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아는 사람만 두로와>
White Birthday.
작은 애의 생일날 아침, 창밖은 온통 새하얀 눈이 빠르게 꽤 많이 내리고 있다. 연휴 기간 중 이날 강릉에는 오전 80%, 오후 70% 확률로 눈예보가 되어있었는데 잘 맞았다.
어젯밤 친정에서 시댁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작은 애는 훌쩍거리며 눈물을 쏟았다. 다름 아닌 내가 애정표현을 잘 안 해주는 데다가, 그나마 작은 애의'사랑해요'라는 말에도 성의 없이 대꾸한다는 것이었다.
"엄마가 매일 사랑한다고 하잖아. 안아주기도 언니보다 훨씬 많이 안아주잖아!"
"그야 내가 엄마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더 많이 하니까 대답으로 하는 거잖아."
작은 애는 곧잘, 틈틈이 "안아줘, 엄마."라고 한다.
애교일 때가 대부분이지만, 내가 바쁠 때, 혹은 양치나 외출준비를 하라고 할 때 등 뭔가 귀찮은 일을 하기 전엔 으레 입버릇처럼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점점, 나는 작은 애가 그렇게 습관 내지 핑계를 댄다고 생각해 버린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바쁜 와중에 쓱 안아주고, '안아줬으니까 얼렁 양치해'라는 식으로 시키기 위해 대충 안아주는 게 작은 애에게 고스란히 전해졌을 터다.
애교 많고 정 많은 작은 애에게는 언제나 자신을 바라봐주고, 짧은 순간이라도 꼭 안아주길 바랐을 텐데 말이다.
습관이면 어떻고, 핑계면 또 어떠한가. 그런 기회로 한 번 더 안아주고 한 번 더 얼굴 보면 되는 걸. 애에게 애정을 갈구하게 만든 것 같아 이내 미안해졌다.
신혼 초, '사랑한다'는 말을 곧잘 꺼내는 신랑과 달리, 나는 '마음으로 알면 됐지.'라며 신랑의 말에 고개만 끄덕이곤 했다. 어느 날, 똑같은 상황에서 신랑이 화를 냈고, 그날은 꽤 크게 다퉜다.
"네가 말로 표현을 안 하는데, 내가 네 마음을 어떻게 아니?"
별 것도 아닌 것에 왜 짜증이지. 사랑 많이 받고, 표현을 잘하는 분위기의 집안에서 자란 것쯤으로 치부했다.
그런데, 내 속을 나도 모르는데 남의 속을 낸들 어찌 알겠는가. 게다가 한다 한들 하등 나쁘거나 손해 볼 게 없는 말인데 부부 사이에 말을 아끼는 것도 어리석어 보였다.
신혼 초 신랑과의 대판 싸움으로, 또 하나의 교훈을 얻고 신랑에게는 곧잘 말을 건넨다.
"신랑, 시랑해."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어느새 받을 줄만 알았지, 내가 진심 어린 말을 건네지 못한 듯하다. 특히 작은 애에게는 말이다.
작은 애...
14년 전, 오늘 나는 얼마나 놀라고 울면서 작은 애와 만났던가. 임신 내내 입원과 하혈을 반복하며 잃을 뻔했기에 더욱 소중한 만남이었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여느 부모들처럼 나 또한 작은 애에게, 특히 여러 번 위기를 넘었던 아이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했었다.
그런데 사랑한다고 말하는 아이를, 안아달라는 아이에게 맘껏 사랑을 주지 못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지.
초심으로 돌아가자.
처음 작은 애를 만났던 그때로.
그러니 생일을 맞은 오늘, 작은 애를 더더더 많이 많이 꼭꼭 안아줄 테다,
일어나자마자 이 글을 써두고 저장해 둔 사이, 저녁을 먹으며 <미운우리새끼>의 저 대목을 보게 됐다.
두 출연자의 테스트로 사랑해,라는 말이 어색해지지 않도록 부부, 부모와 사이에도 습관이 돼야 한다는 걸 다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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