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츄어리를 아시나요?
어느 책의 표지를 장식한 돼지의 사진
이 사진집을 발견하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요즘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돼지'가 표지의 사진이었으니까.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돼지와 달랐다.
뭔가 매끈하지 않고 털이 좀 길고 눈매도 달라보였다.
나는 그저 좀 희귀한 품종의 돼지인가?
그렇게 생각하며 책을 집어 들어 보니
표지의 소개글에서 그 의문이 풀렸다.
마침내 나이 들 자유를 얻은 생추어리 동물들의 초상
<사로잡는 얼굴들> 책 표지 소개글 중
그랬다. 이 돼지의 얼굴은 열두살 돼지의 모습이었다.
돼지는 고기가 되기 위해 6개월만에 도축된다.
나도 전에는 이렇게 일찍 도축되는지 몰랐다.
돼지만이 아니라 닭도 100일 정도면 구이용으로 도축된다고 한다.
인간이 고기로 소비하기 위한 동물들은 빨리 도축되고 그만큼 또 빨리 키워야 한다.
그러니 동물들에게 '노화'는 허용될 수 없다.
인간이 '노화'를 개탄하는 것이 어쩌면 돼지에게는 사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츄어리는 동물원이 아니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생츄어리'의 뜻에 대해서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마도 나는 해외에 나갔을 때 '생츄어리'라는 단어를 많이 접했는데
그 단어가 무엇인지 찾아보지 않고 '체험형 동물원'으로 인지한 것 같다.
이것이 나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생츄어리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곳이 많다고 했다.
말대로 체험형 동물원으로 운영되는 곳도 많다고.
생츄어리는 원래 이러저런 이유로 버림 받은 동물들이 머무는 곳이고
이곳에서 그들은 어떤 목적도 없이 돌봄을 받고 있다고 했다.
동물들의 쉼터이자 보육원 같은 곳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책의 저자인 '이사 레슈코'는
생츄어리에서 나이든 동물들을 사진을 찍는다.
어쩌면 그 동물들은 생츄어리에 오지 않았으면 더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을 것이다.
인간이 생명 연장을 위해 의학을 발전시키고 있는 동안 동물들에게는 노화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것이다.
인간에게 '노화'는 부정적인 면만 부각되지 않는다.
나이들어 현명해지고 지혜가 생긴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동물들도 나이들어 지혜로워진다고 한다.
돼지의 이름은 바이올렛
표지의 사진 주인공인 돼지의 이름은 '바이올렛'이고
뒷다리 일부가 마비되어 태어났고 돌볼 수 없었던 보호자는 생츄어리로 보냈다고 한다.
나는 요즘 이 글을 쓰면서 돼지의 이름을 알게 되는 것이 좋다.
그저 막연히 '돼지'가 아니라 돼지의 이름을 알게 되면 더 이상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의미를 가지게 된다.
돼지는 가족이 죽으면 많이 슬퍼한다고 했다.
음식을 먹지 않거나 혼자의 공간에서 잠만 자기도 한다고 했다.
'아기돼지 베이브'에서 엄마가 도축장으로 끌려간 것을 베이브는 직감적으로 알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궁금했다.
한국에도 생츄어리가 있을까?
한국의 생츄어리 얘기는 다음 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