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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ny C Feb 19. 2019

핀란드에서 영어로 중국어 배우기

<핀란드에서 살아남기 - 8화>

나는 언어를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핀란드까지 와서 나는 영어로 중국어 수업을 듣고 있나 보다.

중국어는 언젠가 배워보고 싶은 언어이긴 했지만 핀란드에서 배우리라 생각하진 못했다.


재밌는 일화를 말해보자면, 역시 발음에 관련된 이야기다. 중국어에는 특유한 병음에 따라 올바른 성조로 읽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외국인들이 힘들어한다. 내 중국어 수업에 있는 많은 핀란드인 학생들은 j, q, 그리고 z를 구별하기 힘들어했고 zh, ch, 그리고 r도 힘들어했다. '엉'소리가 나는 'eng'도 늘 '엥'이라고 발음한다. 이 와중에 중국인 못지않게 발음을 매우 잘 해내는 핀란드 친구도 반에 한 명 있다. 하지만 중국어 병음을 읽는 것을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훨씬 많다. 예를 들어 숫자 18은 중국어 병음으로는 'Shiba'라고 표기하고, 대략 '쓔빠'라고 발음한다. 하지만 이 '쓔빠'를 한 학생이 내 뒤에서 너무나도 자신감 있는 큰 목소리로 '씨바'라고 하는 순간 수업시간에 어깨를 들썩이며 웃음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이상한 성조로 읽었는데, 그 짧고 굵은 '씨바'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핀란드에는 아시아 문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여럿 있다. 핀란드 문화와 다르지만 고유하고 특이해 보이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건지, 각자 세세한 이유는 있겠지만 한국인으로서 보면 신기한 느낌이 많이 든다.

내가 듣고 있는 중국어 수업은 대부분 핀란드 학생들이고, 그중에 많은 학생들이 일본어도 배우고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어 수업은 개설되어있지 않다). 물론 언어가 관련성이 많아서 같이 배우는 것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아시아 문화에 관심 있어하는 게 확실하다. 그래서 선생님도 늘 유튜브에서 중국 문화에 대한 영상을 찾아서 보여주려 한다. 그 수업에 '비 핀란드인'은 나와 베트남 학생 두 명인데, 우리들에게도 문화적인 내용이 나오면 한국이나 베트남은 어떤지 꼭 물어본다. 관심을 가지고 다름을 인정해주는 게 마음에 들었다. 긍정적인 흥미라고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최근에 중국어 선생님이 구정에 수업을 하지 않고 한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중국인 친구들과 함께 중국의 문화를 알리는 워크숍이었다. 서예, 묵화, 마작, 중국 매듭 (Chinese knot) 만들기, 그리고 중국 간식 코너 등등 만들어 돌아다니며 즐길 수 있었다. 랜덤 뽑기로 화궈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상품까지 준비해주었다. 이 워크숍은 문화를 긍정적으로 전파하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했다. 처음 보는 신기한 문화를 어떤 이가 보기에도 큰 어려움이나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 그리고 다름을 비교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 서로의 다름을 무서워하거나 상대하기 힘들어하는 사람 또한 많기 때문이다.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세계는 매우 넓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럴 수도 있구나' 한 마디의 힘이랄까. 그러니 누군가에서 나와 다른 모습이 보일 때, 살면서 뭔가 불편함을 느낄 때, 그리고 뭔가 내 마음대로 안 될 때 모두 한번 외쳐보자.


그럴 수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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