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카이노-<<파친코>> 선자가 살던 곳

조선 사람들이 돼지를 키우며 살던 일본 속 조선

by 북도슨트 임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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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이노 : 일본 속 작은 제주저자조지현출판각발매2019.02.05.







우리 세대는 외국을 생각하면 '여행'이나 '유학'의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외국을 드나들고 있지만(적어도 코로나 전까지는 그랬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1988년까지는 해외 여행이 허가제였다.


그래서 여권을 만들기도 어려웠을 뿐더러 해외에 나가는 일은 극히 소수, 일부 특권층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잘 나가는 사람들이 외국을 나간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조금만 더 과거로 가보면 우리 나라 사람은 일제시대부터 해외 이주를 하게 되었는데 이 당시는 여행은 꿈도 꾸기 어려웠던 시절이었고 생존을 위한 '이민'이 대부분이었다. 파친코 속 선자도 그렇지 않은가. 오사카를 동경하는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살기 위해서 일본행을 선택한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처음 이민을 갔다는 '하와이'도 그렇다. 지금은 와이키키 해변이 떠오르고 신혼 여행을 간다고 하지만 일제 시대에는 돈을 벌러 사탕 수수 농장에 일을 하러 가는 곳이었다.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가 쓴 '파친코'에서는 선자가 남편과 함께 오사카로 떠나 처음 정착하는 곳이 '이카이노'이다. 책에서 묘사되는 '이카이노'는 아주 지저분하고 조선인들이 돼지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또 여기서 '돼지'를 만났다.


돼지 농장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닌 주거 공간에서 돼지와 생활한다는 몇 줄 안되는 책 속 묘사에서 놀라웠다. 지금의 생활로서는 '인간이하의 삶'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이카이노'라는 마을 이름조차 '돼지의 들판'이라는 뜻의 일본어이다.


'이카이노'의 역사는 백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백제 사람들이 일본에 건너와 돼지를 기르며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일제시대에 이곳에 온 사람들은 제주도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카이노'라는 사진집에는 '일본 속 작은 제주'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1960년대를 찍은 이 사진 속에 돼지는 보이지 않는다. 이미 돼지를 기르던 시절은 지났을 것이다.


하지만 조국을 떠나 고단한 이방인으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흑백 사진으로 담겨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사실은 돼지를 기르는 것만이 아니라 도축까지 했다고 한다. 도축으로 인한 냄새와 돼지의 부산물들이 여기 저기 있지 않았을까. 그러니 '빈민가'로 취급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이카이노'라는 지명은 이미지가 안좋아서 쓰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는 '이카이노바시'라는 다리 이름만 남아 있다고 한다.



이제는 돼지도 남아 있지 않고 돼지를 뜻하는 지명조차 사라졌지만 그 시대를 살던 분들의 생각과 마음들은 어떻게든 후손으로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자이니치'란 이름으로 오늘을 살고 있을 것이다.



나는 사진집에서 보이지 않는 '돼지'를 상상하며 이주민들의 '삶의 수단'이 되었던 '돼지'와 그 때 그들의 삶은 떠올려본다.


우리의 역사와 삶 속에 아주 가까이 있던 돼지를 기억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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