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아는 사람만 두로와>
신발이 빨리 닳는 편이다. 걸음이 빨라서 그런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걸음이 빠르면 신발이 빨리 닳아?'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냥 넘겼다. 내 걸음이 빠른 것도 맞고, 신발이 빨리 닳는 것도 맞으니까 두 문장을 대충 묶어놔도 별 상관없겠다 싶었다.
바쁘지만 무기력한 날들이 많았다. 쉬고 싶었지만 멈췄다가는 걷잡을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일까 봐 멈추지 못했던 날들이 많았고, 실은 작가노트를 쓰고 있는 지금도 멈추는 건 상상도 하지 못한다. 뒤처지는 기분이 들어서 그런 게 맞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가끔은 내가 너무 바쁘게 사는 것 같다. 아니, 사람들이 너무 바쁘게 산다. 적어도 내가 살아온 세상에서는 전부 바쁜 사람들뿐이다.
천서린, <천 개의 파랑> 작가노트 중
<천 개의 파랑>
일주일 간 꽤 집중해서 단숨에 읽은 책이다.
그리고 오늘 아침 마지막 장을 덮으며, 책의 내용보다 작가노트에 맘이 쏟아져 내렸다.
생각해 보면 나는 매번 그랬다. 분명 책을 읽었는데 잘 기억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책을 다 쓰고 잔잔히 써 내려갔을 작가노트, 후기, 소감 등은 오랫동안 맘 속에 남았다.
예전 회사 자료를 찾느라 사보를 뒤적일 때도,
원하는 자료를 찾는 시간보다 함께 일했던 선배의 <편집후기>에 눈길이 가 결국 그것을 찾아 읽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내내 바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뭔가 시작할 때는 생각이 길고 느린 편이라 당장 저지르는 게 쉽지 않다. 대신 시작하고 나면 (그게 내 의지에 의한 일이라면) 어떻게든 이어가려고 애쓴다.
그 애쓰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가 가득 차는데, 하루를 마감하며 불 끄고 침대에 누워 생각하면 또 하루가 너무 텅 빈 것 같다.
어릴 적부터 가장 하고 싶었던 글쓰기가 없는 하루를 보낸 거다.
이 책을 덮으며 훅,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잘 쓴 소설을 읽은 것인지, 작가노트의 몇 줄이 내 맘을 흔든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제 긴 호흡의 글 쓰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 또한 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나는 또다시 긴~ 준비를 해야 할 테고, 한번 시작하면 출석도장 찍듯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질 테다.
그러는 동안에도 회사에서는 나에게 현재의 역할을 원할 것이고, 회사와 내 자아 사이에서 수없이 많은 질문과 갈등을 할 것 같다.
결국 핑계다, 할 수 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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