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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나 먹먹한 호떡

내 인생 음식 <주전부리>편

by 땅꼼땅꼼


엄마의 폐암 수술 5년 차.

지난달 거의 하루를 들여 전신검사를 진행했었다.

그리고 결과 보는 날.


"수고하셨어요, 어머님. 검사 결과를 봤는데 새로 생긴 병변이나 전이된 흔적은 없었어요. 이제 집 근처 병원으로 옮기셔서 1년이 한번 건강검진받는다 생각하시고 검사받으세요."


그렇게 엄마의 폐암 수술 완치판정을 받았다.

당연히 그럴 거라 믿고 있었던 때문인지 막막 좋아서 날뛰진 않았다. 으레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간호사에 안내에 따라 진료비 수납을 하고, 협진병원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왔다.


무릎이 아파 다리가 불편한 엄마의 걸음은 느렸다.

11시 59분.

뛰어나가면 용산역으로 가는 셔틀을 탈 수 있었지만 무리해 봤자 가능하지 않을 걸 알았다. 병원에서 점심을 먹고 이동하는 편이 나았다.


"엄마, 그래도 시간이 애매한데 간단하게 분식 먹어도 돼요?"


기차를 타고 내려가 또 다른 병원에 들러 약을 받으셔야 했기에 다음 셔틀을 타도 기차시간이 빠듯했다.


"어, 좋지. 나 분식 좋아해."


그렇게 병원 내 식당 앞에 다다르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호떡과 어묵을 파는 가게다. 엄마와 내 것의 호떡을 주문하고 어묵도 각각 주문해 자리에 앉았다.


"엄마, 정말 애썼어요. 고생했네, 울 엄마."

"너희들이 고생했지, 매번."


분명 평범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한 말이었는데, 저 대화 뒤에 엄마도 나도 목이 메었다. 눈시울도 붉어지는 게 느껴져 애써 엄마의 시선을 피했다.


5년이라고 하지만, 그게 어디 짧은 시간인가.

날수로만 1,825일이다.


마음을 좀 추스르고 비로소 엄마의 얼굴을 봤다. 엄마 역시 많은 감정이 교차한 듯 눈가도 콧잔등도 붉어져 있었다.



"엄마, 우리 짠~해요, 축하할 일이니까."

"그래 하자, 짠!!"


엄마는 호떡이 든 컵을 들고, 나는 어묵을 들고 서로 짠 했다.

너무 단출하고 급하게 하는 축하지만, 엄마의 다음 병원을 위해서 이렇게라도 해야 했다.

덕분에 나는 앞으로 호떡이나 어묵을 보면 이 좋은 기분, 시큰했던 감정을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담배 한번 피워본 적 없는 엄마가 폐암에 걸린 걸 두고 아빠는 매번 "나 때문에 너네 엄마가 아픈가 보다"라고 자책하셨다.

그만큼 애연가였던 아빠는 폐의 1/3을 잃고 15여 년 전부터 말끔하게 담배를 끊으셨다. 그런 아빠 탓도 있겠지만, 젊을 적 넓디넓은 밭에서 재배하신 잎담배의 탓이 더 크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만.


이제는 너무도 굽어버린 허리와 다리로 엉거주춤 서시는 엄마. 조금더 건강하셨으면, 조금더 곁에 계셨으면.


이제 완치되셨으니 더 이상 아픔 없으시길 기도한다.

감사합니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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