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구름이 쏟아지는 산

왜 등산을 하는 걸까?

by 찐미니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나미비아 비자 발급이 까다롭다고 하던데.. 저희 비자 먼저 발급받으러 갈까요?”

“그러죠!”



남아공 도착 다음 날, 앞으로의 여정을 함께 할 태희오빠를 만나자마자 비자를 받기 위해 나미비아 대사관으로 향했다. “미리미리 비자 발급받아서 요기 3일 동안 구경하면 딱 좋을 것 같아요! 잉, 근데 저게 뭐지?” 대사관 문 앞에 붙어있는 흰 종이에는「국경일」이라고 적혀있었다.



“엥? 무슨 오자마자 국경일이냐. 우리 타이밍 참. 허허.” 그리고 그다음 날엔 대사관 직원이 “여행 계획서 3장으로 복사해 와.”해서 해갔더니 짜증 섞인 표정으로 “오늘은 업무 끝났어. 내일 와.”라며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대사관 오픈 시간에 딱 맞춰서 갔는데도 말이다. 결국 3일로 계획했던 남아공 여행은 비자 발급이 늦춰지며 2주로 길어졌고, 숨 가쁘게 목적지를 찍고 다니기보다는 현지인처럼 일상적인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불친절했던 나미비아 대사관 직원과 달리 남아공 물가는 참 친절하다. 우리나라에선 살짝 사치스러워 보이는 소고기와 와인, 과일을 장바구니에 담아도 만원도 하지 않으니까- 장보는 일이 매일 행복해. 낡은 2층 침대 위에 누워 빈둥거리는 것도 좋고. 창밖에 보이는 새파란 하늘도, 이름 그대로 반듯하게 생긴 테이블마운틴도 좋다. 저기 저 산은 익숙해지지가 않는 게 매일 꼭대기에서 구름이 드라이아이스처럼 흘러내린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날에도 산 정상에서만 구름이 흘러내리다니, 이상해라.



“애들아 테이블마운틴 등산 갈래?” 태희오빠의 제안에 우리는 흔쾌히 응했다. “좋죠! 일몰이랑 야경이 좋다는데 4시쯤 출발해요!” 도미토리에서 빈둥거리던 옷차림 그대로 머리만 질끈 묶고 운동화를 신었다. “테이블마운틴 입구까지 꽤 걸린다던데 택시 탈까, 걸어갈까?”



“돈 아껴야 하니까 걸어가요!”



우리가 돈이 없지 체력이 없냐! 했지만 정말 체력이 없다. 등산로 입구까지는 달동네 뺨치는 오르막길의 연속이었고, 본격적인 등산을 시작하기도 전에 진이 다 빠져버렸다. 내 튼튼한 두 다리를 믿었지만 체력이 저질이다. “헥헥….” 이노무 가파른 돌계단은 올라도 올라도 끝이 보이질 않는다. 등산은 왜 하는 걸까? 힘들어 죽겠다. 야경이고 뭐고, 침대에서 누워있고 싶어. 행여 넘어지기라도 할까, 눈앞의 돌만 밟고 올라가기를 몇 십분,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아, 등산 왜 하는 건지 알겠다. 컴퓨터 바탕화면 사진 같아. 아니, 이건 살아 움직이잖아! 조금씩 붉은빛이 감돌기 시작하는 파란 하늘과 바다, 찐한 초록빛 자연과 구름 모자를 쓴 산봉우리. 눈 속에 담긴 모습은 여름의 절정이 분명한데, 내 안을 가득 채운 이 청량한 공기는 가을의 것만 같아.



해가 지기 전에 얼른, 얼른 정상에 가야겠어.「저 꼭대기에는 지금의 수고를 보상받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터질 것 심장을 부여잡고 뛰어 올라갈 수 있었다. 눈에 걸리는 것 없이 넓고도 넓은 새파란 하늘은 이미 붉은색으로 물들었고, 이내 검은색으로 덧칠해졌다. 그리고 내 머리 위에는 신이 만든 빛이, 발아래에는 사람이 만든 빛이 반짝반짝 발하고 있다. 진짜 이상해. 내가 봐온 야경들은 그저 불빛을 내뿜을 뿐이지, 이렇게 빛이 반짝거리지는 않았잖아? 조물주가 있다면 테이블마운틴 꼭대기에서 하늘에 별들을 장식하다 손이 미끄러졌을 거야. 누가 알았을까? 무서운 후기로만 가득한 이곳, 남아공에 부서진 별조각들이 넘실거릴 줄은.



#1-3.남아공1.jpg 올라가는 등산로에서-


#1-3.남아공2.jpg


#1-3.남아공4.JPG 사진을 엄청 엄청 못 찍었는데 사실 진짜 진짜 반짝거리고 예쁜 곳이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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