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의 현황을 이렇게 모르고 있었다니...
처음에 막연히 '돼지'에 관해 글을 쓰려고 시작했을 때, 그 끝이 어디로 향할지는 나도 몰랐다.
'돼지'에 대해 잘 알기도 전에 '비건(나에게는 요즘 단어처럼 느껴지는)'이란 말을 더 먼저 생각했고
막연히 나는 '비건'이 될 수 없어. 고기를 얼마나 얼마나 좋아한다고. 하는 정도로 모든 생각과 결정을 유보해 두었다.
돼지가 인간과 가장 가까이 있는 형태는 '고기'다.
오늘도 나는 김치 찌개 속의 돼지 고기를 먹었다.
그렇지만 눈 앞에서 제대로 돼지를 본 적은 없다.
이 전 글에서 소개했지만, 애니메이션에서 본 돼지가 가장 많다.
그리고 직접 돼지를 볼 수 있는 곳도 모를 뿐더러 찾을 생각도 없었다.
다만, 매주 글을 쓰면서 내가 돼지의 어딘가에 닿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한승태 작가의 '고기로 태어나서'라는 책을 만났다.
고기로 태어나서저자한승태출판시대의창발매2018.04.27.
이곳에서 비록 글이지만 고기가 되는 돼지의 실제 모습들을 '글'로 읽을 수 있었다.
돼지는 6개월이면 도축된다는 것, 수컷 돼지는 고기맛을 위해 거세된다는 것, 집단으로 기르기 때문에 서로 싸우지 않도록 꼬리와 이빨을 자른다는 것. 어느 정도는 내가 사전 지식을 갖고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외에 생명이 아닌 '고기'라는 운명으로 돼지들이 어떤 식으로 태어나서 자라는지 적나라하게 알 수 있었다.
암퇘지는 즉, 새끼 돼지를 생산하는 돼지는 7번 정도 출산을 하면 '도태'된다고 한다.
'도태'라고 표현하지만 어떤 방식이고 어떤 의미인지는 상상하는 것이 맞다.
새끼 돼지들 중에 조금이라도 약한 것은 바로 도태시킨다고 한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니라 '수지타산'이다.
농장에서 가장 돈이 많이 드는 것은 '사료값'이라고 한다.
그러니 '사료값'만 축내고 결과적으로 상품이 되지 않는다면 손해가 되기 때문에 그런 돼지들을 일찌감치 골라내는 것이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이다.
돼지가 자라고 있는 환경에 대해서는 '상상이상'이라고 했다.
생각해 보면, 한 해에 천만마리가 소비된다고 하는데 어느 땅에서 그 천만마리가 자라고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답이 쉽지 않을까. 서울의 인구가 천만이다. 그 만큼의 돼지가 평지에 살고 있다면 우리는 서울시만한 땅을 돼지에게 내주어야 할지 모른다. 땅도 돈인데 그럴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누구에게 화살을 돌려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돼지를 길러 돈을 버는 농장주를 비난하려고 해도 그들이 없다면 사람들은 고기를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그들을 비난할 수 없다.
솔직히 동물원 동물이 불쌍하다고 하는 얘기는 참 많은데, 왜 식용으로 기르는 동물이 불쌍하다는 얘기는 한번도 나오지 않는지. 이 책을 읽으면 오히려 동물원 동물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어느 정도 허용된 면적도 있고 사육사도 있고 수의사의 돌봄도 받으니 말이다.(그렇다고 동물원을 찬성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 동안 동물원만 보고도 인간의 잔인함을 생각했다는 게 너무 무지했다는 생각일 뿐이다.
또한 동물만 불쌍한 것이 아니다.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수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 그들도 불쌍했다. 나는 동물보다 그들이 더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인간인데 그들이 동물보다 나은 대접을 받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어서이다.
내 입에 뭔가 쳐넣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동물과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나를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내일 식사를 위해 새벽 배송에 삼겹살을 담는 나.
미안함이어야 할까, 감사함이어야 할까, 죄책감이어야 할까.
어느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글을 마친다.
p.s: 그리고 <고기로 태어나서>는 추천합니다.
그렇게 돼지에 대해 찾아 해매던 나에게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었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