에 이쪽에 있는 문이 살짝 내려앉아 있었거든요. 여기 앞에 데크를 설치해서 문을 쓸 일이 없었는데, 데크를 철거하고 나니까 문을 안 고치면 사람이 다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저희가 이런 거 다 반영해서 집을 싸게 판 거니까, 새로운 집주인 분께서 고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이건 무슨 말인가 싶었지만, 제가 상의할 건은 아니다 싶었고, 어머니께서 저 없이 가계약을 하실 당시에 이에 관해 들은 이야기가 있으신가 싶어서 어머니께 넘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제가 지금 근무 중이라서 길게 통화는 못하고요, 문에 대한 이야기는 사전에 합의가 된 건지 확인이 필요할 것 같은데, 저희 어머니께 번호 남겨드릴 테니 어머니랑 상의해주세요."

 "아, 제가 이걸 또 길게 설명해야 돼요?"

 전 집주인의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났습니다. 그래도 이건 명확하게 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네, 부탁 드리겠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돈 번 줄 아세요!"



 퇴근을 하고 며칠 전에 본가로 돌아가신 어머니께 어떻게 되었나 전화를 드렸더니 어머니가 잔뜩 화가 나신 상태였습니다.

 "전화 했어?"

 "어, 집주인이랑 싸웠어. 자기가 문짝 고장내놓고, 집 싸게 사서 가만히 앉아서 돈 버신 건 줄 알라면서 큰 소리 쳐.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비싸게 팔았대."

 "엄마 가계약 할 당시에 문에 관해서 들었던 얘기 없어?"

 "없어!"

 "나는 혹시나 사전에 이야기된 게 있나 싶어서 엄마한테 넘겼지."

 "잘했어. 근데 없어. 엄마가 거리만 가까웠어도 쫓아갔을 텐데, 다행히 소장님이 차분히 얘기하면서 해결책을 찾겠다고 하셔서 그냥 넘어갔어."

 "엄마가 또 잔뜩 열 받았겠네."

 "짜증나 죽겠어. 그 문짝 수리해도 비용 15~20만 원 정도면 충분히 교체할 수 있어. 근데 잔금 치르고 나니 나 몰라라 하면서 가만히 앉아서 돈 버신 거라고 소리를 지르고는 전화를 탁 끊고 수신거부 하니까 짜증이 나겠어, 안 나겠어? 우리는 너 아파트 인테리어 싹 다 해서 월세 주고, 지금 너 사는 월셋집은 우리가 세입자인데도 쌔가 빠지게 청소하고 고쳐가면서 살고, 매수한 아파트는 주인이 잔금 치르고 나니 돌변해서 집 상태 나몰라라 하고, 엄마는 이럴 때 정말 짜증나."

 "착하게 살면 복 받는다 생각해야지 뭐... 우리도 똑같이 할 수는 없을 거 아냐. 해결책은 찾은 거야?"

 "응. 그 남편한테 전화해서 상황을 이야기 했더니 알아서 고쳐주겠다고 했대."

 "음, 지난 번에 잔금일 정할 때도 집주인 남편한테 전화해서 이야기하고는 무난하게 넘어갔던 거 같은데, 이번에도 그런 거 같네."

 "어. 소장님이 차분하신 분이라 중간에서 잘 설명해주신 것 같아. 다행이야."


 그래도 이 정도면 큰 일 없이 거래를 마쳤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책임 범위에 대한 것은 계약 시에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제가 신경을 쓰기 전에 모든 것을 챙겨주고 짚어주는 좋은 공인중개사를 만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침착하게 원칙대로 처리해주지 않으시는 분도 있을 것이고, 내가 직접 알고 대응하는 것이 아무래도 권리를 챙기기에 용이하다는 것을 인생을 살아갈수록 세상을 알아갈수록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며칠 뒤 법무소에서 소유권 이전이 완료되었다는 등기가 날아왔습니다. 그렇게 저는 제 소유의 집 두 채를 가진 다주택자가 되었습니다.




* 본 브런치북은 내용을 상당 부분 보충하여 동일한 이름의 도서로 출간되었습니다:)



커버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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