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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 Stephen hough

Piano Concerto, The world of yesterday

by Jinny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


스티븐 허프경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관한 광시곡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보게 된 영상을 통해서 이다. 영국의 Proms 공연에서 BBC 심포니와 함께 한 공연이었는데, 굳게 다문 입술과 매우 차분하게 군더더기 하나 없는 연주를 펼쳐가는데 광시곡이라 불리는 곡을 참으로 이성적으로 해석해 내 면서도 곡의 매력을 잃지 않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다른 여러 연주자의 같은 곡을 보았지만 아직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 곡의 영상은 스티븐 허프 경의 프롬즈 연주 영상이다.

그 후, 스티븐 허프라는 피아니스트는 책도 쓰고, 작곡도 하는 다재다능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얼마 전 임윤찬이 우승했던 반 클라이번 콩쿨의 심사위원장을 맡고, 필수곡 작곡도 하며 다방면의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오래 전 작곡된 곡을 반복적으로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가들이 자신의 창의성을 활용하여 작곡을 한다는 것은 다른 레벨의 재능이라고 생각되는데, (어쩌면 당연하게도) 다른 악기보다 유독 피아노 연주자들이 그러한 시도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다른 악기에 비해 여러 화성을 조합하고 소리내는데 용이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 현재의 연주자이면서 작곡을 동시에 하는 사람들의 음악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은 현대에 작곡된 곡(modern classical music) 들에 대해 그리 환영의 손길을 보내는 것 같지는 않다. 아무래도 너무 난해한 느낌이 든다 던가, 아님 어떤 특정 작곡가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라며 비판적 의견을 내 보이는 경우가 흔하다. 없는 것을 창조해 내기 위해, 듣기 좋은 멜로디 보다는 어떠한 소리를 탐구한 다던가, 예상 가능한 것에서 멀어지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듯한 어색한 느낌의 음악적 진행을 보이는 곡들이 최근의 트랜드 인 듯 보였다. 그 와중에 악기를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연주자이면서 동시에 작곡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래도 무언가 납득이 갈만한 음악을 작곡하는 것 같은데 어쨋든 새로운 무언가를 계속 창조해 낼 수 있는 능력과 머릿속에 있는 것을 종이에 (혹은 컴퓨터 앱에) 기록하여 출판하고 연주해 내는 그들의 의지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 라디오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멘트가..“모든 음악은 한 때는 새로운 음악이었다..” 이다. 어떠한 음악이 얼만큼의 수명을 갖을 것인지, 어느 시대에 듣는이들에게 사랑을 받을 것인지는 처음 나왔을 때는 알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출처-스티븐 허프 인스타그램

이번 오레곤 심포니 시즌 연주 중에 모짜르트의 교향곡 1번과 41번을 동시에 연주하는 공연이 있어서 흥미롭겠다 싶었는데 이 곡들의 중간에 스티븐 허프경이 작곡한 피아노협주곡 “The world of yesterday”가 연주되었다. 코로나 기간동안 영화음악을 의뢰받아 작곡을 시작했으나 영화제작이 계획했던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작곡해 두었던 스케치들을 바탕으로 소설가 Stephan Zweig의 일생과 1차 세계대전 이전의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역사적 배경을 생각하며 완성한 곡이라 하였다.. 오레건 심포니 음악감독이자 오스트리아 출신 Danzmayr 지휘자가 오스트리아 테마를 갖고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 같았고, 관객의 입장에서는 매우 잘 한 구성이라 생각했다.

2025년 발매된 앨범. 출처-스티븐 허프 인스타그램

약 20분 가량의 피아노 협주곡은 영화음악적 요소가 비치기도 했고 약간 재즈 풍의 느낌도 있었으며, 피아노가 현악기와 주고받는 섹션들, 매우 화려한 타악기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무대에서 굉장히 가까운 곳에서 손이 잘 보이는 곳에서 관람을 했는데 어마어마한 글리산도와 여러 오스트리아 배경으로 활동했던 클래식 작곡가들이 조금씩 떠오르는 약간의 왈츠적 느낌도 살짝 보였다. 본인이 작곡한 곡을 본인이 연주하였기에 말 그대로 창작자의 의도를 가장 잘 표현한 연주이지 않았을까 싶었고, 오케스트라와의 합도 좋았다.

앵콜로 메리포핀스 음악을 화려하게 변주한 버전을 들려주어서 더욱 관객들의 함성을 자아냈다.

연주회 전 날 로컬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인터뷰도 짧게 하였는데 그는 보통 손으로 작곡 스케치를 시작하고 대충 드래프트가 나오면 컴퓨터로 옮겨서 발전시키는 방법으로 곡을 쓴다고 했다. 워낙 스케줄이 바쁘기에 디지털 디바이스 (폰이나 태블릿)으로 책도 쓰고, 그런 장비들을 잘 활용하는 편이라 했다. 소셜미디어로는 그래도 잘 소통하는 음악가인데 본인 스스로 인스타그램과는 love-hate관계 같다고 말했다… 40년 넘게 콘서트 피아니스트로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고 1년에 80회 이상의 연주, 지금까지 60개 이상의 녹음을 한 연주자이며, 작가로써는 3권 이상의 책을 쓰고, 작곡가로써는 30편이 넘는 곡을 작곡하였다. 쓰고 보니 한 인간으로서 더욱 존경스러운 인물이다.

좋은 연주자의 좋은 곡을 실연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여서 의미 깊었고, 무대에서 신은 연주용 구두가 반짝이는 여성용 플랫슈즈 느낌이어서 재미있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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