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사랑하세요
바닥난 체력을 마주하고 드는 생각
의자에 비스듬하게 앉아서 일어나지 못하는 나를 보고는 나이가 지긋한 처음 뵙는 분이 "얼른 물 마셔~ 나도 운동 안 했으면 저렇게 됐어~"라고 나를 내려다보며 말씀하셨다.
체력이 바닥나버린 걸 깨달은 건 최근이다. 경험담에 대해 쓰는 건 식은 죽 먹기일 줄 알았다. 그것도 아이들을 키운 경험담이지 않는가. 사교육을 시키지 않은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것도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런 아이들과 엄마의 신념이지 않는가. 논문도 썼겠다(사실 논문을 쓰면서 상당히 힘들었다. 그 이유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금방 쓸 줄 알았다.
당연히 매일 앉아서 글을 읽었다. 몇 년이 지났다. 경추 4-5번이 너무 아파서 그냥 쉬라는 의사샘의 조언대로 나는 푹 쉬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이 도전에 사실 나는 아직도 제자리다.
고민이 구만리였다. 어떤 장르로 써야 할지, 지구의 절반도 읽지 않는 이 책을 내가 써야 할 이유를 스스로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내가 왜 써야 할지도, 내 이야기는 어디까지 써야 할지 나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에 대해, 내가 왜 전공을 뒤로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 거기다 타겟층을 어떤 사람들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까지 고민할 게 구만리였다. 사실 지금도 명확히 딱 하나! 이런 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걸으면 머리에서 정리가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시간이 날 때마다 걸었다. 한 여름에도 1시간을 넘게 걸어봤다. 덕분에 얼굴에 깨들이 생겨버렸고 차고에 있는 차는 움직일 일이 거의 없이 쉬고 있다. 저 녀석도 나처럼 체력이 바닥나면 어쩌지..
올여름에는 체력을 쓸 일이 있다. 중학교 3학년에 한국학교를 나온 큰 아이 (한국 학교를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큰 아이는 내게 너무나 큰 존재였고 자랑이었다)가 졸업을 한다. 어디서나 모범이 되는지 성적도 좋고 조기졸업도 버클리대학에서나 지금 있는 이 대학에서도 한다. 코시국이라는 걸 감안해서.
나는 감사한 마음을 담아 큰 아이의 교수님들께 인사도 드려야 한다. 그래서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우선 생각보다 몸이 불었는지 예전 옷이 찡긴다. 워낙 체력이 좋기로 소문난 사람이라 30-40분 하는 이 운동이 얼마나 큰 일이겠나 싶었다.
사실 전조증상은 꽤 있었다. 몸에 알레르기 반응이 생긴다거나 사람이 밀집한 지역에 있으면 코로나에 걸린다거나. 1년에 한 번도 감기에 걸리는 적이 없었는데..
아뿔싸.
내 몸에 '저질'이라는 걸 붙일 줄이야. 내 체력이 바닥이 나버렸다. 한마디로 저질체력이 된 것이다. 순간 힘을 써야 하는 근력운동에 내 심장이 무리가 왔는지 중간에 여러 번 쉬었다. 2-3일을 이러니 뭔가 문제가 있다 싶었다. 그렇다고 내가 드는 그 무게가 무겁지도 않다.
건강을 지켜야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버티려면 체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동시에 욕심을 내려놔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를 좀 더 사랑하자고 내게 말한다.
오늘도 사랑하자~ 사랑하세요~
그리고 항상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