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워킹맘이 전수한 아빠 공략법

by 행복한워킹맘

어느 날 카톡 대화

"엄마, 근데

파자마 파티에 5명 온데"


"5명이나? 너무 많은데 ㅜ.ㅜ

아빠한테 허락 맡아야 해"


"빌 거야, 쓱싹쓱싹

ㅋㅋㅋㅋㅋㅋㅋ"


" ㅎㅎ, 아빠는 다연이 하고 싶어 하면 잘 들어주시니 이야기해봐"


그날 저녁


퇴근이 늦은 아빠에게 딸은 편지 한 통을 정성껏 써서 책상 위에 올려두고 잠이 듭니다.


♥파자마 파티에 대한 모든 것♥

아빠에게

< 내가 파자마 파티를 하고 싶은 이유 >

1. 친구랑 친해질 수 있기 때문앰!

2. 엄마 없이 자는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음!!

3. 엄마랑 연재가 아빠 옆에 자서 아빠가 좋아할 꺼임!!

4.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애들이랑 수다 떨 수 있음!!

5. 연재한테 방해받지 않아서

* 위 제안을 들어 주실 경우 등산 쿠폰을 드립니다. (등산 쿠폰까지 만들어 넣어 둠)


여기서 연재는 남동생입니다.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190809154807_2_crop.jpeg


다음날 새벽

새벽에 거실에 나와보니, 딸이 잠든 사이 퇴근해서 돌아온 아빠가 딸에게 답장을 남겨두었네요.


OK, 사랑하는 우리 딸 ^^


답장을 남긴 방식도 참~ 남편 답습니다.

com.daumkakao.android.brunchapp_20190809154825_3_crop.jpeg



워킹맘 11년 만에 겨우 터득한 남편 공략법을 그날 저녁 딸아이에게 넌지시 알려줬었죠.


"다연아, 파자마 파티를 왜 하고 싶어?"

"응, 재밌으니까, 나 하고 싶어~"

"음, 그냥 하고 싶다고만 하면 아빠가 허락 안 할 텐데. 다연이가 파자마 파티를 왜 하고 싶은지 10가지 정도 이야기하면 혹~시 들어주시지 않을까?^^"


저의 코칭이 살짝 있었지만, 이제 아빠 공략법을 터득하기 시작한 첫째를 보니 다 컸구나 대견하기도 한데, 너무 빨리 커 아쉽다 생각이 듭니다.


저희 아빠는 제가 어릴 때 굉장히 엄하셨어요. 물론 자식을 위해서 그러셨겠지만. 왜 그런지 이유도 모르고 혼난 적이 많았고, 친구네 집에는 절대 못 가게 하셨죠. 그때는 이유도 알 수 없이 그냥 어른들 말을 따라야 했었어요.

엄한 아빠 밑에서 커오다 보니, 배우자를 고를 때 딱 한 가지 기준밖에 없었습니다. 자상한 남자, 특히 아이들에게 자상한 사람이기를 바랐습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이 사람이 정말로 자상한지 어쩔지 알 수가 없어요. 연애할 때는 자기 여자한테 대체로 잘해 주니까요. 돌이켜보니 참 어려운 기준이었네요.


막상 결혼을 하고 보니, 저에게는 그다지 자상한 남자는 아니더군요. 그래도 다행인 건 아이들한테는 친구 같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어요. 회사에서 늦어 아이들 얼굴을 못 보는 날이나, 주말 부부를 하게 되어 아이들을 못 볼 때 힘들어하는 사람입니다.


요새 회사일로 퇴근이 늦었던 남편,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아이들 얼굴을 못 보니 내심 힘들었을 텐데,

비록 부탁의 편지이긴 하지만

딸아이 편지를 보고 어찌 허락을 안 할 수 있었을까요.


워킹맘은 회사 일로 쌓여 있는 집안일이나 육아 문제로 남편과의 트러블 많이 생깁니다. 저도 항상 남편을 이해하는 넓은 마음의 여자는 아니고요. 예전에 너무 열 받아서 'ㅆ○ㅅ○' 욕하며 싸운 적도 있었죠.


일하는 연차가 많아질수록 일에 대한 요령이 생기듯, 결혼 생활이 길어지니 남편 대하는 요령도 터득해 가네요. 혹시 지금 남편이 죽기보다 싫은 분이 계시다면, '이 요령을 터득하는 태풍 한가운데 있구나~' 그리 생각해 주시면 어떨까요?


아빠의 OK 허락을 받은 딸은 의기양양하여 11살 인생 처음 파자마 파티를 열었습니다. 5명이 아닌 7명의 여자 친구들과 집에서 함께한 파자마 파티, 오래 기억해 주기를 바래 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DJ DOC의 20년 만의 쾌거, 직장인 반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