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는 어떻게 태어나서 어떻게 자라고 있을까?
희한한 일이었다. 돼지 고기는 흔히 볼 수 있지만, 살아 있는 돼지를 볼 수 있는 곳은 주변에 없다.
삽겹살을 비롯해 제육볶음, 돼지국밥, 두루치기, 돼지불고기, 돈까스, 목살 스테이크, 김치찜, 카레 등등 수 많은 요이를 자주 먹고 있지만, 그 많은 돼지 고기가 어디서 오는지 돼지를 어디서 키우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기도 했다.
돼지 농장을 지나가다라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매일 식탁에 오르고, 마트에 가면 진열되어 있는 그 돼지 고기가 되는 돼지들이 어디서 자라고 있을까?
그 의문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게 된 책이 독서모임에서 읽게 된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였다.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저자이동호출판창비발매2021.06.01.
이 책의 저자는 스물여덟이라는 젊은 나이에 귀농을 했고 채식주의자가 되었고 어느 날, 돼지를 키우기로 결심한다.
나는 이 저자의 기록을 통해 돼지를 키우는 간접 경험을 조금이나마 할 수 있었다.
이 분이 살고 있는 곳이 바로 국내 최대 돼지 사육지가 있는 곳이라고 했다. 충청도라고만 언급되었는데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어디인지 알게 되었다. 그런데 가장 먼저 언급하는 얘기는 돼지 사육을 하는 동네에 악취가 심하다는 것이었다. 내가 찾아본 기사에서도 악취 해결에 대한 문제로 기사가 나기도 했다.
지난 글에서도 조선인들이 돼지를 키웠다는 '아키이노'에 대해서 악취가 여러 번 언급되었다.
어쩌면 이 악취라는 것이 돼지를 직접 키워야만 알 수 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
저자는 수의학과가 있는 대학교에서 돼지 세 마리를 얻어오게 된다. 그러나 돼지를 데려 오는 일부터 만만치 않았다. 이야기 속 '아기 돼지'가 아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가장 먼저 접한 돼지는 진짜 돼지가 아니라 '아기 돼지 삼형제' 그림책으로 본 귀여운 아기 돼지 '그림'이었으니 우리는 평생 진짜 아기 돼지를 접할 일이 없으면 아기 돼지를 작고 귀엽다고만 생각할지도 모른다.
돼지란 강아지를, 고양이를 품에 안 듯 그렇게 데려올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장정 여러 명이 달려 들어 겨우 아기 돼지를 데려왔고, 아기 돼지의 축사를 만드는 것부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어렵사리 키운 돼지를 마지막에 잡는 일까지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우리가 돼지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그리고 돼지를 기르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말이다.
어쩌면 아이를 키우면서 '사람 하나 키우기 어렵다'란 생각을 많이 했는데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을 기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돼지고기를 먹기 위해 돼지 고기를 사고 요리를 하고 어떻게 해야 맛있는지 레시피를 검색하는 동안 식탁에 오르는 돼지 고기가 되기까지 돼지는 얼마나 많은 과정에서 또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는지 모르는 채 먹고 심지어 행복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이 책에서 돼지를 죽이는 장면도 나온다. 그런데 저자는 차마 죽이지 못했고, 동네의 다른 청년의 도움을 받아서 처리할 수 있었다. 어쩌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키우는 돼지를 나중에 죽여야 할 텐데...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결국 스스로 죽이지 못하는 장면을 보니 생명을 죽이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가 떠올랐다. 마크 주커버그는 취미가 샤낭이고 자신이 잡은 고기만 먹는다고 했다.
어쩌면 그것이 동물에 대한 예의일 수도 있다.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그것을 자신이 먹는 것 말이다.
이 책의 저자도 그렇게 얘기했다.
동물을 학대하는 축산 방식이 문제라면,
좋은 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란 동물의 고기를 먹으면 괜찮지 않을까?
어쩌면 그게 ‘자연의 섭리’ 아닐까?
그러나 저자는 여전히 아무리 그렇게 자란 동물이라도 먹는다는 게 괜찮은 걸까? 라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어쩌면 '채식주의자(비건)'이 환경 보호 운동의 실천으로 얘기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얘기도 많다.
나도 그랬다. 사람 1명당 7마리의 닭이 키워지고 있다는 얘기에 한 동안 닭을 먹을 수 없었다. 그러나 평생 고기를 안 먹는다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인간이 잡식성이라는 본능을 타고난 만큼 고기에서 얻는 에너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특히 비건으로 임산부가 되어 영양 결핍이 되어 아이에게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래서 저자도 극단적인 대안보다는 선호하는 부위 보다는 비선호 부위를 먹는다면 돼지를 조금 적게 죽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대안을 제안한다.
나는 인간의 가장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가 '먹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선택이 아니라 본능의 문제이니 말이다.
이런 본능을 해결하면서도 자연과 공존하는 방향의 해결책을 고민하는 게 인간의 지성이며 도덕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나는 돼지고기를 먹는다.
어쩔 수 없어서라고 생각하기 보다 나의 생명을 위해 희생하는 또 다른 생명에 미안하고 감사함을 잠시나마 생각하며 이런 글로 남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