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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도슨트 임리나 Apr 21. 2021

산 자의 집청소(feat. 죽은 자의 집청소)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367465

요즘처럼 책을 많이 읽을 때는 책이 스쳐지나가는 느낌이 든다. 좋았던 책이든 마음에 들지 않았던 책이든 마음에 머무는 시간은 짧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계속 곱씹게 되는 이유는 내가 잊었던 과거의 어느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기억을 글로 남기려고 브런치에 적는다. 이렇게 기록하지 않는다면  잊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오히려 잊어야 좋은 기억이 아닐까 싶기도 지만 말이다  


독서 모임을 할 때 천경호 선생님이 나에게 책 중에 어떤 에피소드가 기억이 남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서슴없이 화장실 관련 부분이라고 했다.

이유는 아마도 작년에 대장암에 걸렸을 때부터 수술이 끝나고 10개월이 되는 지금도 아직 화장실이 불편하기 때문이 아닐까 었다  

나는 아직도 하루의 많은 시간을 화장실에서 보낸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그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화장실에 꼭 핸드폰을 들고 간다.

나의 상태를 아는 딸아이도 내가 아이와 공부를 하다가 혹은 놀다가 '엄마, 화장실'이라고 하면 아무 불평없이 가라고 한다.


 외에 다른 에피소드들에서 공통점을 느꼈는데 자살하는 사람들이 주변 정리를 깔끔하게  거라는 나의 생각과 달리 쓰레기더미 집에서 자살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아니면 깨끗한 집은 청소할  없으니 에피소드에 등장하지 않는 걸까 싶지만 어떻게 그런 곳에서 사람이 살았을까 하는 곳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쓰레기집.....

나는 그런 잡을 볼 때마다 놀라며 나는 그런 적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남편과 마지막으로 살던 집이 그랬다.

혼자가 아닌 두 사람이나 살고 있는데도 엉망진창이었다.

지금은 그 당시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나는 남편과 헤어지고 싶었고 결심을 굳히고 친정에도 통보를 했다.

그러던 얼마  시할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나는 문상을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하며 엄마한테 물어보니 가는  좋겠다길래 나는 엄마에게 시어머니한테 내가  이상 살지 않겠다는 얘기를 해달라고 했다. 아마 그 기회가 양가 어른이 만나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던 것 같다  지방에 사는 시어머니가 서울로 올라오셨으니 말이다  

나는 엄마와 그렇게 약속을 했다고 생각하고 엄마와 여동생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문상을 갔다. 원래는 손주 며느리고  자리를 지켜야 했지만 시어머니는 일하는 며느리라며 인사만 하고 가라고 했다. 시어머니는 아직 우리 얘기를 모르고 있었고 나는 장례식장에서 만난 손위 형님에게 이혼을 결심했다는 얘기를 전했다.

  때는 초상집에서 굳이  이혼 얘기를 꺼냈는지 모르지만 그만큼 내가 절실했던  같다.

그리고 시어머니와 인사를 하고 나오는 엄마를 기다렸다가 물었다.

"얘기했어?"

엄마는 얘기하지 않았다고 대답했고 나는 굉장히 실망을 했다.

그 대답을 들은 나는 떼를 쓰는 어린 아이처럼 아스팔트에 누워서 '나는 더 이상 못산다'고 울부짖었다.

'제발 나 그만 살게 해줘.'라면서 말이다.

희한하게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창피하다는 생각조차 없었다.

정말 미친년이 된 것 같은 상황이었다.

그런 내 모습에 엄마는 알았다고 우리 집에 가서 짐싸서 나오자고 했다.

나는 그 즉시 남편과 살던 집으로 갔는데 그 집을 본 엄마와 여동생은 놀람을 금치 못했다.

방바닥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광경을 본 여동생이 쓰레기 봉투를 사와서 쓸어담기 시작했는데 100l짜리 두 개를 버렸던 기억이다.

그리고는 바로 아래집 식당에서 나는  집을 나왔다는 해방감에  엄마와 여동생은 청소를  피로감에 맛있게 식사를 했었다.

집 상태가 구체적으로 어땠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남편과의 관계가 나빠지면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나는 집안 일은 전혀 하지 않았고 그 당시 남편은 나보다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았음에도 집안 일을 전혀하지 않았다.

그렇게 쓰레기집이 되어갔던 상황이 나에게도 있었고 결국 집을 그렇게 만들어놓고는 자살이 아닌 탈출을 했던 셈이다.

막상 나의 기억을 오르니 쓰레기집에서 자살을 하는 심정이 이해가 갔다.

쓰레기집을 만들어 놓고 그 집이 좋을리도 없고 또 그 집을 개선할 의지도 없고 오로지 나처럼 탈출하고 싶었는데 탈출 방법을 몰랐다거나 갈 곳이 없었던 게 아닐까.

그렇게 그 집에서 탈출한 나는 친정에서 약 한 달간 생활한 후에 오피스텔을 구해서 혼자 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깨끗하게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다시는 쓰레기집을 만들지 않았다.


책에 나오는 사람들이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라고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나를 떠올리게 되는  책의 힘이 아닐까.

그 당시 어쩌면 나는 죽은 자의 집 청소가 될 뻔한 게 아닐까 생각하니 아찔하다.

살아서  집을 나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다.

오늘도 나는 조금이라도 ‘산 자의 집 청소’를 한다  ‘죽은 자의 집청소’가 되지 않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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