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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민 Dec 12. 2023

그곳 (+ 재쇄 소식)

마흔여덟 번째 시

2023. 9. 5.

오은, '그곳'

시집 <없음의 대명사(문학과지성 시인선 시인선 585)> 중에서


[그곳]


거울이 말한다.

보이는 것을 다 믿지는 마라.


형광등이 말한다.

말귀가 어두울수록 글눈이 밝은 법이다.


두루마리 화장지가 말한다.

술술 풀릴 때를 조심하라.


수도꼭지가 말한다.

물 쓰듯 쓰다가 물 건너간다.


치약이 말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변기가 말한다.

끝났다고 생각한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라.





정말이지 세상 만물에 도가 깃들어 있네요.


저도 제 주변의 말들을 들어봅니다.


키보드가 말한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에어팟 프로가 말한다.

귀를 막음으로써 더 크게 들을 수 있다.


볼펜이 말한다.

똥으로도 글을 쓸 수 있다.



   <동굴 밖으로 나온 필로와 소피>가 재쇄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정말 감사하고 기쁜 소식이네요. 크리스마스나 새해 선물로 이 예쁜 동화책 어떠세요. 사랑과 정성을 가득 담은 유기농(?) 책입니다.

독일 산지 직송...은 아니고요

   아래는 제가 인스타그램에서 했던 독자 이벤트입니다. 어린이들이 책 속 13명의 철학자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를 뽑으면, 제가 그 철학자 이름으로 어린이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포스팅으로 제작해 띄워보내는 이벤트였어요. 지금은 대한민국 춘천의 연호 어린이에게 플라톤 할아버지가, 미국 녹스빌의 유나 어린이에게 마르크스 아저씨가 보낸 크리스마스 선물이 바다를 건너고 있는 중입니다. 


  어린이들의 놀라운 편지와 철학자들의 (...후진...) 답장은 나중에 따로 글 한 편을 만들어 올릴 생각입니다. 맛보기로 조금만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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