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면 어김없이 떠지는 눈. 알람이 없어도 일어날 수 있지만 알람을 맞추지 않으면 불안하다. 오늘 아침 나는 현관에서 200미터 떨어진 버스 정류장에서 나를 기다리는 흰색 관광버스에 올랐다.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20-1년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출근하고 있다. 19년 출근 인생, 그나마 특별한 것은 출퇴근교통수단이 아닐까? '직장인 출근'하면 서울 지옥철이 떠오르지만 나는 매일 아침 관광버스에 몸을 실는다. 회사가 경기도 외지에 있다 보니 직원 출퇴근용버스를 무료로 운행 중이다.(물론 외주이지만)
항상 똑같던 출근길 아침달라진 모습, 사람들은 100%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계절에 따라 옷차림이 바뀌고 시대에 따라 (부여잡고 있는) 핸드폰 게임 콘텐츠가 바뀐다. 계절과 문화 그리고 시대가 오롯이 관광버스 안에 다 들어앉아있다.
관광버스에서 계절의 바뀜을 느끼다.
해가 길어졌네, 애들 봄 옷 꺼내놔야지< 봄 >
기사님, 에어컨 좀 틀어주세요~ <초여름>
너무 추워 에어컨 조절기를 닫아버릴 때 <여름>
창문 밖파란 하늘, 뛰쳐나가고 싶다 <가을>
옆 사람 패딩에 밀려구겨 앉을 때 <겨울>
식당, 편의점 그리고 카페까지 있는 최첨단(?) 건물에 근무하는 덕분에 회사에 발을 들이면 퇴근 전까지 건물을 쉬이 나오지 않는다. 평일 공휴일에대낮 거리를 활보할 때면 나는 20년 만에 감옥에서 나온 죄수처럼 거리를 두리번거린다.파란 하늘을 보며 태양을 (창문을 통해) 쬐고 거리 풍경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출퇴근 버스 안에서 뿐이다. 그렇게 나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은 차 창 밖에 머물러 있다.
관광버스에서 성장할 수도 뒤쳐질 수도, 그건 나의 선택이다.
잡코리아 설문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하루 평균 출근 소요 시간은 48.1분, 퇴근은 53분으로 출퇴근에만 하루 총 101.1분을 쓴다고 한다. 출퇴근 시 주로 하는 활동은 무엇일까?
직장인 출퇴근 시 주로 하는 활동 Top8
1. 음악 청취 64.1%
2. 뉴스, 콘텐츠 정보 검색 26.8%
3. 모바일 메신저-SNS 22.3%
4. 잠자기, 휴식 18.5%
5. 영화, 드라마-예능 감상 15.0%
6. 게임 13.5%
7. 독서 9.8%
8. 어학공부 5.8%
출퇴근길 지옥철이나 자차 대신 나처럼 회사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탈 때의 장점은 착석이다. 서지 않고 앉아서 도어 to 도어 수준으로 편하게 갈 수 있다는 말이다. 앉으면 두 손이 자유롭다. 그렇다고 사람들 모습도 자유로울 것이라 기대는 금물이다.
나와 함께 관광버스를 타는 사람들의 주요 활동을 19년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1위 핸드폰 게임, 2위 인터넷 뉴스/연애 기사 검색그리고 모자란 잠 청하기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잡코리아의결과와 다를 바 없다.
내가출퇴근버스에서 잠만 잤다고 하면 몇 시간을 잔 것일까? 나의 풀 두뇌를 가동해 계산해 보았다.
일 년이면 208시간, 8.7일 19년이면 3,968시간, 무려 165일
* 나의 출퇴근 소요 시간 총 70분(출근 30분+퇴근 40분)
*일 년 중 출근하는 날 179일 =365일-104일(주말 2일*52주)- 67일(2020년 공휴일)-15일(월차 15일 가정)
19년을 출퇴근 버스에서 잠만 잤다면 나는 그동안 무려 165일을 잠들어 있는 잠자는 버스 안의 공주가 된다.이런 계산을 미리 해본건 아니지만 나는 버스에서 잠만 잔다는 것은 비생산적이라 생각했다. 보다 생산적인 일을 하고자 노력했다. 무겁지만 가방에는 항상 책을 가지고 다닌다. 핸드폰을 보더라도 유익한 것을 보고자 노력한다. 그때그때 관심 분야가 달라져 하나를 지속하지 못해도 좋다.
내가 주로 출퇴근 버스 안에서 했던 일을 소개해 보겠다.
1. 핸드폰을 보더라도 유익한 콘텐츠로(이어폰 필수)
- 유튜브 영어 관련 동영상
- 테드 영어 강연 동영상
- 관심 분야 블로그 탐색 (부동산/재테크/자기 계발 등)
라이브 아카데미의 내 인생 영어 선생님 빨모쌤(왼쪽), 테드강연 영상(오른쪽)
2. 생산적인 일 하기
- 블로그, 브런치 글쓰기 및 퇴고
- 관심 분야 온라인 강좌 동영상 듣기(미리 다운로드)
- 개인 공부 : 10년 전 부동산 중개사 자격증 공부할 때 출퇴근 버스에서 필기한 노트를 소설책처럼 매일 읽었다.
3. 마음의 양식 살 찌우기, 독서
가방 안에 책 한 권은 무조건 넣고 나닌다.
나라고 항상 책을 읽고 공부만 한 것은 아니다. 피곤하면 자야 한다. 전날 야근으로 퇴근이 늦었거나 회식으로 속이 쓰리면 무조건 눈을 붙인다.
누구나 출근하는 지하철, 버스 안에서 성장할 수도 도태될 수도 있다. 10년 넘게 회사를 위해 몸 바쳐 일한 당신은 당신을 위해 성장했는가?
쇼생크 탈출의 앤디가 되고 싶다면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 앤디는 교도소에 있던 20년 동안의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았다. 다른 죄수들은 일상적인 생활을 반복했지만 앤디는 자신을 발전시키려고 했다. 교도소장의 검은돈을 세탁하면서도 탈출을 치밀하게 계획했다. 모두 잠든 밤이면 벽에 구멍을 조금씩 냈고 그렇게 해서 자유를 되찾았다.
내가 한 회사를 19년 다녔다는 말을 꺼낼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참, 대단하세요!"라 말한다. 진심일 때도있지만 때론 얼굴에 스쳐 지나가는 다른 말이 들린다. '버티고 있구먼..'
한때는 회사를 오래 다닌 것이 나의 자격지심인적이 있지만 이제는 개의치 않는다. 나는 앤디처럼 감옥 안에 있지만 나를 위한 성장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당신이 출퇴근 버스에서 잠을 자던 책을 읽던 그건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중요한 것은 세상에서 제일 공평한 것이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세상은 불공평해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