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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Mar 20. 2021

20대에 다주택자가 되었습니다

집을 사고 싶은데 망설여질 때


어쩌다 보니
20대에 다주택자가 되었습니다



 (정확하게는 2 주택자이지만) 20대에 다주택자가 될 거라곤 불과 몇 달 전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어렴풋이 '최대한 집을 빨리 사야지' 하고 시세를 알아보기도 하고, 부동산에 관한 영상이나 책도 찾아보곤 했지만, 이렇게 빨리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지금 제가 소유하고 있는 집들은 투자로서의 가치가 그리 높은 편도 아니고, 두 채를 합친 가격이 2억 5천만 원 수준인 데다가 갚아야 할 대출과 내줘야 할 보증금을 합치면 2억이 넘는 빚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집을 사본 것이 경험과 시작으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해야 한다고, 내 집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생각은 하지만 실천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세뇌하듯 집을 사야 한다고 말씀해주셨기 때문에 거의 15년 정도 되는 시간 동안 '집을 사야 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경제활동을 시작하고 나서는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하고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 수 없었습니다.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하다못해 어떤 검색어를 입력해야 할지도 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저만치 앞서 나가 있는 인생의 선배님들은 아무거나 읽어라, 나는 닥치는 대로 읽었다 등의 조언을 해주셨지만 저는 그런 분들의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칠 예정인지 이미 전문화되어 있는 설명을 알아듣기도 어렵고, 그러다 보니 흥미도 잃어가고, 흥미를 못 느끼다 보니 투자와 내 집 마련에 대한 미련은 커지는데 정작 실천하는 것은 없어 제 자신에게 실망감만 종종 느꼈습니다.



내 일이 되어보니 알겠더라고요



 그러다가 6500만 원짜리 지방 소형 아파트를 하나 사보니 그제야 내가 뭘 알아봐야 하는지, 이 용어는 무슨 뜻이고 내가 왜 신경을 써야 하는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는 내가 지금 당장 집을 살 금전적인 여유가 되지 않는데 미리 알아보면 뭐하나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아파트 구매가 눈 앞으로 성큼 다가오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집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해왔기 때문에 수 억, 수십 억이라는 숫자에 매여있었던 것이지, 현실을 알아보면 제 수준에서도 구매가 가능한 집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직장인이라는 신분에서 대출을 잘 활용하면 소형 아파트 정도는 살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걸 신경 쓰면 되는지, 사전에 무엇을 알아보고 사후에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공부의 실마리가 생긴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집을 구매하려고 보니 취득세에 대해 검색을 해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집을 사고 나니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신경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등기부등본을 받아도 이해할 수가 없으니 소유관계, 권리관계에 대한 것을 알아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면 그런 키워드를 가지고 검색을 했습니다. 거기에서 또 새로운 용어나 상황들이 등장합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검색을 해보면 기초적으로 알아야 하는 것들을 알 수 있고, 이다음에 유사한 상황이 생기면 어떤 것을 찾아봐야 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인천에 집을 사고 나니 인천의 집값 추이에 관심이 가고, 관련 기사가 보이면 귀찮아도 괜히 마음에 걸려서 클릭을 하게 됩니다. 투기과열지구에 집을 사고 다주택자가 되고 나니 관련 규제를 설명하는 콘텐츠들에도 시선이 갑니다. 내 상황에 꼭 알맞은 것들만 찾아보는 것도 아닙니다. 인천은 수도권이라는 큰 카테고리에 들어가기도 하고, 수도권에는 신도시도 생긴다고 하고, GTX가 지나기도 하니 여러 관련된 기사나 영상을 보게 됩니다. 서점에 가서는 눈에 띄는 것이 '수도권 아파트', '부동산' 등의 키워드를 제목으로 하는 책들입니다. 귀찮아하면서도 찝찝해서 괜히 또 들춰보다가 유익한 내용이다 싶으면 구매도 하게 됩니다.



시작이 반인 진짜 이유



 제가 지금 산 집이 앞으로 평생 살 집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시작인 것입니다. 저는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시작하기까지 그 마음을 먹고 의지를 가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얘기하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을 계기로 시작을 함으로써 생기는 지식과 지혜의 실마리가 전체 진행의 반을 아우를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는 뜻이 포함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을 소유하는 것을 한 번 시도해봄으로써 쌓이는 경험과 그로부터 생겨나는 부동산 관련 지식, 집을 바라보는 지혜가 분명 존재하고, 그것을 힌트 삼아 또 다음 집을 준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월셋집이나 전셋집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월셋집은 현금 흐름을 잡아먹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지금 더 즐겁게 살고, 더 많이 느끼고, 더 좋은 다음을 준비하는 경험을 제공해주는 곳이 되었습니다. 제가 '집은 경험재입니다'라는 글을 쓰게 된 것도 거기에 배경이 있습니다. 집을 구매하려고 하면 그 가격이 동네별로, 평형대별로 억 단위가 왔다 갔다 합니다. 그런데 월세에서는 백 단위 정도를 더 들이면 좋은 지역에 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넓은 집에 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체득할 수 있습니다. 내 집이 아닌 남의 집에 살면서 나에게 집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판단 기준을 세울 수도 있고, 하다 못해 '이런 집주인을 만나느니 서러워서 내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고요.



나만의 속도를 정하자



 지금 제가 산 집들이 어쩌면 저에게 시행착오에 해당하는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집을 사면서 놓쳤던 다른 투자의 기회가 떠오르거나 '이' 집을 사면서 '그' 집을 살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쉬울 때도 있습니다. 남의 떡이 훨씬 더 커 보이는 법이니까요. 원래는 막연하게 '강남과 가까운 수도권 어딘가에 7억 정도의 집에 살아야 할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면서 나날이 올라가는 집값에 걱정하고, '집값이 그래서 떨어진다는 거야 올라간다는 거야?'라는 의문을 화면 속 전문가들에게 내뱉으며 줏대 없이 흔들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감당 가능한 수준을 계산할 수도 있고, 외부환경이 바뀐다고 해도 거기에 맞는 저만의 속도를 설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집은 어디로 가면 되는지 현실적인 계획을 해볼 수 있고요. 일단 제가 거주할 수 있는 집 하나는 사놨다고 생각하니 조급함도 줄어들었습니다. 비싼 월세를 살면서도 불안하기보다는 '그래~ 내가 언제 또 이렇게 회사 가까운 곳에 살아보겠냐~'라는 안일한 생각도 들고요. 집을 구매하는 게 생각보다 심오한 게 아니라는 다소 거만한(?) 생각도 듭니다.



저의 목표는요~



 집을 많이 늘리는 것이 저의 목표는 아닙니다. 지금의 두 채는 구입의 목적이 뚜렷합니다. 월세를 준 한 채는 제가 자가로 들어가기 전에 월세를 살아야 하기 때문에 거기에 보태려고 산 것이었고, 다른 한 채는 몇 년 간 돈을 모아 보증금을 내주고 제가 들어가 살려고 전세를 끼고 구매한 것입니다. 세금 때문에 더 이상 집을 늘릴 수도 없고, 지금 두 채도 이따금씩 골치가 아픕니다. 물론, 여러 채를 갖고 있음으로써 증명되는 정도의 부는 탐이 납니다. 하지만 저에게 가장 우선인 목표는 충분한 시간적, 공간적 자유와 안정을 누릴 수 있는 좋은 집을 사서 거기에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공부하고 생각합니다.

* 본 브런치북은 내용을 상당 부분 보충하여 동일한 이름의 도서로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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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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