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 Eyebrow

<첫 단어>

by 땅꼼땅꼼


눈썹 미인이라 했다.

그 말을 꽤나 많이 들어서 따로 정리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괜찮은 눈썹이라 여겼다.


"어쩜 그렇게 눈썹이 가지런해요?"

"오늘 눈썹 이쁘게 잘 그려졌네."


얼굴을 마주한 채 어떤 얘기를 하다가 화제에 어긋남에도 불쑥, 지인들은 눈썹 얘기를 하기도 했다. 그런 반응에 나는 진짜, 정말로 눈썹이 이쁜 줄로만 알았다.




서른두 살, 결혼을 앞두고 웨딩촬영을 하는 날이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남이 해주는 메이크업이라는 걸 받았다.


"어머, 눈썹 정리 언제 한 거예요?"


'풀메'를 한 메이크업 샵 실장이라는 사람이 내 얼굴에 바짝 다가와 잔뜩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메이크업도 처음이었지만 그때까지 눈썹 정리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상대의 그런 반응에 나는 이유 없이 움추러들었다.


"아, 요즘 시간이 좀 없어가지고..."


왜 그런 거짓말이 튀어나왔을까.

샵 실장의 능수능란한 칼질이 시작되고 금세 눈썹은 정리되었다. 그렇게 하고 보니 그간 눈두덩이 위로 제멋대로 나있던 것들이 사라져 눈썹이 깔끔해 보였다.


아뿔싸...

그 모습을 보니... 어쩌면 그간 지인들이 한 말은 칭찬이나 감탄이 아니라, 눈썹 정리를 했으면 좋겠다는 은근한 돌려 말하기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지 출처 : Freepik>


아... 이래서 사람들이 눈썹 정리를 하는 거구나.




결혼을 한 후로는 신랑과 눈썹 문신을 하러 같이 다닌다.

꽤 진하고 숱이 적지 않다고 여겼던 신랑 눈썹도, 눈썹연필로 쓱쓱 테두리를 그리고 보니 슝슝 곳곳에 빈 곳이 보였다.



눈썹 문신을 하고 처음엔 서로 어색해서 웃고,

나중엔 스리랑부부 같은 느낌으로 웃겨서 웃었다.


쓰다 보니, 우리 이제 눈썹 문신하러 갈 때 됐는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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