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아는 사람만 두로와>
설연휴 부모님을 모시고 가수 이찬원 콘서트를 보고 온 큰언니는, 다시 두 분을 바래다드리러 친정집에 갔다고 했다.
그리고는 어제, 언니가 사는 동네에서는 보기 힘든 눈을 본다며 사진과 영상을 찍어 보냈다.
나고 자란 친정은 여름에는 비가, 겨울에는 눈이 꽤 많이 내린다. 강원도 눈에 밀려서 그렇지 사실 만만치 않게 소복하게 많이 내린다.
그래서 어릴 적엔 겨울에 눈을 보는 게 당연한 풍경이었다.
얼마나 소복하게 내리는지 눈 오는 날이면, 동네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빈 비료포대 하나 달랑거리며 산으로, 산으로 몰려들었다.
수융~
바닥은 울퉁불퉁하면서도 매끈, 길은 꼬불꼬불, 종착지는 빈병이며 쓰레기가 쌓인, 눈이 올 때마다 만들어지는 골짜기는 잘 다듬어지지도 않았고, 가끔은 위험천만하기도 했음에도 우리는 그저 재미있었다. 저마다 호호 언 손을 불어가며 줄지어 눈썰매를 타던 때.
(지금은 그 산의 나무도 많이 베어졌고, 가본 지도 오래다)
눈 내리는 동영상을 보며 눈썰매 타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데, 이내 카톡으로 전송된 사진 몇 장.
공교롭게도 지금 눈 내린다던 그 장독대서 어릴 적 찍은 오 형제의 사진이다.
오빠만 빼고 자매들이 모두 한복 차림인 걸 보면 뭔 명절이었거나, 아님 평소 찍기 쉽지 않은 사진을 찍는다고 요란스레 일부러 챙겨 입었을 테다.
저 사진을 찍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자라면서 봐왔던 사진이라 익숙하다. 오빠가 안고 있는 당시 키우던 개마저.
부끄러운 듯 소심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작은 언니와 달리,
앞니가 여러 개 빠진 채 크게 웃고 있는 나는, 정말 해맑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리도 근심걱정 없이 크게 웃었던가.
어릴 적, 항상 엄마가 집에서 자매의 머리를 잘라주곤 했는데 어쩌면 저 날도 머리 단장하는 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각자 원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귀밑 3cm, 똑단발!
엄마가 커다란 보자기를 씌운 채 한 사람, 한 사람 순서대로.
형제들이, 친구들이 기억하는 나는 소심하고 조용한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보니 나는 참 해맑고, 장난끼가 많은 녀석이었던 것 같다.
설연휴 기간, 친정에 다녀오며
'아, 내 참을성은 24시간이 채 안되는구나.' 하며 한심해할 정도로, 엄마, 아빠께 짜증을 부리고 큰소리를 냈다.
머리가 커버린 나는, 노쇠하고 촌스러운 부모님이 답답했던 거겠지.
나에게 이런 추억을, 기억을 안겨주신 분들인데.
아직 그곳에 부모님이 계신다는 것에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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