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이들은

네 번째 시

by 이진민

2021. 2. 3.

칼릴 지브란 Kahlil Gibran, ‘아이들 Children'


[Children]


Your children are not your children....

They come through you but not from you,

And though they are with you, yet they belong not to you.

You may give them your love but not your thoughts.

For they have their own thoughts.

You may house their bodies but not souls,

For their souls dwell in the house of tomorrow,

which you cannot visit, not even in your dreams.

You may strive to be like them,

but seek not to make them like you.

For life goes not backward nor tarries with yesterday.


[당신의 아이들은]


당신의 아이들은 당신의 소유가 아닙니다...

그들은 당신을 거쳐 태어났지만 당신으로부터 온 것이 아닙니다.

당신과 함께 있지만 당신에게 속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는 있지만

생각을 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은 자기의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아이들에게 육체의 집을 줄 수는 있어도

영혼의 집을 줄 수는 없습니다.

그들의 영혼은 내일의 집에 살고 있고 당신은 그 집을

결코, 꿈속에서도 찾아가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아이들처럼 되려고 노력하는 건 좋지만

아이들을 당신처럼 만들려고 하지는 마십시오.

삶이란 뒷걸음쳐 가는 법이 없으며,

어제에 머물러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단어들이 아닌 데다 번역보다는 훨씬 글맛이 사는 것 같아 영어로 필사했는데 혹시 꼴보기 싫으신가요


칼릴 지브란의 'On Marriage(결혼에 대하여)'라는 시를 정서한 카드를 결혼 선물로 받은 적이 있어요. 그 시에도 온갖 지혜가 넘쳐났는데, 이 시에도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지혜가 가득하네요. 칼릴 지브란은 가히 아름다운 거리두기의 왕이라고 할 만합니다.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되 생각과 견해를 주입하지는 말라는 말, 그들의 영혼은 우리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미래에 집을 짓고 살 것이라는 말, 그대가 아이들과 같이 되려고 애쓰는 건 좋지만 아이들을 그대와 같이 만들려고 애쓰지는 말라는 말. 아이들은 나를 거쳐온 존재일 뿐 나에게서 나온 존재는 아니라는 것. 옆에서 삐약거리는, 미래에 거주할 영혼들을 보면서 그저 눈으로 몇 번이고 쓰다듬으며 새기고 싶은 말들입니다. 아름다운 거리두기가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 같아요.


제가 <나는 철학하는 엄마입니다>를 쓰면서 추구하려고 했던 내용들이 실은 이 시 안에 전부 들어있습니다. 제 책의 서두를 "자신에게 스스로 타인이 되는 방법이 있다면 그건 바로 부모가 되는 것이다"라는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말로 시작했던 이유이기도 하고요. 아이는 "나지만 나 자신은 아닌 존재(me, but not myself)"라고 하지요.


많은 부모들이 내 아이를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자신과 아이를 동일시합니다. 심한 경우 나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요.

2019년 크게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SKY 캐슬>에서 주인공 한서진의 가장 큰 삶의 동력은 자식의 성공(.... 이 대체 어떻게 정의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이었습니다. “남편이 아무리 잘 나가도, 네가 아무리 성공해도, 자식이 실패하면 그건 쪽박 인생이야.”라는 대사가 제게는 다양한 의미로 굉장히 놀라웠어요. 칼릴 지브란 씨가 그 앞에 서 있었다면 뭐라고 했을지, 거기에 대고 우리의 한서진 씨는 어떻게 대꾸했을지 궁금해집니다.


아마도 이런 대화


우리는 우리 삶을 아이들의 삶과 너무도 긴밀하게 엮으며 삽니다. 아이들은 물론 소중한 존재죠. 그들의 행복이 내 삶의 큰 행복이기도 합니다. 아니, 제 경우만 보더라도 아이들의 존재 자체가 분명 제 삶의 큰 행복이에요. 하지만 적절한 거리두기를 하지 않으면 그 행복은 대체로 그늘지게 됩니다.


그들은 그들의 노래를 부르게 하고 나는 나의 노래를 부르며 살아야죠.
불협화음으로 가더라도 종종 화음이 맞는 순간이 있다면 참 기쁠 거예요.
끝내 불협이더라도, 각자 노래를 부르며 살 수 있다면 각자의 생은 꽤 괜찮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그대들 각자는 고독하게 하라.

비록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저마다 외로운 기타 줄들처럼.


칼릴 지브란의 '결혼에 대하여'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반려인이든 애인이든 아이든, 세상 그 어떤 소중한 사람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일수록 꼭 한 몸처럼 곁에 두고 싶어 하죠. 그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소중한 사람이 계속 소중할 수 있으려면 끌어당기려고만 하지 말고 밀어낼 줄도 알아야 합니다. 따뜻한 물에 손을 담그고 있으면 익숙해져서 그 온기를 못 느끼는 게 우리 인간이니까요. 또 사랑이란 건 상대를 향해 나 자신을 잃는 방향이 아니라, 상대로 인해 나 자신이 더 아름답게 바로 설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하니까요. 손을 잡으려고만 하지 말고 적당히 손을 놓는 법을 안다면, 그 사이로 부는 바람이 더 아름다울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덧 1.


실은 이 시 뒤에 이어지는 내용이 더 있는데요. 아마 산문시집이라서 어디서 끊어야 할지 합의가 되지 않아 그런 듯합니다. 이어지는 부분에는 ‘부모들은 활이고 아이들은 그 활에서 살아있는 화살처럼 앞으로 나아간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이 활과 화살의 비유까지 있는 게 더 완벽하게 마감되는 느낌이라서 이 부분까지 덧붙여 둡니다.


You are the bows from which your children
As living arrows are sent forth.
The archer sees the mark upon the path of the infinite,
And He bends you with His might
That His arrows may go swift and far.
Let your bending in the archer's hand be for gladness;
For even as He loves the arrow that flies,
So He loves also the bow that is stable.


부모들은 아이들이 자체의 생명력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 주는 활시위 같은 존재. 결국 앞으로 힘차게 나아가는 건 아이들 자신인 거죠. 부모들은 손을 잡아끄는 존재가 아니라, 쏘고 난 활처럼 뒤에 머물러 있는 존재인 겁니다. 앞서 본 “They come through you but not from you”라는 문장은, 이 부분과 함께 읽으면 더 큰 울림으로 남습니다.


덧 2.


[결혼에 관하여]


Then Almitra spoke again and said, "And what of Marriage, master?" And he answered saying:

그러자 알미트라는 또다시 물었다.

"그러면 스승이여, 결혼이란 무엇입니까?"

그는 대답했다.


You were born together, and together you shall be forevermore.

You shall be together when the white wings of death scatter your days.

Ay, you shall be together even in the silent memory of God.

But let there be spaces in your togetherness,

And let the winds of the heavens dance between you.

그대들은 함께 태어났으며, 또 영원히 함께 있으리라.

죽음의 흰 날개가 그대들의 생애를 흩어 사라지게 할 때까지 함께 있으리라.

아, 그대들은 함께 있으리라.

산의 말 없는 기억 속에서까지도.

허나 그대들의 공존에는 거리를 두라.

천공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도록.


Love one another, but make not a bond of love:

Let it rather be a moving sea between the shores of your souls.

Fill each other’s cup but drink not from one cup.

Give one another of your bread but eat not from the same loaf.

Sing and dance together and be joyous, but let each one of you be alone,

Even as the strings of the lute are alone though they quiver with the same music.

서로 사랑하라.

허나 사랑에 속박되지는 말라.

차라리 그대들 영혼의 기슭 사이엔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으로 나누어 채울지언정, 하나의 잔으로 마시지는 말라.

빵을 쪼개어 먹을지언정, 똑같은 크기로 나누려 하지는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그대들 각자는 고독하게 하라.

비록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저마다 외로운 기타 줄들처럼.


Give your hearts, but not into each other’s keeping.

For only the hand of Life can contain your hearts.

And stand together yet not too near together:

For the pillars of the temple stand apart,

And the oak tree and the cypress grow not in each other’s shadow.

서로 가슴을 나누라, 허나 간직하지는 말라.

오직 삶의 손길만이 그대들 가슴을 붙잡을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허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서 있는 것을.

참나무와 사이프러스 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칼릴 지브란의 시 두 편이 기분 좋은 바람이 되어 소중한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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