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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민 Aug 14. 2019

필라델피아 미술관을 소개합니다

아이들에게 자리를 내어 주고 손을 흔드는 말랑말랑한 미술관

이 글은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을 좋아하는 해외 리포터'들이 같이 만들어가는 매거진 <해외특파원이 발견한 제3의 공간>에 싣기 위해 작성한 글입니다. 많은 분들이 모여 협업하는 공간이고, 저는 일원으로 참여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 음악회라든가, 미술관이라든가, 이렇게 예술이라고 이름 붙은 곳을 어려워했습니다. 어른들이 감상하는 데 방해되지 않도록 숨도 조심조심 쉬어야 할 것 같은 답답하고 어려운 곳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 공간들을 좋아하게 되는 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 답답하긴 음악회가 더 하지만(왜 그렇게 기침이 격렬하게 하고 싶던지!), 그래도 음악회는 가만히 앉아서 듣다가 어른들 박수칠 때 따라서 박수만 잘 치고 오면 되는데요. 미술관은 그 수많은 작품들을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그냥 한 번씩 보기만 하면 되는 건지, 눈과 마음이 길을 잃기 일쑤였습니다. 좌석이 정해진 음악회와는 달리, 내가 돌아다니면서 주체적으로 만나야 하니까요.    


지금도 비슷한 이유로 미술관 하면 왠지 어른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어린아이들을 데려가기 어려운 공간이라고 지레짐작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지루해할까 봐서요.

그런데 아이들에게 미술관 관람이 딱히 지루하지만은 않다면 어떨까요.

아이들이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면서 지도를 따라 보물을 찾듯 즐겁게 돌아다닐 수 있다면?
알록달록 볼 것 많은 그 공간,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에 그만인 그 공간을 작고 말랑말랑한 뇌들이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요?


저는 미국 필라델피아에 5년 정도 살면서 필라델피아 미술관에 자주 드나들었는데요. 아기띠나 유모차에 든 찰떡같은 갓난아이들부터 학교에서 소규모로 단체 관람을 온 명랑한 아이들까지, 참 많은 아이들을 이 곳에서 만났습니다. 그만큼 아이들에 대한 소소하고 즐거운 배려가 인상적이었던 곳이었어요.  

헬로우뮤지움(성동구 금호동에 위치한 동네 미술관이자 어린이 미술관. 칭찬이 자자하다는 바로 그곳!)처럼 원래 아이들이 주인공인 곳, 즉 동네에서 편하게 드나들 수 있고 아이들이 제대로 환영 받는 곳도 너무나 소중하지만, 고전적이고 왠지 엄숙할 것 같은 공간에 무지개같이 말랑말랑한 틈을 주어 어른스러운 분위기에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는 시도도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보고 느꼈던 점을 소개해볼까 하는데요.
문제는 제가 그곳을 떠나온 지 벌써 3년째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 것입니다요. 허허.

(실은 머리가 나빠서 다녀온 다음 날 글을 썼어도 기억이 가물가물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언젠가 한 번은 꼭 이 공간과 그 안에 든 배려를 소재로 소개글을 써보고 싶었던 터라, 흐릿한 기억의 파편들을 누룽지 긁듯 박박 긁어 모아 여러분들께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우선, 위치와 주변 소개를 좀 해 볼까요.


필라델피아 미술관은 필라델피아 시청과 일자로 이어져 탁 트인 대로에 놓여있습니다. 컬렉션이 많아 미국에서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곳이고요. 스컬킬 강변에 있어 사계절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이라 미술관 정원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도 최고입니다. 금빛으로 빛나는 강물을 홀린 듯 바라보며 카약 타는 근육질 인간들을 보느라 눈알에 힘을 주던 기억이...(흠흠)


보시다시피 주변에 녹지가 많아서 아이들을 풀어놓기에도 그만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탁 트인 커다란 길을 걸어가게 되는데, 단풍이 예쁘게 드는 가을에는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뮤지엄 가는 길도 너무나 예쁘답니다. 미술관 주변에는 정원부터 황홀한 로댕 뮤지엄, 보석 같은 반스 파운데이션을 비롯해 프랭클린 인스티튜트와 자연사 박물관 등 너무나 멋진 뮤지엄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기도 합니다. 미술관과 시청을 잇는 큰길에는 큰 행사가 많이 열리는데, 독립기념일에는 사람들이 저 길을 빼곡하게 채우고 앉아 불꽃놀이를 구경하기도 하지요. 그만큼 상징성도 있고 필라델피아 시민들이 사랑하는 곳입니다.   


메인 빌딩은 꿀빛이 납니다. 그리스 신전을 연상케 하는 외관이 독특한데요. 특히 지붕 장식이 독특하고 아름답습니다. 저는 저 위에 올라앉은 그리핀이 그렇게 마음에 들더라고요.  

정문 쪽에서 바라보는 모습 
밤이 되면 기지개를 켜고 날아갈 것 같은 그리핀 

아래 사진에서 뮤지엄 계단을 보고 나도 모르게 머릿속 어딘가에서 "빠밤빰~"이 자동재생된다면 반갑게도 당신은 옛날 사람! 실베스터 스탤론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Rocky, 1976)>에서 매일 동 트는 아침 록키가 이 미술관 앞 계단을 오르내리며 운동을 했거든요. 그래서 미술관 앞 계단을 Rocky Steps라고 부릅니다. 미술관 앞 록키 동상에는 록키와 함께 만세를 부르거나 그의 거대한 다리통을 끌어안고 있는 시민들을 늘 목격할 수 있어요.

左) 달리 사진을 입은 Rocky Steps ⓒ THE RUSHMORE BEEKEEPER /右) 넘나 예쁜 언닌데 저 따위 스티커를 붙여 놓아 미안 


입장료를 소개해 드릴게요.


12세 이하의 어린이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어요.

어른의 경우, 입장권이 20달러인데 이 입장권을 끊으면 이틀 동안 아래의 모든 곳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답니다. 온라인 구매 시 2달러를 할인해 주고, 매달 첫 일요일과 매주 수요일 오후 5시 이후에는 내고 싶은 만큼 자유롭게 입장료를 내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Main Building (갤러리가 자그마치 200개. 워낙 커서 여기만 이틀 다니셔도...)
Perelman Building (사진, 패션, 가구, 모던 아트와 디자인은 이쪽에 모여 있습니다.)
Rodin Museum (로댕 뮤지엄. <생각하는 사람>과 <지옥의 문>을 볼 수 있는 소규모 미술관.)
Anne d’Harnoncourt Sculpture Garden (뮤지엄 뒤편의 조각 공원. 따로 입장료를 받지는 않습니다만 놓치기 쉬워요.)
Historic House Cedar Grove (당시의 부엌이나 가구 등이 보존된 18세기 석조 건물. 뮤지엄 일부는 아니지만 입장권을 사면 여기도 방문 가능.)

(이상 사진 출처는 https://www.philamuseum.org/)


제가 이 뮤지엄을 좋아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이같은 마음을 잃지 않는 미술관 사람들의 유연한 마인드가 가장 좋았습니다. 유머도 늘 빛나고요.

이를테면, 작품을 이렇게 전시하는 마인드. :-)
그림과 이어지도록 계단을 한 칸 더 만들고 액자 프레임을 문틀처럼 만들었지 뭡니까.

따라 올라갈 뻔

로댕을 둘러싼 삼각관계를 위트 있게 내비치기도 합니다. 부인인 로즈 뵈레를 모델로 만든 청동 흉상의 시선을, 로댕의 제자이자 연인이었던 까미유 끌로델을 모델로 조각한 작품 쪽으로 향하게 전시! 즉, 부인이 남편의 연인을 흘겨보고 있습니다. 한 켠에 왠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고뇌에 찬 모습으로 있어야 할 것 같지 않나요.  

지켜보고 있다

크리스마스 무렵에는 이렇게 동화 속 나라처럼 변하기도 하고요.

Photo from Philadelphia Museum of Art (이하 PMA) Twitter

이렇게 작품 안에 산타를 숨겨 놓기도 합니다. 와하하.

몹시 취향 저격 

조각공원에서는 정기적으로 요가도 하고요.

으라차차 (Wednesday night yoga, Photo from  PMA Twitter)

미술관 입구 앞 그랜드 홀에서 댄스파티를 하는 것도 모자라...

둠칫둠칫 (Art After 5 on Friday evenings, Photo from PMA Twitter)

심지어 갤러리 안에서 이렇게 운동도 합니다. 허허허.

작품을 색다르게 (혹은 힘들게...) 경험하는 방법 ⓒ art, talk, collective


이렇게 재미있고 유연한 마인드를 가진 미술관은 아이들에게 과연 어떤 배려를 하고 있을까요. 

아이들을 위한 이 곳의 배려를 소개하자면.


1. 우선, Art Splash라는 어린이 프로그램이 유명합니다.  


아트 카트(art cart)를 갤러리 안에 두어 아이들이 작품들을 보고 따라 그릴 수 있게 한다든가, 크래프트 테이블을 마련해 두기도 하고, 그때 그때 전시에 따라 다양한 주제로 스튜디오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보물 지도를 들고 모험하는 것처럼 디자인된, 어린이를 위한 갤러리 헌트(kid-friendly gallery hunt)도 있고요. 아이들이 지역의 아티스트들을 직접 만나 얘기도 나누고 함께 작품 만드는 기회도 꾸준히 만든다고 합니다. 여름방학 중에는 일주일에 6일(미술관이 닫는 월요일 제외)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는 배려도 잊지 않습니다.

왼쪽부터 웹사이트에 뜬 이벤트 공지, 스튜디오 프로그램, 아트 카트를 이용해 어린이가 그린 그림 (Photos from PMA)
늘 새롭게 바뀌는 아트 스플래시 부스들과 갤러리 헌트 안내 카드  ⓒ Laura Swartz


2. 아트 클래스도 많고요.


Art Splash가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상설 부스 같은 프로그램이라면, 아트 클래스는 소수의 인원이 수강료를 내고 특정 시간에 모여 참여하는 강의입니다.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많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많아요. 아이들을 위한 클래스의 경우 배변 훈련이 된 세 살 이상 아동이면 참여할 수 있는데, 늘 인기가 많아 정원이 빨리 찬다고 하네요. 보통 갤러리에서 한 두 작품 정도를 골라서 함께 감상한 후, 스튜디오로 돌아가서 이야기도 나누고 그 작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창조해 보는 식으로 구성된다고 합니다.

Art Classes 左) Photo from PMA / 右) ⓒ Ashley


3. 가족 대상 프로그램도 많아요.


일요일에는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일요 가족 투어(Sunday Family Tour)가 다정하게 기획되어 있는데요. 그보다 더욱 감동적인 건 매월 둘째 주 수요일 오전 11시에 짜여있는 유모차 투어(Stroller Tours)입니다. "찡얼대는 아가와 모유 수유하는 엄마들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너무나 다정합니다. 한 달에 한 번쯤은 울부짖는 아이를 데리고도 눈치 보지 않는 투어를 만들고 싶었다고 해요.


일요일 2시부터 4시까지는 가족 단위로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패밀리 워크샵이 있어서, 어른과 아이가 함께 근사한 작품을 만들어 집에 가져갈 수 있다고 합니다. 가장 최근에는 "Clay Date"라는 패밀리 워크샵이 진행되었네요. 플레이 데이트에서 따 온 클레이 데이트, 귀엽지 않나요.

左) PMA 웹사이트에 뜬 공지 / 右) 이번 패밀리 워크샵에 참고한 작품 (Memory Jug, 1900–30, made in South Carolina, US)


4. 갤러리와 교실을 잇는 시도들도 멋집니다.


입이 떡 벌어졌던 것은 미술관에 있는 작품들을 교육 일선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열심히 고민해서 가이드를 주고 있는 점이었습니다. 아래 링크를 한 번 눌러보시겠어요. (아래의 링크는 리스트를 모아놓은 것이고, 각각의 제목별로 다시 한번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더 자세한 설명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philamuseum.org/teacherresources

'퀼트 작품을 통해 도형과 패턴 및 디자인을 공부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작품을 설명해 보면서 어휘를 풍부하게 하고 단어를 명확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연습하고, 추상 미술을 보면서 시를 생각하고, 작품들을 보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상상해 보고 크리티컬한 질문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물론 옛 그림들을 통해 당시의 물건들, 삶의 모습, 시대상을 보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어요-,' 이렇게 미술관이 교실을 향해 다정하게 말을 걸면서 친절하게 손을 내밀고 있다는 점. 꼭 이대로 따라 해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한 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선생님과 학생들이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유치원부터 각 학년별로 미술관 견학은 어떻게 계획하면 좋은지, 당일 플랜뿐 아니라 사전과 사후에 교실에서 하면 좋을 활동까지 친절히 함께 고민해 주고, 홈스쿨 프로그램과 선생님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까지 정성스럽게 마련해 둔 미술관. 정말 친절하지 않나요. 선생님들이 특별한 주제나 문제의식을 가지고 직접 담당자에게 맞춤형 워크샵을 만들어 달라고 신청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미술관 견학 후, 미술관 엽서들을 가지고 교실에서 아이들과 어떻게 놀면 재밌을지 알려주는 중. 감탄. 저도 놀고 싶어요. 

5. 갤러리 중간중간에도 아이들을 위한 틈을 내어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체스 전시가 있는 전시관 밖에는 잠시 게임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주기도 하고요.

좌로부터 유리 부스 안에 전시된 예술품, 한 게임 하고 가라고 마련된 테이블과 거기에서 체스를 두는 아이들 

아이들이 미술관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을 포스트잇에 그려서 붙이고 갈 수 있는 아기자기한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고, 뮤지엄샵에는 아이들을 위한 소품과 책들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고흐 특별전 당시, 갤러리에서 봤던 작품들이 손가락 인형이 되어 있어서 지갑 열릴 뻔 
어린이들을 위한 작가별 그림책 시리즈가 얼마나 탐나던지요 

6. 마지막으로 제가 특별히 소개하고 싶었던 패밀리 가이드를 보시겠어요.


로비에 비치되어 있는데, 관심이 가는 걸로 하나 집어 들면 됩니다. 왼쪽부터 각각 '무기와 갑옷', '패턴과 문양', '예술로 하는 세계 일주'라는 테마로 구성된, 아이들을 위한 안내서입니다.

패밀리도 없을 당시 당당하게 집어 온 패밀리 가이드 

'무기와 갑옷'의 경우를 몇 페이지만 살펴볼까요.  

일단 어느 갤러리로 찾아가면 되는지 알려주고요.
기사는 뭐하는 사람이었는지 알려주고 나서, 갑옷은 어느 인체 부위를 보호하는지, 머리어깨무릎발무릎발 시간을 잠시 가집니다. 
어떤 게 무거워 보이는지, 어떤 게 쓰고 벗기 편할지, 다양한 각도에서 재료와 디자인을 생각해 보도록 돕고 있네요. 
누구를 나의 수호신으로 삼고 싶은지, 내가 보호하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지, 그리고 방패 디자인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중세 기사들의 토너먼트가 담긴 작품을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 보거나 그림을 그려보도록 유도하는 중. 

재밌지 않나요?

(혹시 저만 재밌나요...)


'패턴과 문양'을 다룬 가이드의 경우, 우선 이슬람이란 어떤 문화권이며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고, 전시실에 걸린 카펫 무늬 안에 어떤 도형들이 들어있는지 꼽아보고,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대칭과 수열에 관련 게임을 제공한 뒤, 각자 자기의 카펫을 디자인해 보는 식의 구성입니다.


'예술로 하는 세계 일주'의 경우도 다채롭고 재미있는 구성이에요. 
일본의 다실(일본의 다실과 정원이 포함된 집 한 채가 미술관 안에 통째로 들어있습니다. 기증받았답니다.) 문화를 알려주고 친구나 가족을 초대해 일본식의 조용한 티파티를 집에서 열어 보라고 한다든가, 프랑스의 살롱(미술관 안에 방이 몇 개씩 통째로 들어있습니다.)과 연결 지어 파티 초대장을 만들어 본다든가, 이런 식입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말풍선 채우기 

친절한 어른이 손을 잡고 "이 공간에서는 이렇게 즐기면 좋아-" 하고 속삭여 주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뭐 꼭 따라 할 필요는 없겠죠. 그 안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든 그건 자유니까요. 하지만 왠지 위압감을 줄 수도 있는 이런 공간에서는, 아이들이 미술품을 어떻게 만나면 좋을지 그 첫걸음을 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익숙해 지기 전까지, 즉 자신감있게 스스로 탐험을 시작하기 전까지, 재미있게 끌어주는 '지도'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어린이에 빙의하여 저 가이드를 채우면서 다니면 참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 어른이었습니다. :-)



어떠셨나요.
우리나라에도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같은 이름을 단 기관들 중에 아이들을 위해 고민하고, 다정하게 자리를 만들어 주는 곳들이 많아져서 참 기쁜데요. 국립중앙박물관에도 '전시'라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하게 하는 <어린이 박물관>이 따로 생겼다지요.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도록 공간을 분리하는 것도 좋지만, 같은 공간에서 아이와 어른이 서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도 참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박물관, 미술관에 저런 패밀리 가이드 하나쯤 소소하게 만들어지면 참 좋겠어요. 그만큼 아이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겠다는 뜻이고 우리의 조그만 시민들을 환영한다는 뜻일 테니까요. 그런 작은 욕심으로, 쓰나미 같은 옛 사진들 속에서 허우적 대며 정보를 취합해서 만들어 본 글입니다. 즐겁게 읽어 주신 뒤, 모두의 마음 속에 우리 아이들을 향한 다정함과 친절함이 한 방울 더 샘솟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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