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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Mar 31. 2021

그냥 터놓아보는 또래의 집 이야기

2030 직장인의 내 집

 주로 20대나 30대를 이루는 제 또래들의 상황은 서로 비슷하면서도 참 다른 것 같습니다.



지방 출신 20대 이야기




 저는 지방에서 나고 자랐고, 학창 시절을 함께 했던 친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창 시절의 우리는 사람은 서울로 가야 한다는 선생님과 부모님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세뇌의 효과가 좋았던 것인지 지금은 다들 서울에 있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거나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모여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는 가끔 신세한탄이 흘러나옵니다.

 "서울에 집이 있는 게 금수저인 거 같아."

 "우리 엄마, 아빠가 하다 못해 수도권에라도 집을 샀어야 하는데."

 자아실현을 위한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왔지만 이게 맞는 것인지 의아해하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여러 의미에서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마다의 내 집



 고등학교 때부터 가장 친하게 지내온 친구들 세 명은 모두 서울에 집을 갖고 있습니다. 한 명은 강북 주요 지역의 빌라를, 한 명은 강남 주요 지역의 오피스텔을, 또 한 명은  다리만 건너면 강남인 강북의 아파트를 아버지, 동생과 공동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해 부모님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부모님의 이름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친구들은 부모님께 월세 개념으로 원리금을 지급하고 생애 첫 주택 구입을 후일로 미뤄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지요.

 친구와 친구의 부모님께서 아파트가 아닌 빌라와 오피스텔을 매수하는 결정을 한 것은 아파트가 비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거주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오피스텔과 빌라는 10-20평형으로 1억-2억 수준이면 구매가 가능합니다. 친구들이 구매한 오피스텔은 위치도 괜찮은 편입니다. 보통 여러 이유로 오피스텔과 빌라는 매수를 꺼리지만 매월 비싼 수준의 월세를 내는 것보다 본인의 집에서 안정적으로 살다가 삶의 형태가 바뀔 때 매도를 하고, 빠르게 매도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낮은 가격에 팔거나 임대라도 주면 된다는 계산이 있었을 것입니다.

 


월세 살이와 결혼 준비



 며칠 전에 다시 활성화된 카카오톡 메신저에서 대학 동기들도 연락이 닿았습니다. 공교롭게도 다들 직장생활을 하며 회사 근처에서 월세를 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월세가 참 아깝다, 전세를 구할까 생각 중인데 매물이 없다, 결혼은 할 수 있을까라는 대화가 오갔습니다. 아마 저와 상황이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편, 회사 동료들은 이제 결혼이라는 생애 중요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반려자와 같이 살 집을 구하러 임장을 다녀오는 동기와 이야기를 해보면 처음에는 집을 살 수 있을 거라는 꿈에 부풀어 있다가 현실을 직시하고는 어쩔 수 없이 전세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을 사기 전까지는 결혼을 못할 것 같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혼자 살 집을 구하는 것과 반려자와 살 집을 구하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함께이기에 주택 가격의 상한은 올라가지만 함께이기에 신경 쓸 항목도 많아집니다. 서로 체력도 다르고, 야근을 누가 더 많이 하는지, 2세 계획이 있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 등에 따라 집의 위치가 달라집니다. 아무래도 두 사람이 모두 사회생활을 하는 경우 각자의 근무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두 사람의 근무지가 서울의 남북 또는 동서로 떨어져 있는 경우 둘 중 한 명이라도 가까운 곳을 찾아 그 중간쯤 되는 어딘가에 전세를 살기도 합니다. 그러면 거주 가능한 주택의 값이 올라가고 전세자금대출 이자에 대한 부담도 올라갑니다.



같은 나라의 지역별
3억의 가치



 똑같은 매수 포지션이라도 지역에 따라서 감도가 다릅니다. 저보다 회사를 4년 정도 오래 다닌 선배님은 얼마 전 강남과 가까운 수도권에 집을 사셨습니다.

 "패닉 바잉이 내 얘기예요."

 라고 하신 선배님은 작년 말 양가 부모님의 도움과 선배님 부부의 저축 및 대출을 통한 영끌로 8억대의 아파트를 구매하셨습니다. 6개월이 안 되어 3억이 올랐습니다. 결혼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다른 동기는 GTX 수혜지역에서 약간 벗어난 서울에 전세를 끼고 3억대의 18평짜리 집을 구매했습니다. 한편 지방에서 근무하며 그곳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 정착한 동기는 30평형대 집을 대출 포함 3억의 자금으로 구매했다고 했습니다. 같은 3억인데 이렇게나 차이가 큰 것입니다.



청약과 임대주택



 물론 국가의 제도를 이용해보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주식에 관심이 많은 한 동기는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임대주택을 노려볼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기들을 찾아보면 공공 임대주택의 경우 시공사에 따라 집의 퀄리티가 크게 차이가 나서 걱정이라고요. 물론 회사와 가까운 지역일수록 경쟁률이 높은 문제도 있고, 해당 주택이 부부의 직장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청약을 노리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부양가족이나 재산 상황에 따른 가점도 턱없이 부족하고요.



내 집 마련을 안 해도 되는/미루는 사람



 그런가 하면, 집을 구하지 않아도 되거나 유예기간이 있는 또래 동료들도 있습니다. 지방 사업장에서 근무하시는 어떤 선배님은 배우자와 한께 사택에 거주하면서 돈을 아끼고 모으며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고 계십니다. 여전히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는 동료들도 많습니다. 월세를 내고 살긴 아까우니 1시간 30분 내외로 걸리는 통근시간을 감수하는 경우도 있고, 회사 가까이 살면서 굳이 독립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래의 부동산 이야기를 들어보며, 어떤 것이 좋다, 나쁘다, 부럽다,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보다는 그저 모두가 현재와 미래의 내 모습을 걱정하고 있으며, 내 집 마련에 대한 꿈이 있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좌절한 사람도 있고, 차선책을 찾은 사람도 있고, 후일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높은 가격의 집을 욕심내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분명 대안이 존재하는데 못 찾아내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모두가 저마다의 사정과 상황과 눈높이가 있는 법이니까요. 그때마다 고려해야 할 요건들도 다르고요. 다만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상황이라면 가까운 미래든 먼 미래든 거기에 맞게 준비를 해둬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예상했던 시나리오 또는 그 비슷한 것이 다가오는 것과 생각지도 못한 일이 닥치는 것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그다음을 준비해야 하는데, 내 주머니 사정을 넓히거나 결혼을 당기고 미루는 것, 눈높이를 낮추는 것 등 어떤 원칙과 전략을 취할지 생각을 해두면 충분한 준비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저마다의 방법을 찾아 안정과 행복을 느끼며 지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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