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서 살아남기 - 10화>
전 글들에서 조금씩 언급했지만, 핀란드와 한국은 참 다르다.
한국인들은 이렇고, 핀란드인 저렇다고 표현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사람은 어디에든 다 다르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비교적으로, 통계적으로 이렇고 저렇다고 비교하는 것은 마음이 은근하게 불편하지만, 어떡하겠나. 정말 다름이 느껴지는데.
한국인 대학교 친구가 북유럽 여행을 하며 생긴 일화를 들려주었는데, 핀란드 관광버스는 음주 테스트를 해야 시동이 걸린다고 한다. 드라이버가 숨을 불고 정상임을 증명해야만 시동을 걸 수 있다고 들어서, 버스 안에 한국인 관광객이 "다른 사람이 불어주면 어떻게 되나요?"라고 묻자, 핀란드인 기사가 당황하며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했다.
나는 핀란드인들이 비교적 순수하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큰 자극 없이 살며 자신의 것을 잘 지켜가며 살고 있는 느낌이다. 사회적인 분위기도 보면 경쟁적으로 살고 있다기보다는 서로 알아서 눈치 볼만큼 보며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이 편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한국에 비해 서로에 대해 관심이 없고 남에게 피해를 안 주려는 마음이 더 "착하다"라고 느낀 적이 여러 번 있기 때문이다.
대신 핀란드인과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외롭기도 하고, 사람들이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도 많다. 신기하게도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살다 보면 나 자신도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만 같다. 어찌 됐든 핀란드인들과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인간관계에서의 거리감에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예시로 나의 경험담을 알려주겠다.
작년 여름에 한국에 들어갔을 때 친구들과 함께 등산을 갔는데, 많은 아줌마 아저씨들이 우리들에게 말을 걸어주고 관심을 가져주었다. 핀란드에서도 늙은 할머니들이 버스에서 가끔씩 궁금해하고 외로워서 말을 걸어오기 때문에, 말 걸고 관심을 갖는 건 큰 차이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친구들과 함께 계곡에서 쉬고 있다가, 내가 더 좋아 보이는 곳에 앉으려고 계곡을 넘어가려는 순간 그 계곡에 있던 모든 아줌마 아저씨들이 나에게 소리 내어 가지 말라고, 조심하라고, 미끄럽다고 말했다. 내가 아무리 괜찮다고, 바로 저기로 갈 거라고 안심시켜도 소용없었다. 이들은 내가 그들 눈 앞에서 미끄러져 다칠까 봐 생전 처음 보는 20대 여자아이를 걱정하고 있었다. 한두 명이 아닌 그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있던 약 스무 명 넘는 어른들이 말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싫었다. 내가 움직일 자유도 안 주는 사람들 같았기 때문이다. 남의 눈치를 보게끔 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모든 것에는 좋고 나쁨이 공존한다.
내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다시 앉으려 하는 순간, 나와 친구들 옆에 앉아있던 아주머니 두 분이 옆으로 움직여 자리를 조금 내어주시면서 나보고 그곳에 앉으라고 하셨다. 앉고 나니, 그 두 분은 밥은 먹었는지, 배고프진 않는지, 여러 가지 물어보시고는 자신들이 가져온 주먹밥과 과일들을 나눠주셨다.
관심과 참견은 한 끗 차이인 듯하다. 그 거리감의 차이는 생각보다 오묘하고 헷갈린 것이다.
좋게 말하자면 핀란드는 나에 대한 참견이 없고, 한국에는 나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많다.
나쁘게 말하자면.... 아니다. 나쁘게 말하지는 말자. 이건 그냥 사람 사는 것이고, 그저 다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