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최소 네 번은 일기를 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처음은 네00의 이벤트성 메시지와 큰 아이의 권유에서 시작되었다. 지난 기록을 읽으며 아이들의 경험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두 번째, 이독을 하면서도 새롭게 다가왔다.
사람은 잊지 않으려 기록한다. 기록을 통해 '나'를 돌아보기도 하고 그것을 통해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기도 한다.
주변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지만, 글을 읽고 생각을 나누며 가끔은 나에 대해 몰랐던 부분들을 알아가기도 하고 주변을 통해 깨달음을 문득 갖기도 한다.
오랜 지인들이 불현듯 뜬금없는 안부를 물을 때면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생기는지 마음이 무겁다.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왜 하고 있는 거지? 해서 무엇을 하려는 거지?'라는 질문을 계속 되풀이하기도 한다. 딱 이번 주가 그런 주간이었다.
"요즘은 거의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 일기를 쓰면서, 문장을 쓰는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푼다. 소설 문장을 쓰느라고 긴장한 뇌를 이리저리 풀어준다는 느낌으로, 아무렇게나 쓴다. 하지만 어느 날엔 문득 용기가 사라지고 그런 날엔 소설도 일기도 쓸 수 없다. 그럴 땐 음악의 도움을 받는다. 다른 사람이 애써 만들어낸 것으로 내 삶을 구한다." _p.19
책을 읽는 이유는 글쓰기 능력을 향상하고 싶은 것이 주된 이유였지만 지금은 그 책을 통해 동병상련의 마음을 느껴서 좋다.
"잘못을 저지르면 매우 엄하게 혼났기 때문에 어릴 적 나는 내 부모를 훌륭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잘못'의 영역에 제한이나 기준이 딱히 없었으며 체벌의 강도나 형태가 이상하게 일그러져 있었다는 점은 어른이 되고서야 알았다." _p.51
이 책에서는 '혐오'에 대한 글도 여럿 나온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과연 우리가 하는 게 상대에게 무엇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드는 여러 장면들이 나온다.
"--- 그의 혐오가 확실히 전달되었는지를 확인하려는 것 같았다." _p.70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비난할 때도 있고 비판할 때도 있다.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타인의 삶과 죽음을 자기 삶의 지표로 삼는 일에 나는 반대하고 있지만, 어떤 삶과 죽음은 분명 신호이자 메세지이고 그것을 신호이며 메세지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삶은 늘 있다. 이때 발신자는 살거나 죽은 사람이기보다는 우리가 속한 사회다." _p.74
이런 작가들은 글에 한마디 펑! 하고 이런 말도 쓸 수 있구나, 를 생각하며 부럽기도 했고 멋지다, 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그 상황과 마음이 이해가 쉽게 되었다.
"지난 7년 동안 나와 동거인의 시위 집회나 광장의 경험은 거의 모두 세월호와 관련되었다. 2019년에 광장에서의 경험이 반영된 이야기를 책으로 냈을 때 광장에서 무엇을 느꼈는지를 묻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많이 추웠고, 많이 더웠다, 라는 말밖에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었다. --- 할 수 있으면 겪고 싶지 않을 정도로 춥고 덥고. 추운 곳에서는 아 씨발 춥다고 더운 곳에서는 씨발 덥다고 웅크린 채로 그런 장소를 이미 일상으로 겪는 삶과 그 삶을 그런 일상으로 내몬 사람들의 구조를 생각했다." _p.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