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에서 살아남기 - 9화>
유럽의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이번 주는 스키 방학이다.
스키 방학이란 무려 일주일 동안의 휴일이며, 이름 그대로 스키를 타며 쉬도록 하는 방학이다. 내가 아는 많은 친구들은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스키를 타거나 다른 겨울 스포츠를 즐기며 일주일 동안 쉰다. 물론 그중에 나처럼 특별히 놀러 다니지 않고 다음 주를 준비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유럽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알프스로 가서 일주일간 스키를 타며 논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3월에 학교가 시작하니까, 알아서 스키를 탈 수 있는 겨울방학을 즐길 것이다.
나도 일주일 동안 알프스를 가진 않겠지만, 날씨나 눈의 질이 좋다면 주변에 작은 스키장에 가볼까 생각 중이다. 무려 이름부터 스키 방학인데, 스키를 한 번 정도는 타 줘야 되지 않을까? 물론 나는 스노우보드를 타지만.
핀란드는 눈이 많은 북유럽 나라답게 겨울 스포츠가 다양하다. 산에서 내려가는 다운힐 스키뿐만이 아니라, 크로스컨트리 스키 또한 대부분 사람들이 타는 것을 즐긴다. 나도 핀란드에 와서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처음 접했고 정말 힘들면서도 재미있는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5 km 정도 트랙을 가다가 매점 같은 곳에서 따뜻한 음료와 도넛을 먹으면 정말 꿀맛이다. 그리고 에너지를 다시 충전한 뒤 나머지 5 km를 돌아온다. 뭔가 뿌듯하고 건강해진 기분이다.
내 주변에 있는 다운힐 스키장은 사실 매우 작다. 산을 타고 내려온다기보다 큰 언덕을 타고 내려오는 느낌이다. 전부 타고 내려오는데 1분도 걸리지 않는다. 이 곳에 특별한 점은 바로 리프트다. 앉아서 타고 올라는 리프트가 아닌 붙잡거나 다리에 걸어서 끌려가는 리프트이다. 거꾸로 된 T가 밧줄에 매달려있는데, 스노우보더들은 이 T를 다리에 걸어서 스노우보드를 타고 올라가고, 스키를 타는 사람들은 T의 한 부분에 걸터앉아서 올라간다.
처음 이 '리프트'를 봤을 때 정말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이걸 어떻게 타고 올라가는 거지? 리프트 옆에 잘생긴 직원이 도와주겠다며 침착하게 다리에 빨리 걸면 된다고 해서 시도했지만... 역시나 첫 번째 시도엔 올라가다 넘어졌다. 그 이후로는 한 번도 넘어지진 않았지만 언제나 긴장하고 리프트를 탄다. 이 스키장은 내려가는 것보다 올라가는 것이 훨씬 어렵다.
겨울 스포츠라 하면 스케이트 또한 있는데, 나는 핀란드에 온 이후로 스케이트를 총 5번 탔다. 그리고 이 중 두 번은 언 호수 위에서 탔다. 한국에서는 늘 잘 관리된 실내 스케이트장에서 탔었는데, 얼린 호수라니. 처음엔 바닥이 매끄럽지 않아 당황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쌩쌩 잘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고 자신감을 얻어 나도 열심히 타기 시작했다. 호수 위 스케이트 장의 좋은 점은 매우 길고 넓어서 타는 데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탔던 곳은 트랙이 거의 1 km 넘어서 한 바퀴를 도는 데 몇 분이 걸렸다. 실내 아이스링크처럼 빙빙 도는 것과는 매우 달랐다. 하지만 반대로 안 좋은 점은 늘 불안하다는 점이다. 호수에서 타던 어느 날 쿠구궁 소리가 들렸었다. 얼음이 깨지는 소리였다. 깜작 놀라서 주변을 봤더니 다들 한 번 멈칫한 다음 다시 또 쌩쌩 달리더라.
겨울에 핀란드에 오게 되면 스키, 스케이트뿐만이 아니라 스노우슈잉 (snowshoeing), 썰매 타기 등등 다양한 즐거운 겨울 스포츠를 즐겨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