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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도슨트 임리나 Feb 11. 2024

개털과 머리카락 사이


흔히 우리는 '개털 됐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개털의 의미는 두 가지 경우인데 하나는 '가진 게 없다'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고


여자의 경우는 자신의 머리카락이 상태가 좋지 않을 때 '개털 됐다'라고 한다.



이렇게 '개털'이 나쁜 의미로 쓰이게 된 이유는 개털이 다른 동물들의 털보다 효용가치가 없어서라고 한다.


양털은 캐시미어로 옷을 만들기도 하고 호랑이 털, 토끼털 등등 털의 쓰임이 많은 동물들이 있다.



나도 위의 생각에 동의했다. 


개털은 개털이라고.



강아지를 키우기 전까지 또 키우면서도 '애견미용'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그저 개를 조금 더 예쁘게 보이려는 인간의 욕심이라고.


그래서 나는 개 미용 따위는 안 한다고 생각하고 아이를 키울 때처럼 개털이 자라면 고무줄로 묶어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발바닥이나 생식기 쪽 등등 '위생 미용'이라고 필요하지만 분양한 샵에서 회원 등록으로 무료로 가능하니 위생 미용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야생에서 자라는 그 많은 동물들은 털을 그대로 놔두지 않는가. 



그렇게 세월이 흘러 7개월.


속절없이 자라는 개털을 보며 왜 사람들이 비싼 돈을 들여 애견미용을 하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건 동물이 아니라 인간 관점으로 보면 이해가 빨랐다.



사람의 머리카락도 그냥 자라게 놔둘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없다. 어떤 형태로든 자르고 다듬도 그렇게 살아간다.


그리고 미용실 비용을 아낀다고 집에서 처리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미용실에서 자른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더구나 털 때문인지 우리 강아지는 내가 처음 보았던 그 귀여운 강아지에서 무인도에 홀로 생활하는 로빈슨 크로소마냥 지저분한 아저씨가 되어 가고 있었다.



애견 미용을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일단 가격에 놀랐고 두 번째는 시간에 놀랐다. 


10만 원에 가까운 비용이 들거나(자칫하면 일 년에 몇 번 미용실에 가지 않는 나의 비용을 넘을 것 같았고) 2-3시간(사람도 힘든데)이 걸린다는 거였다.


이럴 때는 '네이버 검색'이 아니라 '인간 검색'이 빠르고 평점도 높다. 


동네 강아지를 키우는 엄마에게 물었더니 괜찮은 곳을 추천해 주길래 그곳을 예약했다.


애견 미용도 예약이 어렵다더니 다행히 다음 날 예약이 된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강아지도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에 머리카락을 싹 밀어야 머릿결이 좋아진다는 것처럼 배넷털을 민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아이를 키울 때도 머리카락을 밀어주지 않았다. 단순히 보기 싫다는 이유로.


(그래서 그런가 머릿결이 그리 좋은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이제 밀어버릴 수도 없으니 관리를 잘할 수밖에 ㅜ.ㅜ)


강아지도 마찬가지였다. 배냇털을 밀겠냐는 말에 나는 아니라고 했다.


미용실 원장님은 다행히 털이 이쁘니 목욕과 길이만 살짝 자르는 미용을 권했고 시간도 30분이면 된다고 했다.



30분 만에 강아지를 데리러 갔더니.


세상에나.


외모를 떠나 '털결'이 달라졌다.


강아지 털을 만져본 순간, 사람처럼 집에서 머리를 하는 것과 미용실에서 하는 차이를 바로 알았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있다.


개털도 마찬가지였다.


집에서 대충이 아니라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했다.



내가 '털결'을 감탄하는데 원장님이 하시는 말.


"한 달에 두 번씩 오세요."


라고 한다.


내가 이번에 쓴 비용이 3만 원인데 한 달에 두 번이면 6만 원, 일 년이면 72만 원.


아이와 내가 미용실에 쓰는 미용비용을 넘을 것 같다.



미용실을 나오는데 아이가 말한다.


"엄마, 나 이제 미용실 안 갈게."


아이는 자신의 미용 비용을 강아지에게 양보한다고 했다.



그날 밤, 나는 혹시나 싶어서 유튜브에서 강아지 미용을 검색하고 시청했다.


애견 미용 따위 안 하겠다고 생각하던 때와 7개월 후


미용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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