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아지메의 잔잔한 노래, 햇빛 되게 하소서
북가주 산간지역에 폭우주의보가 내려 스키여행은 엄두도 낼 수없었고 East Bay해안가에는 홍수주의보가 내려 꼼짝없이 방구석에서 2022년을 보내고, 밤새 겨울비가 주룩주룩 내려 차분한 마음으로 2023년 새해를 맞이했다. 모든 만물이 씻겨 내려가고 촉촉이 빗물 머금은 도로에는 잔잔함이 감돈다.
어릴 적 살았던 동네는 겨울눈이 그리 많이 쌓이지 않는 남도의 소도시였다. 해마다 새해 첫날이면 새벽 동트기 전에 산행을 시작하여 하얀 눈으로 뒤덮인 무등산 중봉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온몸으로 맞이하곤 했었다. 눈이 수북이 쌓여, 온 세상이 하얗게 펼쳐진 그 위로, 따스한 햇살이 내려 포근함으로 가득 찬 풍경이었다. 그 따스한 햇살의 에너지를 받으며 한해를 소망하고 꿈을 꾸고 다짐했던 이벤트는 아주 멋진 추억의 한토막이다.
떡국 끓일 물을 오븐에 올려놓고 잠시 기다리자니, 아련하게 들리는 노랫소리 한가닥이 어린 날의 풍경으로 '나'를 데려다준다. 창밖에 하얀 눈이 소리 없이 내리는 어느 겨울날 아침, 아직 덜 깬 눈을 비비며 예배하던 그날 아침의 기도가 아직도 오늘의 나를 감싸고 있다.
"아침해가 돋을 때 모든 만물 신선해
나도 세상 지낼 때 햇빛 되게 하소서
새로 오는 광음(光陰)을 보람 있게 보내고
주의 일을 행할 때 햇빛 되게 하소서
한번 가고 안 오는 빠른 광음(光陰) 지날 때
귀한 시간 바쳐서 햇빛 되게 하소서 "
매일 아침, 온 가족이 아침밥상에 둘러앉아 하나님을 경배하는 가족예배는 하루 일과의 시작이며 중요한 의식이었다. 매일 한 구절의 말씀을 함께 읽고, 함께 기도하고, 함께 부르는 찬양 속에 자녀들에 대한 부모님의 사랑과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었고 그 간절한 기도는 우리 4남매의 가슴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울 엄마, 경상도 아지메가 아는 노래는 교회에서 듣고 따라 부르는 찬송뿐이었다. 악보를 전혀 읽지 못하지만 찬송을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는 음정과 박자와 상관없이 늘 평안한 음성이었다. 마음을 다해 부르는 엄마의 찬송은 간절한 기도이고 간절한 소망의 표현이었다.
뇌리 속에 스며들어 있던 울 엄마, 경상도 아지메의 단순하고 간절한 기도가 새해를 맞이하는 지금 이 순간은 삶의 가이드로 다가온다.
새해 , 365일이 따사로운 햇빛으로 가득 찬 삶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점점 위축되어 가는 이 시대에 내게 주어진 365일은 햇살 가득한 생각들로 채워져 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 삶의 따스한 생각들은 또 다른 햇살이 되어 축축해진 마음들을 포근히 감싸주는 작은 에너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치 눈발 한 자락도 날리지 않는 캘리포니아에서 생각의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 산야에 송이송이 내리는 눈발을 바라보듯이 말이다.
새해, 365일 동안 내 삶의 아궁이에서 '감사의 마음'이 꺼지지 않고 계속 타올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새로운 꿈과 계획들이 설렘으로 뒤엉켜 삶의 아궁이 속에 던져져 있다. 세워둔 계획보다 더 활활 타오를 수도 있고 꿈꾸었던 일들이 움출어 들며 사그라들 수 도 있는 현실이다. 그래도 '감사'라는 불쏘시개가 있다면 아궁이의 불은 계속 타오르지 않을까 싶다. 매일마다 감사의 기적들이 365일을 성실하게 메꾸어 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새해를 시작한다.
새해, 365일이 다 하도록 끝까지 잘 견뎌내고 버텨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창업 1년 차인 나의 새로운 한 해, 365일에는 얼마나 많이 깨지고 부서지는 이벤트가 존재하고 있을까. 또 얼마나 많이 '왜 안되지'를 되뇌면서 살아가게 될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말을 뒤집어 '어떻게 하면 다시 목표를 완성할 수 있을까 '를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주어진 365일을 잘 채워나가고 싶다. 그렇게 견뎌내고 버텨낼 볼 생각이다.
떡국물이 끓어오른다. 북가주에서는 떡국 한 그릇은 먹어야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이 든다.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인 눈밭이 그립다. 그위로 비치는 포근한 햇살이 많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