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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도슨트 임리나 Feb 05. 2024

개가 쓰는 마일리지, 3천 마일

인생이 개판이 됐다11


아이와 함께 처음 비행기를 탔을 때가 아이가 7개월 때였다. 


비행기를 탈 때 가장 큰 걱정은 '아이가 울까 봐'였다.


아이가 생기기 전, 비행기를 타면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 '아이가 우는 소리'였다.


물론 이해한다. 아이라서 우는 것.


하지만 10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에서 10시간 넘도록 내내 우는 아이를 지척에 두고 비행을 한다는 건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였다. 그 기억 때문이라도 우리 아이가 비행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당시 2시간 남짓 일본에 가는 비행기였지만, 그래도 노심초사. 


비행기를 타기 전에 나처럼 아이를 데리고 기다리던 아이 엄마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 엄마는 우리 아이를 보더니


"잘 탈 것 같은데요. 안 울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렇지만 안심을 할 수는 없었다.



정말 다행히도 아이는 많이 보채지는 않았지만, 혼자 아이와 비행기를 탔던 나는 '베시넷'이라고 맨 앞자리에 아이를 놓을 수 있는 작은 요람(?) 같은 것을 거는 자리였는데 아이를 쭉 놔둘 수 있는 게 아니라 이륙하거나 착륙할 때 혹은 기류가 흔들릴 때는 그곳에서 꺼내어 안아야 하니 아이를 몇 번 안았다가 놓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마 그 기준이었을까.


강아지가 7개월이 되고 제주도 여행을 떠나기로 했고, 기내반입을 선택했다.


기내반입에 대한 조건은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았다.


기내반입 가능한 동물의 종류(개, 고양이. 새, 새가 반입이 된다는데 놀라웠다.), 사이즈, 가방의 크기 등등. 


우리 강아지는 가능했다. 예방접종도 진작에 5차까지 끝냈으니 걸릴 것은 하나도 없었다.



갈 때와 올 때가 다른 항공사였는데 조건은 같았지만, 직원과 연락하지 않고 홈페이지에서 원스톱으로 다 해결되는 곳과 꼭 직원과 통화를 해야 하는 항공사가 있었다.



더구나  강아지가 마일리지를 쓸 수 있었다.


3천 마일.


그냥 현금으로 내면 3만 원이라고 하는데 요즘처럼 마일리지가 유효기간이 있으니 쓸 수 있을 때 쓰자 싶어서 마일리지로 결제했다.



마일리지를 공유하고 쓸 수 있는 가족 마일리지 제도가 있다. 그런데 가족 마일리지를 하려면 다소 절차가 복잡하다. 가족마다 아이디를 만들어야 하고, 가족 증명을 보내야 하고 또 각자의 아이디에서 승인을 해야 한다.


그런데 강아지는 이런 복잡한 절차 없이 간단한 등록과 함께 마일리지를 쓸 수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강아지가 비행기 타는 것만으로도 '호강'이며 요즘 세상이 달라졌다고 하겠지만, 나는 비행기보다 마일리지를 쓸 수 있다는데 놀라웠다.



생각해 보면 마일리지가 공짜가 아니다.


내가 그동안 소비한 일부분이 돌아온 거라 생각하면 강아지가 마일리지를 쓴다는 건 그만큼 내가 강아지에게 마일리지를 쓰는데 저항감이 없어야 한다.



그렇다면 강아지와 3천 마일리지를 쓰고 다녀온 여행은 어땠는지 궁금할 텐데, 아주 만족스러웠다.


비행기 안에서 존재감 없이 조용히 탑승한 덕에 개가 짖을까 봐 걱정은 한시름 내려놨다.


참고로 공항 안에서도 목줄을 하고 걸어 다녀도 된다고 한다. 단, 배설물은 견주가 처리해야 한다. 깔끔히.



제주도에서 일정은 나, 아이, 강아지를 생각해서 나를 위한 미술관, 아이를 위한 놀이터, 강아지를 위한 펫카페 이런 식으로 구성했다.



나로서는 아이만이 아니라 개까지 혼자 데리고 가는 여행이었지만, 아이랑 둘이 갈 때보다 챙겨야 할 것은 많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반려동물이 가능한 숙소, 반려동물 출입이 가능한 카페, 펫 카페 등은 지금까지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그렇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군가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다르다. 그 누군가는 동물도 될 수 있다. 



갈 때는 정신없어 몰랐는데 오는 날, 김포공항에 내려서 보니 안내 표지에 '펫파크'란 표지가 있어서 따라가 보니 공항 바로 옆에 펫파크가 있었다.


비행하기 전, 비행에 지친 개들을 위한 장소라고 생각하니 반려동물 사업이 얼마나 큰지 실감했다.










3천 마일리지에 좌석이 아니라 케이지 속에서 비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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