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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도슨트 임리나 Apr 06. 2021

암경험자의 지금은....

시간은 흐른다

가끔 아침에 눈을 뜨면 ‘이게 현실인가?’라는 의문이 드는 비현실감이 나를 압도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주변을 돌아보며 익숙한 나의 집이라는 것과  남편과 아이의 움직이는 소리를 들으며 현실감각을 느끼려고 애써 본다.

‘그래, 내가 아직 살아 있는 거 맞지.’라며 내 삶이 과거부터 쭉 이어져 오는 것이고 내가 삶의 과정에 있다는 걸 의식적으로라도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분명히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다.


암수술 , 내게 신체적으로 나타난 증상은 화장실에 자주 가야만 한다는 것인데 이로 인해 나는 시간 외출을 꺼리게 되었고 여행도 가고 싶지만 가까운 곳의 호텔 정도만   다녀온 정도였다.

신체적인 변화는 어느 정도 각오한 것이지만 정신적인 변화는 예측하지 못한 것들이라 낯설기만 하다.


암 선고를 받고 ‘나는 죽는 건가?’이런 걱정과 절망감에서 수술 직전에는 제발 수술이 잘되기를 그래서 빨리 회복되기를 바랐고 수술 후에는 이제 회복되면 모든 게 예전처럼 돌아올 것이라 기대했다.

물론 신체적으로는 많이 회복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가끔 드는 비현실감이 스스로도 신기하다. 그리고 그 비현실 감은 바쁠 때보다 한가할 때 드는 것 같아서 스스로 바쁘게 만들고도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런 나에게 현실감이 들게 하는 것이 있으니 다름 아닌 갱년기 증상이다.


  전부터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려서 당황스러울 때가 많았다. 그것은 외부의 온도와 상관없이  몸이 맘대로 더웠다 추웠다 하니 혹시? 갱년기?’라고 생각하다가 유방 정기 검진에 갔다가 의사한테 물어보니

“당연하죠. 인터넷만 찾아봐도 나오잖아요. 갱년기 증상.”

라고 가볍게 말해서 신중하게 갱년기를 의심하던 내가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조금 억울한  암으로 고생했는데 갱년기는  천천히 와주지 싶었는데 이제 한숨 돌렸다 생각한 순간 갱년기가 찾아왔다 생각하니 인생은  뜻대로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갱년기는 사람마다 증상도 다르고 기간도 다르다는 선배분들의 설명을 들었고 갱년기는 걸리는  아니라 동반자 같은 거라는 설명에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지만 이제 하루에도  혼자만의 여름과 겨울을 오가는 낯섦에 당황스럽기만 하다.


내 나이가 되면 인생을 카운트하는 방식이 ‘얼마나 남았나’라고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면 시간이 얼마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래서 내 주변 사람들과 더 많이 얘기하고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며 살고 싶다.

호랑이는 가죽은,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하는데 나는 사람은 ‘기억 남긴다고 생각하고  기억이 아름다운 추억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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