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막길

by 수영

아빠의 생이 한 계단 떨어질 때마다

내 마음도 그렇게 한 칸 내려간다.


어디가 끝인지 모르는 내리막길에서

막막한 슬픔은 문득 길을 잃는다.


슬픔조차 내버려 둘 수 없는 이 마음은

불현듯 그 끝으로 나를 끌고 가지만


끝끝내 울음이 터지고 나서야

앞질러 가버린 그곳에서 깨어난다.


사랑해요, 아빠.

귀에다 속삭이던 말이

어느 날엔 허공에 먼저 닿을까.


오늘 더 사랑하자

이 말이 이토록 처연한 말이었던가.


기어이 만나고야 말 완전한 슬픔

그 앞에서 난.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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