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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니 Apr 20. 2020

인격의 또 다른 신호

이지니 산문집 <삶을 돌아보는 산문집>




나의 불청객은 편두통이다. 한두 달에 한 번씩 녀석이 들이닥치면 오른쪽 눈알이 빠질 듯하다. 만성이라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다. 고통의 48시간을 견뎌낼 수밖에는. 회사 점심시간에 좀 누워야지 싶어 허기진 배를 달랠 정도의 샐러드만 먹었다. 그리고는 너덜너덜해진 정신을 이끌고 직원 휴게실로 향했다.    


  

눈을 감아도 흔들리는 머리. 도대체 뇌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럴 수만 있다면 뚜껑을 열어보고 싶다. 누운 지 10분이 채 되지 않았을 무렵, 거친 문소리가 들렸다. 뇌가 흔들릴 정도의 세기였다. 누가 들어왔다. 그리고는 자신의 캐비닛을 열고 마치 두더지가 땅을 파듯 무언가를 찾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찌푸려진 내 미간은 펴질 줄 몰랐다.      



 “부스럭 부스럭”

 “드르륵”

 “팍팍”     



‘내 신발이 놓인 걸 못 봤을 리가 없는데, 누군가 불을 끄고 누워 있다는 걸 알 텐데….’     



볼 일을 마친 그녀는 들어올 때보다 1.5배 더 큰 소리를 내며 문을 닫았다. 오늘, 유독 내 머리가 아파서인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야속했다.      



나는 소리로도 상대방의 인품을 본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또 매우 중요하다고 여긴다. 소리를 조심하는 사람은 조심성이 있는 사람이고, 그만큼 상대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사람이다. 자연스레 좋은 인상을 주며 인품도 그리 여겨진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움직임만으로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보이는 것이다. 오늘 일로 다시 한번 나를 점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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