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노동과 생츄어리

고기가 되는 돼지vs살아남은 돼지

by 북도슨트 임리나


처음에 막연히 '돼지'에 대해서 쓰겠다고 했을 때, 그 끝이 어떻게 될지는 저조차도 몰랐습니다.


이런 저런 글에서 혹은 책에서 영화에서 만나는 '돼지'들을 찾아보고 때론 분석도 하다보니


이제는 머릿 속에서 상상의 돼지가 아닌 실체의 돼지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돼지들이 인간의 식용으로 길러지고 있습니다.


이렇게만 알고 있으면 동물의 불쌍하고 동물의 권리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동물을 먹지 말아야 하는 채식주의자로 결론이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돼지가 길러지는 농장의 실제 여건을 알게 되니


'돌봄 노동'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많은 동물을 길러야만 수익을 낼 수 있고


또 그 많은 동물을 돌보는 인력을 풍족하게 고용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러니 한 두명이 엄청나게 많은 돼지(동물)들을 돌보게 됩니다.


말대로 돼지(동물)는 생명체입니다.


생명체는 24시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생명들을 돌보는 인간은 현저히 부족하지요.


그러니 최소한의 생명을 유지하는 환경에서 자라게 됩니다.



저는 그래서 동물도 불쌍하지만 최저임금 정도로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나, 돌봄 노동을 해본 사람은 압니다.


시간이 정해서 끊어서 할 수 없는 일이고 항상 강도 높은 노동력을 요구한다는 것을요.



인간이 인간을 키우는 것처럼 보살피고, 배려하고, 개인의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방식으로는


동물을 키울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단순히 동물을 먹어서 불쌍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인간의 식용을 위한 생명체를 길러내는 시스템 속에서는 동물도 인간도 최소한의 권리를 찾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런 상황은 전 회에서도 소개한 고기로 태어나서(한승태, 시대의 창. 2018)에 잘 나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식용으로 길러지지 않는 돼지를 찾을 수 있을까요?



네. 찾을 수 있었습니다.



2020년에 도축장으로 끌려가는 돼지를 공개구조해서 만든 '새벽이 생츄어리'가 있습니다.


우리 나라 최초의 생추어리이고 하나만 있습니다.


생추어리에 대해서는 전 회에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눈치채셨듯이 '새벽이'는 돼지입니다.


새벽이가 살고 있는 곳이 '새벽이 생츄어리'입니다.


'생츄어리'는 동물들이 아무런 목적 없이 사는 곳입니다. 어떤 용도로 쓰여질 동물이 아니라 그냥 늙어 죽을 때까지 사는 곳이지요.


새벽이 생츄어리 홈페이지


https://www.dawnsanctuary.kr/index.html


이곳에서 돼지 한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쓸 당시는 새벽이만 있었는데 현재는 잔디까지 두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돼지 한 마리를 기르기 위해 공간을 마련하고, 집을 만들고, 자원활동가를 뽑고, 기부를 받고 하는 과정들을 보면서 저는 생명을 돌본다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또 느낍니다.


어쩌면 천만마리의 돼지가 식용으로 길러지는 환경 속에서 유일하게 한 마리만 제대로 된 삶을 보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아이들의 그림책 속에서, 혹은 은유적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돼지'를 이야기 하지만 현실에서 돼지는 그저 식용으로 길러질 뿐이었습니다.



아마도 이 간극을 매꿀 수 있는 게 '새벽이 생츄어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그래서 돼지 농장의 이야기도 또 새벽이 생츄어리도 함께 지켜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상반되는 두 곳이 어쩌면 나중엔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처음 시작할 때는 몰랐던 우리 나라 최초의 '생츄어리'를 알게 되고 또 소개하게 된 것이


이 여정의 끝맺음이 되었습니다.


돼지의 삶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한 글이

인간도 동물도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대한 의문이 된 것만으로도

앞으로의 제 삶이 조금은 달라질 것 같습니다.


또한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어떤 결론보다

제가 가지는 의문을 공유한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p.s: 마지막으로 그림을 그리는 돼지 피그카소를 소개합니다.

https://youtu.be/SCtrdkI67mk?si=E9vD2BGWd6J4aD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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