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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니 Sep 03. 2020

별것 아닌 시작이 최고를 만든다

넷플릭스 실화 영화 <줄리 앤 줄리아>를 보고 ② [스포有]

실화 영화 <줄리 앤 줄리아>를 보고 ② [스포有]







앞서 영화 <줄리 앤 줄리아>를 보며 강하게 공감한 두 가지가 있다고 밝히며 '꿈을 이룬 아내 뒤엔 돕는 남편이 있다'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다른 한 가지는 바로 '별것 아닌 시작이 최고를 만든다'이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본 영화인데, 이렇게 두 번의 포스팅을 할 줄이야. 심지어 생각하지도 않은 작가, 출판사 등의 이야기가 나와 동병상련(同病相憐)을 느끼기도 했으니 제대로 계를 탔다, 내가.









외교관 남편을 따라 프랑스에 오게 된 미국인 '줄리아'. 남편이 직장에 있을 때면 언어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그야말로 철창 없는 감옥신세를 맞는다. '먹는 것'을 무엇보다 사랑하는 그녀는 외로운 시간을 요리에 투자하기로 한다. 급기야 프랑스 명문 요리 학교에 진학해 제대로 요리를 배운다.


수십 년이 흐른 어느 날, 미국 퀸즈에 살고 있는 '줄리'는 회사 업무에 치여 늘 녹초가 되어 돌아온다. 무의미하게 흐르는 삶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기분전환으로 블로그를 시작한다. 키워드는 '요리'다. 줄리아가 만든 요리 책을 보며 1년 365일 동안 524개 레시피에 도전하겠다는 당찬 포부와 함께 시작된다.










별것 아닌 시작이 최고를 만든다





영화 속 두 여인의 공통점은 책을 출간한 작가다. 그것도 베스트셀러 작가. 처음부터 글쓰기가 좋아 작가를 꿈꿨을까? 그들의 시작은 '무료한 삶을 대신해  요리한 것뿐'이다. 매일이 심심하고, 외롭고, 허무하다고 해서 시간을 흘린다면 그것처럼 무의미한 일은 없을 거다. 그들은 '한 걸음' 움직였다. 대상이 무엇이든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일에 발을 내디뎠다. 내일 일어날 일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오늘 해야 할 일에 집중했다. 하루에 하루가 쌓이자 생각지도 않은 기회가 고개를 내밀었다. 잡지사 인터뷰, TV 출연, 출간 제안 등 이전에는 꿈도 못 꿀 일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렇게 영화가 되어 관람객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을 거라고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 '별것 아닌 시작'이 최고를 만든 격이다.



작가의 길을 걷는 나도, 글쓰기를 배우려는 이들에게 하는 말도 그렇듯, 별것 아닌 듯한 '첫 발'을 무시하면 큰코다친다. 물론 글쓰기에만 해당 되는 말은 아니지만. '하루 한 줄 쓰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 '어차피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걸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관련 학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점점 나이만 먹는데 너무 늦었잖아.' 자신을 옭아매는 부정은 최대한 아래로 끌어내리려 안간힘을  쓴다. 늘 그랬듯 그저 그렇게 살라고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을 되려 다행이라 여기라 한다. '그래, 그렇지? 내가 무슨...' 결국 한 발도 떼지 못하게 만든다. 그렇게 오늘도 주저앉힌다.



자기 계발서를 읽으면 대단한 사람들 천지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라. 우리와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서 좋은 결과를 냈을까? 아니. 차이가 있다면 한 걸음의 '실행'뿐이다. 그가 특별히 잘나서가 아니라, 하루하루의 걸음을 잘 건넜기 때문이다. 우리도 얼마든지 그 걸음을 할 수 있다. 별것 아닌 출발선을 넘기만 하면 된다. 다만, 오늘의 걸음으로 내일이 어떻게 될지는 예측하지 말자. 그저 하루하루만 보자. 즐겁고 감사하게. 도중에 슬럼프가 온다 해도 까짓것, 넘어서자. 큰 성과를 내지 않아도 좋다. 아니, 실패해도 괜찮다. 실패의 다른 말이 무언가. '또 다른 시작' 아닌가. 우리의 별것 아닌 시작이 훗날 최고로 만들어 줄 것을 의심하지만 말자.






에세이 작가 이지니의 첫 걸음 : 2011년 11월 5일의 두 줄



아무것도 아닌 내가 9년 전의 단 두 줄을 시작으로 일곱 권의 책을 내는 작가가 됐고,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지금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별것 아니라며 모른 척하지 않고, 그럼에도 한 발 한 발 나아갈 수 있도록 나를 도운 하늘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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