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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도슨트 임리나 Jan 15. 2024

개판에서 먹고살기

건식 사료, 습식 사료, 화식

개도 먹어야 산다.

너무 당연한 말이다.

직접 기르기 전까지는 '사료'를 먹이면 되나 보다 생각했다.

그리고 펫샵에서 받아온 '사료'로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어쩌면 '먹이'와 '식사'가 개와 인간의 차이가 아닐까 싶은데 어쨌든 개에게는 '먹이'란 말이 적당할 것 같다.


며칠 동안 개는 사료를 잘 먹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사료를 잘 먹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곳저곳 찾아보다가 딱히 아픈 곳은 없어 보여서 사료에 질린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사료를 세분화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펫샵에서 받아온 알갱이로 된 사료는 '건식 사료'로 분류되었다. 사람으로 치면 '콘플레이크' 느낌이다.

그다음은 주로 통조림에 들어 있는 '습식 사료'이다. 사람으로 치면 참치캔쯤 될까. 실제로 참치캔도 있다. 

그래서 습식 사료를 줘봤더니 건식 사료보다 잘 먹었다.

예방 접종을 하러 병원에 간 김에 의사에게 '건식 사료를 줄까요? 습식 사료를 줄까요?' 물었다가 잘 먹는 거 주면 된다는 우문에 현답을 들었다. 

그러다 또 습식 사료도 잘 안 먹는 때가 오자 나는 '화식'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를 키워본 엄마들이라면 쉽게 알 수 있을 텐데 이유식 느낌으로 음식을 만들어 냉동을 해서 배달되는데 건식이나 습식 사료와 달리 유통기간도 짧다. 그야말로 진짜 음식이다. 집밥 느낌이라고 한다. 

불에 요리를 한 거라 '화식'이라고 부른다. 


이 외에 직접 요리를 해서 먹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강아지 세 마리를 키우고 있는 사촌 동생은 3년간 직접 만든 요리를 먹이면 그 후로 사료만 먹여도 건강하다는 말에 3년 동안 주말마다 사료를 만들어서 냉동실에 보관해서 먹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10년이 넘은 지금 한 번도 아픈 적이 없다고 한다. 정말 지극정성이 따로 없다.


그렇게 일단 나는 '화식'에 발을 들였고 당분간 잘 먹는 듯했다. 그런데 또 화식에 물렸는지 잘 먹지 않았다. 

그러면 건식 사료도 먹여보고, 습식 사료도 먹여보고 돌려가며 먹여 보는데 입이 짧은 강아지라는 결론이....

더구나 성장이 느리다고 '간'이 안 좋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먹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반려견 여행 패키지에서 만난 분이 닭가슴살을 삶아왔다며 우리 강아지에게 주는데 잘 먹는 게 아닌가. 물어보니 닭가슴살을 그냥 물에 삶기만 했다는 거다.


그렇다. 내가 개를 위한 요리를 할 줄은 몰랐다. 요리라고 할 수도 없는 '닭가슴살을 삶기'이지만 이유식도 제대로 안 만들어 먹였던 내가 닭가슴살을 삶아 냉동시키고, 해동시켜 끼니때마다 주고 있다.

때마침 닭가슴살을 먹어본 우리 아이도 맛있다고 먹고 있다. 


재작년부터 키가 작은 우리 아이는 성장 호르몬 주사를 맞고 있다. 

개 덕분에 아이에게도 건강한 음식을 주게 된 것 같다. 

아이도 강아지도 키가 크면 좋겠다. 

 

비교하지 말라는데 비교된다. 물론 품종의 차이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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