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권남희 <혼자여서 좋은 직업>, 공감 글귀에 내 생각 끄적
책을 쓰면 쓸수록 인세에 대한 기대는 되려 줄어든다. 좋게 말하면 '내려놓음'인가. 중독자는 아니지만, 책 쓰는 행위 자체가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다.
책 글귀 : 나는 못하는 게 너무 많다. 아니,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하는 것이 옳은 말이겠다. 운전은커녕, 자전거도 탈 줄 모른다. 수영도 못한다. 집순이라 밖에서 하는 건 그래도 집에서 하는 건 좀 하겠지, 싶겠지만 바느질, 뜨개질, 요리도 못한다. 못하는 게 자랑은 아니지만, 정말로 못하니 자폭하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
지니 : 세상에 나를 능가할 '똥손'이 있기는 할까, 싶을 정도로 나 역시 최고의 똥손이다. 심지어 그것이 무엇이든 내 손에 닿기만 하면 깨지거나 부서지거나 고장이 나는 '마이너스의 손'을 소유했다. 이런 내가 결혼해 그 어렵고 힘들다는 육아까지 하고 있으니... 인생은 참으로 신기방기 동방신기다.
책 글귀 : 수많은 책 속에 얌전하게 있는 내 산문집을 바라보는 짧은 시간, 설운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또 울컥했다. 차오르는 감동을 음미하고 싶었지만, 약속 시간이 다 됐다. 기념으로 책을 한 권 들고 계산대 앞에 섰다. 계산해주는 분에게 내 책이라고 자랑하고 싶었다. 그러나 주책이라 하겠지. "그래서요?"라고 하면 민망하겠지. 카드를 천천히 받고, 책을 천천히 가방에 넣고 돌아서려다 결국 요기 내어 표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제가 쓴 책이에요." 그랬더니 중년의 직원분이 무표정하게 이렇게 말했다. "아, 그러세요." 다행이다. "그래서요?"라고 하진 않았어. 오호호.
지니 : 오프라인 서점에서 내 책을 살 때마다 (자주는 아니지만) 카운터 직원에게 이 책을 쓴 저자라고 말할까 말까 고민한다. 권남희 번역가님과는 달리 아직 한 번도 입 밖에 뱉은 적은 없지만, 나도 언젠가는 시도하고 싶다. "근데, 뭐 어쩌라고요?"라는 말만 안 들으면 좋으련만.
책 글귀 : 책을 쓰고 나서 가장 큰 욕심은 딸에게 인정받는 것이었다. 친구들에게 우리 엄마가 쓴 책이라고 자랑할 수 있는 책이라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책이 오자마자 정하가 방에 들고 가서 다 읽고 나올 때까지 얼마나 떨렸는지. 한참 뒤에 정하가 "엄마, 대박! 너무 잘 썼어! 어쩌면 이렇게 잘 썼어!" 하고 감격해서 책을 들고 나왔을 때, 비로소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그다음 책의 성쇠는 하늘의 뜻...이라고 마음을 비웠다.
지니 : 와, 격하게 공감한 부분이었다. 튼튼이가 더 자란 어느 때에 내가 쓴 책을 읽어볼 텐데, 친구들에게 우리 엄마가 쓴 책이라고 자랑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 "튼튼아, 엄마가 더 열심히 읽고 쓸게!"
책 글귀 : 새로운 음식 먹는 것을 두려워하는 탓에 늘 먹던 것만 먹고 가던 곳만 가는 편이었다. 근데 이 오역 이후로 식당 선택을 내가 하지 않는다. 내가 하면 새로운 식당에 가지 않고, 새로운 음식을 시키지 않으니까, 상대방이 선택하는 대로 따라가서 '오, 이런 음식도 있구나' 하고 배우고 있다.
지니 : 신간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에 위와 비슷한 이야기를 썼다. 내가 늘 먹던 것만 먹는 이유는 새로운 음식을 먹고 행여나 실패할까 봐서다. 내 생각보다 너무 짤까 봐, 매울까 봐, 느끼할까 봐 등의 이유로 오늘도 '늘 먹던 것'을 택한다. 그런데 하고 싶은 일에는 큰 고민 없이 움직인다. 설령 크게 실패할지라도 말이다. 내가 봐도 참 희한한 나일세.
책 글귀 : 하현우 씨에게 어떤 방법으로 연락을 취할지 몰라서 치일피일 미루다 결국 원고가 거의 원성됐을 때에야 소속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보았다. (중략) 연애편지도 그렇게 정성들여 쓴 적이 없는데 1박 2일을 쓰고 고치고 다듬고 설레며 정중하게 추천사를 의뢰했다. 사실 1퍼센트의 가능성을 가지고 던져나 본 것이어서 안 되면 일찌감치 포기하도록 가부간에 응답만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지니 : 이번에 나온 신간 말고, 이전에 쓴 책 중 가수 K 님께 추천사를 부탁한 적이 있다. 그의 선한 영향력에 반해 팬이 된 나는 그의 추천사를 받는다면 소원이 없다고 여길 만큼 간절했다. 인스타그램 DM에 정성 들여 추천사를 의뢰했다. 며칠 후, 그에게 정중한 거절 메시지를 받았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아쉬운 마음을 숨길 순 없었는지 이후로 그의 피드를 보지 않았다. 말도 안 되게 유치하다는 거 알지만 그랬다.
책 글귀 : 어느 때부터인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은 하지 않게 되었다.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만나지 않고, 번역하고 싶지 않은 책은 정중히 거절한다. (중략) 어쨌든 최소한 사람의 도리를 하고 최대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세상을 왕따시키며 살고 있다. 물론 외롭다. 외롭지만, 편하다. 편하지만, 찜찜하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잠자리에 들며 혼자 반문하지만, 다음 날 해가 뜨면 또 찜찜하지만 편한 외로움을 선택하고 있다.
지니 :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만나지 않고'라는 말을 나 또한 실천(?) 중이다. 또 하나! 친한 사이라 여겼는데, 아무런 말 없이 연락을 끊어버린 누군가가 있었다. 예전 같으면 무슨 일이냐고, 혹시 내가 잘못한 게 있다면 알려달라고 사과하겠다고, 했을 나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말없이 연락을 끊어버릴 정도로 나를 가벼이 여긴다면, 내가 구구절절 말한다고 한들, 그에게 더욱 거슬리는 존재가 될 뿐이다. 그리고 나 역시 쓸데없는 데에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다. 그럴 시간이 있다면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이들에게 더욱 관심을 쏟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