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니 자기계발서 <꽂히는 글쓰기의 잔기술>
제목부터 공을 들여라
사람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시간은 단 3초라고 한다. 물론 겉모습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첫 번째 기준을 피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주 접하는 인터넷 기사 제목이나 드라마, 영화, 노래 제목은? 서점에 빼곡히 진열된 책 제목이나 스마트폰을 열면 눈에 보이는 블로그 제목, 심지어 내일 당장 보고해야 하는 기획서와 보고서 제목 등의 첫인상은 얼마나 중요할까?
2013년, 온 국민을 울고 웃게 한 영화 <7번 방의 선물>의 원래 제목은 <12월 23일>이었다고 한다. 극 중 예승(갈소원 분)이의 생일이 12월 23일이었고, 개봉 예정일 역시 2012년 같은 날로 정했는데 당시 태풍 볼라벤으로 촬영장이 무너져 개봉 시기가 늦춰졌다고 한다. 하는 수없이 이름까지 바꾸게 된 것이라 한다. 어쩔 수 없는 경우라지만 아무리 봐도 바뀐 제목이 훨씬 낫다. <7번 방의 선물>이라는 이름은 ‘7번 방이 어떤 방일까?’, ‘그 방이 의미하는 선물은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기는 반면에 <12월 23일> 일은 뭔가 허전하고, 싱거운 느낌이다.
나는 매주 서점에 가는데 가장 먼저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가 놓여 있는 책 제목을 확인한다. 한 주 혹은 한두 달 동안 사람들의 눈을 유혹한 책을 보기 위해서다. 책 제목만 봐도 ‘지금’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당신은 겉보기에 노력하고 있을 뿐》, 《말주변이 없어도 대화 잘하는 법》(2016.11.4주 차 교보문고 기준)이 그것이다. 이 제목들을 보니 마치 내게 말을 거는 듯해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평생 현역 작가로 살기 위해 발을 내디딘 나지만, 역시나 눈에 꽂히는 제목에 손이 갈 수밖에 없는 독자이기도 하다. 일본 내 최초이자 최고로 손꼽히는 출판 프로듀서 '요시다 히로시'는 “제목은 0.3초, 부제는 3초, 카피는 30초 만에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단 책 제목이 꽂히면 지갑이 열리는 데까지는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비단 책 제목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신문이나 잡지, 인터넷의 수많은 기사 제목과 광고, 매일같이 날아오는 스팸 메일 등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야말로 제목의 홍수 속에 파묻혀 살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제목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일,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제목에 공을 들이기 위해서는 '나'가 아닌, 글을 읽게 되는 '누군가'를 떠올리자. 그 사람이 듣고 싶어 하는 내용이 무엇일지 생각하고 고민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독자의 성향에 따라 꿀 같은 감성을 한 스푼 얹기도 하고, <30분 만에 끝내는 컴퓨터 사용법>처럼 숫자, 시간, 수량 등을 넣어주는 것도 좋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도 나를 좋아하게 하는 방법>처럼 제목을 보자마자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나,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를 능가하는 가수 되기>처럼 불가능한 일을 마치 가능한 것처럼 소개하는 제목도 괜찮다. 기존에 알고 있는 상식을 비틀어도 좋고, 현재 유행어를 잘만 이용해도 센스 있는 제목이 된다.
내가 2년째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의 이름은 ‘지니의 감성 한 스푼’이다. 이 이름만 보아도 ‘나’라는 사람이 어떠한지를 설명한다. 감성을 빼면 시체인 나는 밝은 대낮에도 끈적끈적한 감성을 떨어뜨리는 재주를 지녔다. 남들보다 감성이 한 스푼 더 첨가되어 지은 이름이다. 한 달 평균 열 개 정도의 글을 올리는데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역시나 제목이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 함께 공감해주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제목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1) 중국 리장(丽江)이 나를 부를 때 : 리장이 가고 싶어서 쓴 글
2) 행복해질 준비, 됐나요? : 어느 공공 화장실에서 본 글귀를 소개한 글
3) 침묵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사이 : 지인 H양과의 티타임(tea time) 후에 쓴 글
4) KBS1 <아침마당>에 나왔어요 : TV 프로그램에 내 문자가 소개되어 쓴 글
5) 또 한 명의 그녀도 가고… : 2년 만에 친한 두 지인을 미국으로 보내야 하는 아쉬움에 적은 글
만약 저 위에 제목을 각각 중국 리장에 가고 싶다, 너무 좋은 글귀, 행복한 티타임, TV에 문자가 소개되다, 미국으로 가니 아쉽다 등으로 했다면 <지니의 감성 한 스푼>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것이다. 누가 봐도 무슨 내용인지 뻔히 보이는 제목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기엔 역부족일 테니까 말이다. 평소에 눈에 들어오는 글자, 귀에 들어오는 소리에 집중해 보자. 괜히 어려운 단어를 조합할 필요도 없다. 누구나 아는 쉬운 단어로도 충분히 마음을 움직이는 제목을 만들 수 있다. 다음은 2015년 가을,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살짝 고개만 들어도 만날 수 있는 너인데
그런 널, 왜 매일 만나지 못했던 걸까?
난 뭐가 그리도 바빴던 걸까
집안 벽지도 시간이 지나면 질리게 마련인데
하늘 벽지는 질릴 틈이 없겠다
늘 걷던 길인데 오늘따라 유난히 예쁘다
고개만 조금 들어 올렸을 뿐인데…
이제, 우리 자주 만나자
- ‘하늘, 널 만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2015년 9월 30일”
이와는 반대로 불순한 목적의 제목이 있다. 무조건 호기심을 자극하면 된다는 식의 제목은 옳지 않음에도 말이다. 최소한의 책임 의식도 없이 자신(혹은 기업)의 이익만을 위해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제목을 내세워 클릭수를 유도한 제목이 바로 그것이다. 이때 자신들은 목적(클릭수)을 달성했을지는 몰라도 기사를 읽고 난 후의 밀려오는 허탈감은 모두 우리의 몫이 된다. 특히 미성년자도 손쉽게 사용하는 인터넷 공간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제목을 볼 때면 가서 한 대 때려주고 싶다.
마음을 움직이는 제목은 비단 일반적인 글쓰기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만약 당신이 비즈니스에서의 글쓰기를 한다면, 이 역시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끌어야 한다. 세계적인 마케팅 전략 전문 기업 ‘리스 앤 리스(Ries&Ries)’의 회장인 알 리스(Al Ries)는 ‘첫인상을 만들 기회는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제목은 글의 첫인상이다. 제목에서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진심 어린 글을 써 놓고도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이 얼마나 속상한 일이겠는가. 자, 이제 마음을 두드리는 제목을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