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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니 Aug 16. 2024

강의료를 알려줘야 강의를 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에세이 글쓰기 수업> 등 9권의 책을 쓴 저자 이지니

강의료를 알려줘야 강의를 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나는 8년 차 작가이자 5년 차 글쓰기 강사다. 글을 쓰는 것도,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도 나에게는 인생의 중요한 부분이다. 전국의 도서관, 학교, 기업에서 강의 요청을 받아, 다양한 사람들과 글쓰기의 즐거움을 나눈다. 내게 글쓰기 제안을 주는 지자체 담당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요즘에는 이삼일에 한 번 꼴로 강의 제안이 온다) 그런데 프리랜서로 살다 보면 생각보다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강의료'다.





강의를 의뢰받을 때, 제안서 안에 강의료가 기재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처음에는 당연히 강의료가 제안서에 포함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 기대는 번번이 빗나갔다. 이럴 때마다 나는 고민에 빠진다. 강의 제안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강의료를 알지 못한 채로 일정을 잡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강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의료를 묻기 위해 메일을 보내 또다시 회신을 받아야 하는 것도 나와 상대의 시간과 에너지를 뺏는 일이다.













프리랜서로서 강의료는 생계와 직결된 문제다. 막말로, 강의료만 맞으면 일정을 어떻게든 맞추는 것이 프리랜서의 생리다. 나는 나의 가치를 알고 있고, 그에 맞는 대가를 받고자 한다. 하지만 강의료가 명확하지 않다면, 내가 이 일을 맡을지 말지를 결정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강의료를 먼저 물어보는 것이 항상 편한 것도 아니다. 어떤 때는 무례하게 느껴질까 염려되기도 한다.




나는 '강의하기'를 사랑한다. 강의장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글쓰기의 매력을 전하는 순간은 내게 큰 기쁨을 준다. 수강생분들이 내 강의로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덜고, 조금이라도 더 글을 사랑하게 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무료(자발적 무료 강의 제외)이거나 터무니없는 강의료로는 이루어질 수는 없다. 나의 시간과 에너지는 소중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는 필요하다.













프리랜서의 삶은 자유롭지만, 그만큼 불확실하다. 이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나는 가능한 한 명확한 조건에서 일을 하려고 한다. 강의료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경우, 결국 내가 먼저 물어볼 수밖에 없다. "이 강의의 강의료는 어떻게 되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 나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사실 이 문제는 간단하다. 강의를 의뢰하는 쪽에서 처음부터 강의료를 명시해 주면 된다. 그렇게 되면, 나는 일정을 조정하고, 그 강의를 맡을지 말지를 빠르게 결정할 수 있다. 서로의 시간을 아끼고, 오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프리랜서로서, 가치에 맞는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 그러나 이 과정이 조금 더 투명하고, 명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면, 나와 같은 프리랜서들에게 더 나은 환경이 될 것이다.













강의료가 제안서에 명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는 혼란과 고민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프리랜서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지만, 공정하게 평가받기를 바란다. 강의료는 단순히 금전적인 문제가 아니다. 나의 가치를 인정받고, 내가 하는 일이 정당하게 평가받는 방식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강의 의뢰를 받을 때마다 스스로 다짐한다. 내 일에 당당해지자고, 강의료를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고. 그것은 내가 프리랜서로서 계속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다. 프리랜서로 산다는 건 자유롭지만, 때로는 현실적인 문제와 마주해야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길을 선택했고, 앞으로도 계속 나아갈 것이다. 나의 가치가 인정받고, 그에 맞는 대가를 받을 때, 비로소 나는 나의 일을 더욱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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