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니 산문집 <삶을 돌아보는 산문집>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봤다. 두 개의 대사를 기억한다.
“기다려, 기다릴 줄 알아야만 최고로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어.”
“모든 것은 타이밍이라고 엄마가 늘 말했었지.”
자라면서 귀에 딱지가 붙을 정도로 들었던 말. 기다림 그리고 타이밍. 별것도 아닌 대사일 수 있는데 내 심장 가운데에 명중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시간을 아끼고 싶다는 이유로 빠른 방법을 원했던 나. 그로 인해 여전히 흔적으로 남은 아픈 기억들.
나라는 꽃이 피는 시기는 언제냐며 먼저 핀 꽃들을 부러워했다. 전자레인지에 몇 분만 돌리면 이내 따뜻한 밥이 되지만, 어떤 것은 몇 주 혹은 몇 년 이상의 숙성이 필요하다. 어쩌면 내 인생의 요리는 후자인지도 모른다. 그 시간을 오롯이 견뎌야만 오감(五感)을 느낄 수 있겠지.
이 영화에는 음식을 만드는 장면이 자주 보인다. 주인공 혜원(김태리 분)은 간단해 보이는 요리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그야말로 정성이 가득하다. 요리하는 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하고 진실하다.
‘나는 내 삶에 얼마나 정성을 다했나?’라고 자문해 본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겠지, 라며 시곗바늘만 뚫어지라 보지는 않았는지. 그럼에도 다행인 건, 크게 후회하지는 않는다. 지금껏 살아낸 내가 기특하다. 수십 번의 넘어짐에도 멈추지 않았으니까. 되든 안 되든 결과에 초점을 두지 않고 도전했으니까. 알게 모르게 일어난 일들이 내게 맞는 시간이라 믿는다. 결국에는 낱알의 시간이 모여 나만의 요리가 완성될 것이다. 그때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멈추지 않을 거다. 느리지만 천천히, 내 인생의 작은 숲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