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언니네 미술관>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됩니다
다섯 번째 책으로 생각했던 원고였는데 여섯 번째가 되었습니다. 지난달에 출간된 <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가 시리즈로 기획된 책이라, 단독으로 자유롭게 일정을 정하기 어렵다 보니 중간에 끼어들었거든요.
세상의 딸들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미술관, 그래서 세상의 인간들에게 조금이라도 행복을 주는 미술관을 지어보고 싶습니다, 라고 썼던 2년 전 글을 다시 읽어보았어요. (그때도 시월이었네요!) 과연 그런 글을 썼는지 잘 모르겠군요. 출간 전에는 늘 이런 책을 세상에 내놔도 되는지 걱정이 생기는 편이라서요.
그래도 지금의 제가 쓸 수 있는 말들을 부지런히 담았습니다. 원고를 쓰면서 많은 작품들 앞에 서서 저 자신도 많이 위로받았고요. 이번에 넣은 이미지 중에서 가장 아끼는 것은 아래의 사진입니다. 나중에 이게 어떤 사진인지 책에서 확인해 보세요 :)
글을 거둬들이면서 처음의 단어 목록에서 결국 어떤 단어들을 책에 담았나 확인해 보았습니다. 이번 책은 함께 살펴보고 싶은 단어들을 여러 개 늘어놓고 거기서 쓰고 싶은 것들을 골라서 쓴 책이거든요. 세어보니 챕터는 아홉 개지만 책 안에 중요하게 들어간 단어는 열여섯이네요. ( 단어 목록 누르시면 목록 확인할 수 있는데, 사용한 단어들은 빨갛게 표시해 두었어요.)
우리 일상에서 너무 대놓고 여성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 단어들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단어를 고르더라도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쓰다 보니 글이 슬쩍 기울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다만 이런 주제를 처음 접하는 분들을 상정하고 썼습니다. 누구에게는 글이 너무 순한 맛이고, 누구에게는 너무 매운맛이겠지요. 그래도 맛있기를, 소화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세상의 딸들'은 육아의 대상이 아니라 그냥 포괄적 의미로서의 '동료 여성'으로 생각하고 쓴 것인데요. 어쩌다 보니 육아서로 분류되는 책을 두 권이나 냈기에, 세상의 딸들이라니 또 육아서인가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 "언니네 미술관"이라는 제목을 제안했고 출판사에서 받아주셨어요. (<나는 철학하는 엄마입니다>와 <아이라는 숲>을 저는 철학·인문학 서적이라고 생각하고 썼지만 육아, 가정 살림 분야에 속하더라고요. 도서분류법이 원래 허점이 있는 거라고 하지만, 저를 자꾸 오은영 선생님 비슷하게 보시는 독자님들이 계셔서 '육아서 저자'라는 타이틀이 약간 부담스러웠습니다... 저기요... 저도 어떻게 키워야 할지 잘 모른다고요... ಠ‸ಠ )
정말 오랜만에 제가 지은 제목으로 책을 냅니다. 출판사에서 부제는 '다정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그림과 인생 이야기'라고 붙여 주셨어요. 편집자님께서 "작가님의 트레이드 마크인 것 같아서 '다정한 철학자'는 부제에 꼭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씀해 주셔서 '아아 어쩌지 또 다정하게 살아야겠네...' 하고 곤란해 하는 중입니다. (지금 다정이 문제가 아니라 철학자가 문제라고 이 사람아)
<언니네 미술관>은 동료 여성들, 특히 뒤에 오는 여성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들을 담은 책입니다. 함께 살피고 싶은 단어들을 골라 그림을 같이 보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식이에요. 제 전작인 <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의 자매 같은 책인데, 주제가 철학에서 여성으로 바뀐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아끼는 그림과 작품들을 많이 넣었고, 그래도 제목이 '다정한 철학자'에서 '언니'가 된 만큼 조금 더 편안하고 솔직하게, 그리고 유쾌하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책은 지금 저자로서는 원고를 마지막으로 훑어보며 저자의 말을 쓰는 단계, 디자이너님께 표지 디자인을 부탁드리는 단계에 와 있어요. 출간 예정일은 10월 25일 부근이 될 것 같습니다.
<다정한 철학자의 미술관 이용법> 때처럼 표지에 그림이 들어가는 디자인이라면, 아래 그림들 중에서 어울리는 그림으로 디자인해 주실 수 있는지 여쭤보려고 이번에는 제가 그림들을 몇 개 골라 드렸습니다. 이 그림들이 표지에 사용될 것인지, 어떤 표지가 나올지, 저도 궁금합니다. 그림들 보시면서 함께 기대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