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 내용에 진심을 담아라

이지니 자기계발서 <꽂히는 글쓰기의 잔기술>

by 이지니

쓰고 싶은 내용에 진심을 담아라


2005년에 중국어와 맺은 인연은 10년이 넘는 시간을 나와 함께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내게 오는 이메일에는 중국 생활이나 유학, 중국어 공부 방법,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의 조언을 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아래 글은 블로그 이웃인 J양에게 받은 이메일 내용이다.


“안녕하세요. 지니 님의 블로그를 즐겨 보고 있는 이웃이에요. 메일을 보낼까 말까 망설였지만 용기를 내봅니다. 먼저 제 나이는 27살이고, 보육을 전공해 어린이집에서 1년 정도 일하다가 현재는 전공과는 전혀 다른 곳인 여행사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하고 싶었던 일이기에 재밌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한데 오래도록 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주위에서는 그냥 하루하루를 살면 된다고, 너무 고민하지 말라고 하지만 제게는 중요한 문제거든요.

저는 중국어 공부를 5개월째 하고 있어요. 멋모르고 시작했는데 하면 할수록 재미있어요. 여행사에 있다 보니 중국인 손님도 많이 오고, 필요할 때는 중국어가 유용하게 쓰이더라고요. 그러면서 제대로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실 대학교에 다닐 때, 단기 어학연수를 계획했지만 갑작스러운 아빠의 교통사고로 엄마가 병간호를 하셔야 했어요. 결국에는 제가 경제활동을 책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거죠. 물론 지금은 많이 좋아지셨지만 당장 떠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에요. 가끔 내 꿈과는 점점 멀어져 가는 것만 같아 속상하면서도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는 현지에 가서 공부하고 싶어요. 현실을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언젠가는 꼭! 짧으면 반년이라도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싶어요. 그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니 님께 몇 가지 팁은 얻고 싶어요. 지니 님의 블로그를 보면 중국(어)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데 중국어 공부는 어떤 식으로 했는지 궁금해요. 외국어를 떠나 인생 선배로서 어떠한 조언이든 듣고 싶기도 하고요. 많이 바쁘실 테지만 조심스럽게 여쭤봅니다. 답장은 아무 때나 보내주셔도 돼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얼마나 갈급하면 한 번도 만나지 않은 내게 조언을 구했을까 싶다. 내게 이메일을 보내기까지 고민했을 모습이 눈에 훤하다. 나는 이러한 진심이 담긴 이메일을 받을 때면, 무슨 일이 있어도 성실하게 답변을 하는 편이다. 이들의 고충을 나 또한 겪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알아서다. 급한 일이 있다고 해서 한두 줄만 써서 보내지 않는다. 나는 그녀에게 나만의 중국어 공부법과 비전에 대한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었다. 얼마 후 그녀는 메일을 보내길 잘했다며 조언에 감사한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말이 있지만, 생각보다 쉽게 사람 속을 알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바로 진심이 담아 쓴 글을 읽은 후다. 간절히 원하는 일, 가고자 하는 길, 상대방의 마음에 닿길 바라는 글을 쓸 때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진심을 담아 글을 쓰게 된다.

대학교 졸업을 앞둔 어느 날, 늘 꿈꾸던 방송작가를 현실로 이루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즉시 방송 아카데미에 등록했고 열심히 수업에 임했다.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의 열정은 눈에서 불이 날 만큼 뜨거웠다. “이제 곧 수업도 끝나는데 취직 안 되면 어떡하지?”, “아, 다들 너무 잘해서 걱정된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수업이 끝나갈수록 뜨거웠던 열정은 온데간데없고 여기저기서 한탄만 흘러나왔다. 방송국 안에서 일하게 될 거라는 확신을 갖던 나를 제외하고 말이다.


당시 대학교 선배들 대부분은 라디오나 TV 프로그램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몇몇 동기는 선배들이 끌어주는 소위 학연(學緣)·지연(地緣)의 힘으로 꿈을 이뤘다. 하지만 학과․동아리 활동에 소극적이었던 나는 구원의 손길을 받지 못했다. 편하게 꿈을 이루는 몇몇 동기들을 보며 부러운 마음도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 내 힘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걸 보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그날 밤, 코미디 작가로 유명한 S작가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삶 이야기, 방송작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 이 일을 통해 하고 싶은 것, 재미있는 방송을 만드는 일에 기여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말 등을 이메일에 빼곡히 적었다. 너무나 간절했기에 단숨에 글을 써 내려갔다.


메일을 보낸 3일 후, 기적처럼 답장이 왔다. 현재 메인으로 맡고 있는 개그 프로그램이 있으니 같이 해보자는 내용이었다. 간절한 마음이 글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믿음 하나로 보낸 이메일이지만 현실이 되니 꿈만 같았다. 긍정의 생각과 행동은 긍정의 결과를 낳는다는 법칙이 또 한 번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진실한 마음만 있으면 학연(學緣)·지연(地緣)·혈연(血緣)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마음은 있는데 글재주가 없어서 걱정인가? 무언가에 간절하면 당신의 필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간절함에서 묻어 나온 글을 쓸 때가 최고의 타이밍이다. 꿈도 사람과 같아서 덜 급해 보이는 사람에게는 뜸을 들인다. ‘아직 내가 다가가지 않아도 얘는 급할 게 없겠구나.’라고 판단해 버린다. 반대로 무조건 찾아야만 하는 사람, 그래서 끊임없이 구하고 바라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 원하는 모든 길에는 방법이 있다. 안 되는 법을 미리 염려하지 말고, 될 수 있는 길을 찾아 실행하자. 우물쭈물거릴 시간이 없다. 세월을 아껴야 한다. 진심을 담아 글을 쓰는 경우는 아무도 읽지 않는 메모장 안에서도 발휘된다. 아래는 2014년 여름, 내 휴대폰 메모장에 적은 글이다.



<내가 이 땅에 태어난 이유는 반드시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내 머리가 아닌 가슴이 시키는 일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믿는다. 무슨 일이든 내게 기회가 온다면 모른 척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설령 그 일이 내 삶의 단 한 점으로 남을지라도 꼭 통과할 것이다. 세상에 우연히 벌어지는 일은 없다. 점과 점이 만나 선을 이루고 선과 선이 만나 하나의 결정체를 만들어 내듯이 내게 온 모든 일은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기억하자. 혹여나 실패로 끝나는 일일지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내가 뿌려 놓은 수많은 실수가 있어야 비로소 열매가 맺어질 테니까.>



내 꿈을 찾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적은 기억이 난다. ‘적는다고 눈앞의 문제가 해결되겠어?’라는 부정의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에 관한 내용을 적을 때도 마찬가지다. 내 손으로 적은 내용은 무조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그러고 보니 글을 쓸 때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하고 절박하다. 당시 나는 ‘진짜 내 길’을 찾기 위해 잘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뒀다. 매달 정직하게 들어오는 내 통장의 급여도 무가 잘리듯 끊어졌다. 안정된 직장에서 오래도록 일을 하느냐와 내 소명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느냐 사이에서 많은 시간을 고민했지만 반드시 이뤄진다는 믿음으로 후자를 택했다. 간절함과 절박함은 천재(재능)를 이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지금껏 내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니 열심히 살아준 내가 기특하다.


쓰고 싶은 내용에 진심을 담고 싶은가? 그럼 왜 그 글을 쓰려는지 생각해 보라. 글을 대하는 당신의 태도만 봐도 독자는 ‘진심’과 그러한 ‘척’을 구별해 낼 수 있다. 글을 쓰려는 목적이 분명하다면 그 글에는 ‘진심’이 묻어날 수밖에 없다. 글에 진심이 담기는 순간, 생각하지도 않은 일 혹은 기회가 당신의 삶 속으로 들어올 수 있음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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