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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니 Nov 16. 2021

방귀를 100만 번 뀐 사연

매운 거 잘 드시는 분들, 가끔은 부럽습니다.

방귀를 100만 번 뀐 사연






5분에 한 번씩 울리는 알람 시계 소리처럼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방귀 때문에 미촤블가따. 이건 뭐, '방귀 대장 뿡뿡이'조차 명함을 못 내밀 정도랄까. 어제 낮에 먹은 '불향 가득 직화 주꾸미 정식'이 화근이다. 분명 "저희가 매운 걸 잘 못 먹어요... 혹시 덜 맵게 해 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었고, "네, 가능해요!"라는 당당한 답변을 들었는데....


어느 정도 매웠느냐고 물으신다면, 한 숟가락 입에 넣을 때마다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야 했다. 아침에 바나나 한 개만 먹어서 점심으로 배 속 거지들을 위로해 줄 참이었는데, 계속 먹다가는 위에 구멍이 날 것만 같아 반을 남겼다. 잔반 처리도 즐거이 하는 나인데, 꾸역꾸역 다 먹다간 병상에 드러누운 신세가 그려져 겁이 났다. 정말로 덜 맵게 했는데도 매운 건지, 아니면 점심 때라 손님이 너무 많아 내 요구를 잊은 채 주문이 들어갔는지는 알 길이 없다.


감당할 수 없는 방귀로 네이버 검색창에 '방귀가...'까지 입력하니 '방귀가 자주 나오는 이유'가 자동 완성으로 뜬다. 난생처음으로 '방귀'를 검색했는데 많은 분이 찾고(?) 있었구나. 확인 결과 여러 원인 중 소화가 잘 되지 않았을 때 자주 뀐단다. 성인 남성 기준으로 하루에 적게는 5회, 많게는 25회까지 방귀를 뀐다는데, 어제의 나는 하도 자주 껴대서 셈조차 할 수 없었지만 평균보다 몇 배에 달하는 횟수를 뿡뿡거린 내 엉덩이가 놀라울 따름이다. (엉덩이야, 많이 놀랐지?) 다행스럽게도 냄새는 고약하지 않았다. 횟수도 잦은데 냄새마저 콧구멍을 썩게 했다면, 이 글을 쓸 정신조차 없었으리라.


위 보호를 위해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걸 자랑으로 여겼는데, 아주 가끔씩 몸에서 요동칠 때마다 '엽기 떡볶이'나 '불닭 볶음면' 따위를 눈 하나 깜빡거리지 않고 해치우는 울 언니와 S 양이 부럽다. 에잇, 그래... 저 수준도 안 바란다. '불향 가득 직화 주꾸미'만이라도 혀를 날름날름 휘두르지 않고 먹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나저나 매운 음식 잘 먹는 사람들도 어제의 나처럼 시도 때도 없이 방귀를 뀌려나? 음, 소화가 잘 된다면 평균 횟수를 벗어나지 않겠지? 다음부터는 "덜 맵게 해 주세요."라고 하지 말고, 그냥 다른 메뉴를 주문하리라..





그럼에도 귀한 글감을 준 방귀님께 감사를...




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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