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비밀일기

<AI야, 그려줘>

by 땅꼼땅꼼


나노 바나나가 그려준 오늘의 이야기


작은 애의 사춘기가 시작됐다.

큰 애와는 또 다른 사춘기다.

큰 애의 사춘기는 길지 않았고, 심하지 않았다고 기억하는 건 이미 지난 일이기 때문이리라.

이제 작은 애의 사춘기도 잘 보내야 한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비밀일기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애들이 각각 초등학교 입학하는 날, 입학식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한 후 손을 잡고 문구점에 갔었다.


"이제부터 엄마랑 비밀일기를 시작할 거야.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거나, 친구들 사이에 문제 있는 것들,

엄마아빠나 언니와 말 못 할 이야기들을 여기에 적어보면

어떨까?"


그렇게 예쁜 표지의 일기장도 스스로 고르게 했다.

그때 내 제안을 받은 아이들의 두 눈은 말똥말똥 빛났다.

엄마와 자기만의 비밀이 생긴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었던 듯하다.


실은 나에게는 목적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대화를 많이 나누고, 비밀일기를 통해 공유된 내용이 있다면 사춘기 접어들어서 싸우고 화내고 해도 그 얘기를 풀어나갈 실마리가 비밀일기가 마련해 줄 거라 생각한 것이다.


그랬기에 계속해서 썼어야 하는데, 작은 애가 4학년이 되던 해 내가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슬금슬금 빠뜨리기 시작했다. 늦어지고 없는 엄마의 답신에, 작은 애도 흥미가 떨어졌을 것이다.

비밀일기는 점차 서로 간의 비밀대화가 아닌, 숙제로 변해갔다.


요즘처럼 사춘기를 겪을 때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려던 것이었는데 말이다.


조심스레 비밀일기 얘기를 꺼내자

"그래놓고 언니랑도 쓸 거잖아."

라고 한다.


"아니야, 이번엔 너랑만 쓰면서 비밀대화를 나눠볼 거야."


큰 애의 사춘기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큰 애와 작은 애의 사춘기는 아무래도 결이 다르다.

그래서 세심하고 올망졸망 대화를 나누기 좋아하는 작은 애에게는 비밀일기를, 큰 애는 저번처럼 대학로 공연을 함께 보러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줄 거다.

이쯤 자라면 나을 줄 알았는데, 몇 살이 되든 그 나잇대의 걱정은 생기기 마련인 듯하다. 그러니 울 엄마도 나 고생한다고, 밥 먹었느냐고 하시는 거겠지.

sticker sticker


다시 시작하는 작은 애와의 비밀일기.

진짜 진솔한 얘기가 오가길, 엄마가 너를 신경 쓰고 생각한다고 느끼길 바라본다.



#비밀일기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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