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래도 일년에 한번은 만나니 참 다행이야.초등학교, 중학교 친구들도 종종 연락 됬었는데, 이제는 연락이 잘 안되네. 이제 남은 친구들은 너희 뿐이야. 그래서 더 소중해. 난 지난 토요일 너무나 좋았구나. 작년에는 아이들까지 같이 만나서 시끌벅적 했는데, 그렇지? 이번처럼 우리끼리만 만나는 것도 꽤 좋네. 우리들 이야기에 집중 할 수 있어서 말이야. 앗! 그런데 내가 우리 딸을 데려와서 미안하네. 아직 엄마 따라 다니는 걸 좋아하는 4학년이라. 내년에는 엄마 혼자 가라고 할수도 있어, 따라 간다고 할 때 데리고 다니려구. 이해해 줘서 고마워.
[ 친구 1호 ] 준호가 벌써 고1이라니.. 항상 만나서 느끼는 건데, 남의 애는 정말 빨리 크는 것 같아. 이번에 일반 고등학교 갔다고 걱정하는 너를 보니, 몇 년간 아들 입시 준비하느라 고생하겠군 생각이 드는구나. 그래도 어쩌겠니, 이 또한 엄마의 몫이니 말이야. 나는 아직 초딩엄마라 그 마음을 다 헤아리지는 못하겠지만, 현명하게 잘 대처라히라 믿어. 넌 항상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왔잖아. 교대를 나와도 어렵다는 임용고시를 포기하지 않고 준비해서 선생님도 되었잖아. 그게 얼마나 힘든 건데. 넌 그걸 해냈잖니. 너는 대단한 끈기와 용기를 지닌 친구야, 거기다가 아들둘을 둔 엄마이니 천하 무적이지.
[ 친구 2호 ] 시댁을 13년을 모셨다니, 참 대단하구나. 시댁 이야기 매년 들었었는데, 13년이나 되었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어.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동안 얼마나 긴장하고 살았니? 그래서 지금 아픈게 어쩜 당연한 건지도 몰라. 퇴근해서 돌아와 집안 살림에 빨래에 청소까지. 13년 동안 긴장하고 살아온 몸과 머리가 갑자기 쉬니까 적응이 안 될꺼야. 하루종일 엄마만 기다렸던 딸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했다고 뒤늦게 헤아리게 된 너의 마음은 또 얼마나 아팠겠니. 실컷 놀 시간이 생겼는데, 몸이 아프다고 하니 내 맘도 좋지가 않았어. 이제 운동도 하고 취미 생활도 갖고. 니 말대로 봉사 활동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겉보기에 가장 쎈 언니로 보이지만, 너는 누구보다 마음이 여리고 배려심이 깊은 친구라는 거 우리는 다 알고 있거든.
이제는 너를 위한 시간을 가지렴. 아프지 말고.
[ 친구 3호] 이대로 계속 혼자 살거라는 니 말에 나도 동의해. 몇 년 전만해도 좋은 짝 만나서 결혼했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지금 이대로 자유롭게 사는 너의 모습이 좋아 보여. 솔직히 몇 년전에는 좀 쓸쓸해 보이기도 했어. 그런데 오늘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너의 주관이 뚜렷하더구나. 혼자 락페스티벌도 가고 여행도 다니고 탱고춤도 추고 가끔 우리도 만나고. 지금 이대로도 혼자 할 것이 너무 많다는 너의 말을 이제야 알겠어. 가장 여성스러워 보이는 니가 결혼 안하고 혼자 살게 될 줄 누가 알았겠니. 하지만 우리는 항상 너를 응원하고 있어. 알고 있지? 자유로운 너의 삶이 부럽기도 하구. 우리가 부러워 하는 거 티 많이 나지?
[ 친구 4호 ] 내년이면 회사 20년차라는 너의 말이 아직도 귓가를 맴도는 구나. 맞어, 너는 나보다 회사를 일년 먼저 입사 했었지. 대기업 20년 다닌 워킹맘, 존경 스러워. 한편으로는 니가 지금 하고 있을 고민이 너무나 이해가 되는구나. 부장 8년차 까지 해서 임원이 되지 않으면 회사에서 배려 대상 1순위가 되다는 너의 씁쓸한 말이 내 가슴에도 콕콕 박혔어. 나도 멀지 않았거든. 우리의 꽃다운 청춘을 회사에서 다 바쳤는데, 우리는 밀려 나갈 걱정을 해야 하는 나이가 되버렸구나. 회사 오래 다니다 보니, 친구들도 이젠 거의 없고 가족이 제일 소중하고 편하다는 너의 말 100퍼 동감이야. 나는 나만 친구가 없는 줄 알았는데, 너도 나랑 똑같구나. 그래서 우린 친구인가? 20여년 전, 학교 다닐때 과톱을 두고 너와 나는 선의의 라이벌 이였지. 지금은 한 회사 오래 다니기 시합이라도 우린 하는걸까? 넌 19년 난 18년, 참 재미있어. 그때랑 다른건 이제는 그 어떤 경쟁도 아니라는 거지. 난 너를 응원하고 너는 나를 응원해 주니 말이야. 우리 지금의 시기를 현명히 잘 헤쳐나가 보자. 지금까지도 잘 버텼는데 못할께 뭐 있겠어?
11월, 다음 모임 잊지 않을께. 캘린더에 저장해 놨어. 그때되면 우린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겠지. 아이들 옛날 사진보면 언제 이렇게 컸지하며 이야기 하는데, 세월이 정말 그래. 서서히 젖어들고 있어. 그덕에 갑자기 늙지 않아 슬프지 않게 세월을 맞이하게 되서 다행이야. 나 너무 늙은이 같은 소리하지. 알았어, 이제 그만할께.
안녕~ 친구들 다음에 다시 보자!
지난 토요일 대학교 친구들을 일년만에 만났다. 젊음이 넘치는 강남역 4번 출구에서
그녀들과 함께 삼계탕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었다. 몸보신을 해야 한다며 이젠 삼계탕 메뉴를 고른 우리들. 시간이 참 빨리도 지나간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님들도 나의 친구들과 비슷한 친구들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아님 없을수도 있고. 친구가 많아도 적어도 상관없다. 한때는 '왜 이렇게 난 친구가 없을까?' 고민아닌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고민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지금 만나서 편하게 이야기하는 사람 그 누구든 친구라고 생각하니까.
세상의 첫째들은 공통점도 있지만 다른점이 다 있고, 세상의 워킹맘도 공통점은 있지만 각자의 삶의 기준과 방식, 환경이 다 다르다. 나는 그 중 하나의 워킹맘일 뿐이다. 글을 쓰게 되면서 나의 생각을 너무 강요하는 건 아닌지, 내 경우가 모든 워킹맘의 생활인 것처럼 비춰지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조심스러워지는 요즘이다.
우리는 각자 다른 인생을 살아오고 있다. 저마다 안고 있는 행복, 고민의 종류도 그 크기도 다 다르다. 4명의 내 친구들만 봐도 이렇게 다르니 말이다. 우리는 서로의 삶을 내세우지도 이래라 저래라 참견하지 않는다. 그저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여 주고 애썼구나 이야기 해주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녀들을 만나고 온 날, 잊혀지기 전에 그날의 기억을 글로나마 남길 수 있음에 감사한다. 그날 미처 친구들에게 하지 못한 말들, 하지만 이미 알고 있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