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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민 Sep 20. 2022

새와 나

서른다섯 번째 시

2022. 8. 3.

하룬 아이야, ‘새와 나'

시집 <마음챙김의 시(류시화 엮음, 수오서재)> 중에서


[새와 나]


나는 언제나 궁금했다

세상 어느 곳으로도

날아갈 수 있으면서

새는 왜 항상

한곳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그러다가 문득 나 자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나는 언제나 궁금하다, 너는 왜 줄을 반듯하게 맞추지 못하는 것일까

 질문에 저도 답을 하나하나 헤아려 봅니다.

능력이 있으면서도 의지가 없어서,

혹은 그 능력을 실감하지 못해서,

여기 말고 다른 세상은 몰라서,

또는 용기가 없어서.


하지만 자유라는 것이 늘 사슬을 부수고 철창을 넘어 나아가는 것만도 아니죠.

태어나자마자 이런저런 조건과 현실 환경의 그물 안으로 던져지는 인간 존재에게, 무한한 자유라는 것은 허상에 가까우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누구와 어떤 사슬에 묶여있을지를 선택하는 것이 자유이기도 합니다.

새도, 나도, 그래서 이곳에 머물러 있는 것인지도요.

같은 필사 모임에 계신 은 ‘둥지에 아기 새가 있어서'라고 답을 하시더라고요. 바로 그런 것이죠.

 

어디든 날아갈 수 있지만 머물러 있는 것도 자유이자 용기라는 것.

각자 선택하신 사슬들이 마음에 드시나요 :)




+

같은 필사 모임에 있는 김혜령 님의 짤막한 단상이  예쁘고 울컥해서 허락을 받고 가져왔습니다.


날아가는 자유로움도, 머무르는 묵직함도, 날아보겠다는 결심도 모두 애틋하고 울컥해요.

어떤 선택도 용기가 필요하지 않은 게 있을까 싶어서요.


김혜령 님은 저와 같이 7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받으신 심리상담가이자 작가님이신데요. 직접 못했는데 어쩌다 감사한 인연으로 엮여서  나라에서 함께 시를 읽고 있어요. 마음전문가셔서 그런지 저는 그분의 단상에서 매일 많은 위로를 받고 깨달음을 얻습니다.  기회를 빌어서 감사와 사랑을 전해요. :)




이 시와 관련해서 떠오르는 글이 있어 붙여 둡니다. 제 첫 책에 썼던, 엄마의 자유에 관한 부분이에요.

<아이라는 숲> 덕분에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고 뻔뻔하게 소개해 봅니다.

그렇게 아기와 찰싹 붙어 있자니 "자유란 사슬을 끊는 것이 아니라 누구와 묶여 있을지를 선택하는 것"이라던 어느 영화의 대사가 생각났다. 졸며 채널을 마구 돌리다 그 부분만 뇌리에 남아, 어느 영화인지 기억도 못한다는 것이 아쉽다.


사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절대적인 자유를 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체로 주어진 틀 안에서 사고하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선택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인간 존재 자체가 무수히 많은 제약으로 묶인 존재다. 태어나자마자 기본적으로는 물과 태양과 공기에, 나아가서는 부모와 사회와 국가에 묶인 존재.


하이데거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땅 위에 정주하면서 비로소 이루어진다"고 했다. 특정한 시간과 공간 위에 놓이지 않고 시작하는 삶이란 없다. 때문에 어느 시간, 어느 공간에서, 누구의 아이로 태어나 삶을 시작하는가가 그 사람의 알맹이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 기본적인 사슬에 엮이지 않고 자신만의 자유를 바로 구가할 수는 없다. 일단 시대라는 공기, 사회라는 토양 속에서, 부모라는 햇빛을 받은 알맹이가 싹을 틔우고 자라야 나중에 잎을 펼치고 자신이 좋아하는 바람에 또다시 자유롭게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자유란 무조건 사슬을 끊는 것이 아니라 누구와 행복하게 묶여 있을지를 선택하는 것이라는 말은, 그래서 채널이 돌아가는 그 몇 초 사이에 졸린 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올 만큼 울림이 컸다.   


그렇다면 아가야, 이렇게 너와 묶여 있는 것이 내 자유인가 보다.

내가 처한 상황에서 너를 낳기로 선택하고 지켜온 , 이렇게 함께 묶여있는 . 그간 나는 불편하고 힘들었고 앞으로는  수고롭겠지만, 내가 누릴  귀한 자유구나. 너도  의지대로 발가락을 꼼지락거릴  있는 날이 오기까지, 너도 네가 가진 자유의 의미에 대해 사고할  있는 날이 오기까지, 우리 따뜻하게  묶여서 지내보자 아가야.


- <나는 철학하는 엄마입니다> pp. 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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