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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워킹맘 Jan 07. 2020

사표 대신 부동산 계약서 쓰는 그녀, 이제는

19년 차 직장인의 브런치 입문기

2020년 경자년, 올해 저는 19년 차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처음 문을 두드린 그 회사에서 19년을 다니고 있습니다.

"네~. 맞아요. 참 오래 다녔죠? 저도 제가 이렇게나 오래 다닐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회사를 오래 다니보니 추억이 많습니다. 회사에서 쌓인 추억도 있고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면서 일어났던 그 모든 일들까지요. 신기한 것은 송곳으로 내 마음을 찌르던 일들도 지나고 나'추억'이라는 면사포를 쓰 있다는 것입니다. 


고통스러웠던 그 밤들 이제, 기억나는 것이 그저 고마울 따름인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습니다. 수십 번 깨서 우는 둘째를 달래다 베갯잇을 적시던 눈물과 함께 했던 그 새벽 4시도. 팀장을 앞에 두고 보고 자료 수정하던 속 타던  새벽 2시의 기억까지 말이지요.


5년 전, 지긋지긋한 회사를 벗어나고 싶어 부동산 계약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경제적 자유를 내 손으로 일군 뒤 멋지게 사표를 던지려고 41살 늦은 나이에 시작한 부동산 투자는 주행거리 30만을 훌쩍 넘긴 차에 새 엔진이 되어 주더군요. 예상치 못한 결과였지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새 엔진을 장착하고 5년을 신나게 더 달렸습니다.



작년 4월에는 우연히 알게 된 브런치에서 작가가 되었습니다.

내가 작가가 되었다고? 기술보고서나 쓰고 발표 자료 PPT 헤드 메시지 2줄을 쓰던 내가?


회사 생활 20년을 늘 숫자, data로만 분석하고 연구하던 저에게 200자 원고지 5장을 채우라지 뭡니까. 그나마 책을 꾸준히 읽던  습관이 지푸라기가 되어주었고 19년의 회사 생활과 사표 대신 계약서를 썼던 지난날이 글의 소재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한 편, 두 편 글을 올리다 보니 조회수 1000, 2000, 3000을 넘어 몇십명이 제 글을 읽어 주셨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18workingmom

사표 대신 계약서 쓰는 워킹맘


제가 처음으로 만든 브런치 북입니다. 

읽어 주신 독자분 그리고 댓글로 용기와 응원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한 번만 홍보하고 갈게요. 저에겐 세 번째 자식 같은 생각이 들어서요.

'나, 글 쓰는 작가야!' 어깨에 들어갔던 뽕은 브런치 북 공모전에서  미끄러지며 사라졌습니다. 기적은 없지만 희망 보았습니다. 브런치 입문 7개월 차에 누적 조회수 100만을 넘었고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 감을 잡는 한 해를 보냈으니까요. 어느새 제가 브런치를 분석하고 있더군요. 19년 차 연구원 답지요?





사표 대신 부동산 계약서를 쓰던 워킹맘 그녀는 브런치에서 글을  있습니다.

올해도 저는 사표는 쓰지 않을 예정입니다. 사표는 커녕, 글쓰기라는 패가 더해져 회사를 더 오래 다니게 될 판이 되었습니다. 작가가 되니 돈을 주고서라도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사고 싶어 집니다. 브런치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회사는 온갖 인물 궁상들과 에피소드가 넘치는 곳이더군요. 멘탈이 탈탈 털린 엊그제 보고도, 와이프(제가) 회식하고 늦게 와서 화가 난 남편과 한 달째 이야기 안 하고 있는 지금 상황도 글로 푼다면 재밌는 에피소드가 될 것입니다.

회사 다니며 글을 쓰게 되니 사람들의 작은 몸짓 하나에, 퇴근길에 들리는 작은 소리 하나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장님의 잔소리를 잔뜩 끌어안고 퇴근하는 직장인의 지친 발걸음 소리, 아픈 첫째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해서 하루 종일 노심초사했던 워킹맘의 깊은 한숨 소리 같은 것들 말이지요.


사표 대신 글을 쓰 되었다 자랑질하러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사표 대신 부동산 약서를 그리고 글을 쓰면서 회사 다니기에 한결 숨통이 트였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물론 숨통을 돌리는 다른 일을 찾아도 여전히 회사 오는 것이 지옥과 같다면 과감히 사표를 던지셔도 됩니다.


'사표를 쓸 것이냐 말 것이냐'에 있어 중요한 것은  원하는 시기에 내가 던지고 싶을 때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생각합다. 일주일 중 평일 5일, 71%를 회사가 하라는 대로 맞추어 고 있는데 내가 나가는 날도 맘대로 결정하지 못한다면 너무 슬픈 새드엔딩 아닐까요?


해피 엔딩을 위해서는 좋은 패 최소 한 개 정도는 들고 있어야 합니다. 풀 하우스까지는 아니더라도 퀸 원 페어쯤은 들고 있어야 마음이 놓입니다. 저는 아무 패가 없는데도 뻥카를 칠 만큼 포커페이스가 아니어서 2개의 패를 가지게 되었나 봅니다.

여러분들은 몇 개의 패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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