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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민 Mar 07. 2023

학부모 상담 시간

마흔한 번째 시

2023. 3. 2.

임미성, ‘학부모 상담 시간’

시집 <달려라, 택배 트럭! (문학동네, 2018)> 중에서


[학부모 상담 시간]


  우리 토끼는 오리랑 계속 같은 반이었거든요, 선생님. 입학하자마자 달리기를 했어요. 오리는 뒤뚱거린다고 혼나고, 우리 토끼는 매일 칭찬받았대요. 근데, 개구리 선생님은 우리 토끼한테 헤엄을 못 친다고 혼냈어요. 토끼랑 저는 눈이 빨개질 때까지 울었죠. 다람쥐 선생님은 나무 오르기를 시켰대요, 글쎄. 토끼는 짧은 앞발로 깡충대다가 미끄러지고, 오리는 연습을 많이 하다 물갈퀴가 찢어졌다지 뭐예요?

  4학년 거북이 선생님은 토끼에게 달리기를 시키고, 오리에겐 헤엄을 치랬대요. 오리가 달리는 토끼를 그려 학교 신문에 냈죠. 토끼는 헤엄치는 오리를 향해 두 귀를 맞부딪쳐 응원해 주었고요. 근데, 두꺼비 선생님은 진짜 이상 했어요. 매일 애들이랑 놀기만 했다니까요. 대신에 애기똥풀을 자세히 보고 오라고 하거나, 매미가 하는 말을 오래 들어 주라는 숙제를 내 주지 뭐예요?


  올빼미 선생님, 우리 토끼 이제, 어쩌지요?



포크는 노트에 있는 그림입니다.... 시 쓸 때마다 뭘 먹는 게 아닙니다. 흠흠.


생각나는 선생님들이 계신가요?

어떤 선생님의 방식이 가장 와닿으셨나요?


선생님들이 어쩜 이렇게 다르실까요.

그래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공통이겠지요?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토끼가 오리가 헤엄칠 때 두 귀를 응원봉처럼 맞부딪쳐 응원해 주었다는 게 너무나 귀여워요.

저는 무엇보다 토끼와 오리가 사이좋은 친구로 오래오래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어 ’학생신상카드’라는 것을 쓰느라 골머리를 앓는 분들 제법 계시죠? 어떻게 하면 선생님께 우리 아이를 더 잘 이해시켜 드릴 수 있을지 골몰하는 사랑의 마음, 아마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모두가 가지는 마음이 아닐까요.


이 시를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새 학년 새 학기마다 되풀이해 들여다보면 좋을 것 같은,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선생님 말씀을 이 시에 붙여보면 어떨까 합니다.


1. "어떤 선생님이야? 애들 분위기는 어때?"

: 이런 말은 내 아이를 '빨리 단정 짓는 아이'로 키울 수 있다고 합니다. 대신에 "첫날이라 좀 어색했지? 힘든 건 없었어? 엄마/아빠도 뭐든 처음은 쉽지 않더라." 이 정도의 말로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불안을 다독이면서 새 출발을 도와주는 것이 낫다고 하네요.


2. "작년같이 생각하면 안 돼. 올해부턴 어려워진다구."

: 아이들은 긴장하면 오히려 대응력이 떨어지고 현실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긴장시키는 말보다는 오히려 좋은 점을 얘기해 주는 편이 좋다고 합니다. "어려워졌어? 엄마/아빠 생각에는 네가 그 정도는 할 수 있게 컸으니까 이렇게 어려워진 걸 거야. 한 번 해 보자. 작년에도 비슷하게 처음에는 좀 어려워했던 것 같은데, 결국 그럭저럭 잘 해냈잖아." 이렇게 아이가 어려움을 이겨냈던 경험, 성공했던 경험을 상기시켜 주고 아이가 성장했음을 함께 기뻐해 주면 아이도 더 힘을 낼 수 있다고요.


3. 다른 아이를 보지 말고, 다른 부모의 말을 듣지 마세요.

: 심지어 내 아이도 볼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보아야 하는 것은 나 자신. 나는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지, 올해는 또 내가 부모로서 어떤 부분을 발전시키고 싶은지, 이 부분만 생각하라고 합니다. 아이를 발전시키려면 많은 것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결국 더 나은 부모가 더 나은 아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사실, 아이를 바꾸는 것보다 나 자신을 바꾸는 것이 훨씬 쉽고 중요한 일입니다.    


결국 현명한 올빼미 선생님은 친절한 금자씨의 얼굴로 이렇게 말씀하시지 않았을까요.


“너나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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