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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도슨트 임리나 Jan 22. 2024

개모차가 유모차보다 더 많이 팔렸다고?

인생이 개판이 됐다 9


얼마 전, 반려견 유모차(펫모차)가 사람 유모차보다 많이 팔렸다는 기사가 나온 이후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유모차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개들이 얼굴을 내밀 때면 '호강이다.'란 소리가 절로 나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막상 나도 싼 가격에 펫모차를 하나 구입했는 데 사용하고 보니 유모차와 펫모차는 외관이 아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양 옆이 트여 있으면 유모차다. 반대로 턱이 높은 바구니처럼 생겼으면 펫모차다. 


사람의 아이가 쓰는 유모차는 신체의 자유를 많이 보장해 준다. 안전벨트만 맨다면 팔다리는 외부에 노출되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또 그늘을 가리는 정도의 지붕이지 얼굴을 아예 덮도록 되어 있지 않다.


펫모차는 내부와 외부를 차단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리고 펫모차를 이동의 관점에서 보면 '걷는 개가 펫모차가 왜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펫모차의 용도에는 개를 완전히 외부와 차단시키는 목적도 크다.


내부에 묶어놓고 뚜껑을 닫아놓으면 내부에서도 외부를 볼 수 없지만, 외부에서 안도 볼 수 없다. 

그러니까 펫을 격리시키는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개를 키우면서 개와 함께 갈 때는 '반려동물 동반'을 꼭 체크하게 되는데 때로는 동반 조건 중에 하나가 '케이지에 넣어서 완전히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있다. 그럴 때 선택을 해야 한다. 케이지를 사용하던가, 펫모차에 넣어 닫아놓던가.


이쯤 설명하면 눈치챘으리라.


펫모차는 이동과 격리의 양쪽 역할을 수행하는 장비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산책을 할 때 노견이 되어 걷지 못하는 개가 아니라면 펫모차를 쓸 일이 없다. 그러나 부득이하게 개를 데리고 가야 하는데 반려동물 동반 조건이 보이지 않게 캐리어에 넣는 경우라면, 혹은 잠시 밖에 둘 경우 유용하다는 것이다.


당연히 개를 데리고는 갈 수 있는 곳에 제약이 있다. 그걸 감수하고 키워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나는 개를 키우면서 개와 인간이 공존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펫모차가 개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개를 키우는 인간을 조금 더 편리하게 해주는 이유가 크다.


펫모차를 보고 하는  이야기를 사람의 아이에게 똑같이 적용해 보자.


"걸을 수 있는 아이에게 유모차가 왜 필요한가? 자기 발로 걷게 해서 건강하게 키워야 하는 거 아닌가?"


정말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아이를 6살까지 유모차를 사용했던 나로서는 아이가 잘 걷는 편이었지만 유모차를 쓴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아이가 낮잠을 잘 때 유용했다는 것, 또 짐이 많을 때 유모차에 걸고 다니면 내가 덜 힘들었다는 것. 


아이가 커서 더 이상 유모차를 쓰지 않을 때 짐을 많이 들고, 아이가 힘들다고 칭얼거릴 때는 유모차가 그립기도 했다.


이렇게 보면 유모차도 부모를 위한 것이지 아이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마 아이를 키운 경험 때문이었을 것이다. 펫모차가 유용할 때가 있다고 생각해서 각종 쿠폰과 할인을 끌어모아 5만 원에 샀고, 가끔 쓰지만 만족한다. 


세상은 늘 변화하고 발전한다. 과거에는 사람의 아이를 키울 때, 유모차도 없었고 자가용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유모차와 자가용으로 아이들은 이동하고 있다. 크게 보면 인간은 어떤가. 증기기관차에서 고속열차, 비행기까지 이동 수단이 발전했다.


그런데 사람과 '반려'하고 있다는 동물이 동물이라는 이유로 원시적으로 살아야만 할까? 


사람들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만이 달라진 것이 아니다. 인간 그 자체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개들이 펫모차를 사달라고 말한 적은 없다.

그리고 펫모차가 필요한지 아닌지 논쟁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궁금한 것은 반려동물들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 진짜 '행복한' 삶인가이다. 



펫모차와 유모차의 차이-펫모차는 완전히 밀폐(?)할 수 있다면, 유모차는 오픈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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