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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도슨트 임리나 Oct 24. 2024

콩매니저(1)

주문하신 커피와 천사가 나왔습니다

콩매지너는 OPEN 팻말을 돌려놓으려고 카페 문을 열었다가 그 앞에 서 있는 나은을 보고 놀랐다. 


 “어플로 택시를 부르고 있는데…”

콩매니저와 눈이 마주친 나은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콩매니저는 나은이 나가길래 차도 없이 어디를 가나 걱정은 했지만 버스 터미널로 걸어가려니 했다. 걷기에는 꽤 먼 거린데 하면서. 이 동네 사람들은 택시를 부를 일이 거의 없어서 택시라는 건 미리 일정이 잡히면 전 날 콜택시 회사로 전화를 해서 예약을 했다. 이런 사정을 알 리 없는 나은은 무작정 카페 앞에서 어플로 택시를 부르고 있는 중이었다. 


콩매니저는 나은은 그대로 둘 수 없었다. 나은이 카페에 들어설 때부터 영은과 너무 닮아서 영은이라고 부를 뻔했다. 


“오빠, 오빠 이름은 왜 일석이야?그래서 친구들이 돌맹이라고 놀리잖아.”

한 살 아래 동생 영은의 질문이었다. 


콩매니저는 자신의 이름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콩매니저와 영은이 있는 곳은 엄마가 여러 명이고 아이들은 더 많은 ‘꿈이 자라는 집’이었다. 보통 아이들은 이름 없는 그냥 집에서 살지만 그 아이들 집엔 이름이 있었다.


드라마에서 보면 이런 곳에 진짜 부모들이 데려다 주는 장면이 나올 때가 있다. 자신도 분명 그런 상황이 있었을텐데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보면 아주 어린 시절에 이곳에 오게 된 게 아닐까 추측할 뿐이었다.


보육원에서 사는 주제에 이름이 무슨 상관인가 싶었고, 버려진 아이에게 붙여진 이름으로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콩매니저는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에게  시니컬했다. 


그래서 영은이 묻기 전까지는 자신의 이름을 ‘이름따위’ 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나는 부모가 버린 아이고,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보육원 아이일 뿐이라고. 학교에서 혹은 보육원에서 아이들이 놀려도 별 반응을 하지 않았다. 분노도 자신에 대해 애정이 있어야 하니까.

영은의 질문 때문에 엄마(선생님)에게 자신의 이름이 왜 일석이냐고 물어봤다. 


‘하나의 돌이라니까 우수한 돌 아닐까?’

엄마는 금방 서류를 보고 와서는 알려주었다. 

하나의 돌, 콩매니저의 이름은 한자로도 아주 간단했다. 하나 일자에 돌 석자였다. 어떤 부모인지 이름도 참 성의없게 지었다고 생각했다. 뜻을 알아봤자 더 이상의 의미도 찾지 못했다. 

중학교 과학 시간이었다. 


“너네 아인슈타인이 무슨 뜻인지 알아? 독일어로 하나의 돌이야. 돌머리라고 놀리지마, 돌머리가 천재가 될 수도 있으니까.”


그 말에 친구들이 일제히 콩매니저, 일석을 쳐다봤다.

그 때 일석은 당황했다. 하찮은 의미라고 생각했던 이름이 자신이 존경하는 위인과 같다니. 초등학교 때부터 쭉 돌맹이라고 놀림을 받았는데 그 날 이후로 아무로 돌맹이라고 놀리지 않았다. 대신에 돌맹이 대신에 ‘아슈’라고 불리웠다. 그런데 ‘아슈’도 그리 기분 좋은 발음은 아니었기에 뜻을 알았다고 해도 뭐가 달라지랴 싶었다.

하지만, 그 날로 영은에게 자신의 이름의 뜻을 알려줬다. 


‘내 이름이 아인슈타인하고 같아. 아인슈타인하고.”

“어쩐지 오빠 과학대회에서 상 많이 받았잖아?”


콩매니저는 꿈이 자라는 집에서 늘 대표로 사진을 찍는 아이였다. 기부자들이 와서 기부물품을 놓고 사진을 찍을 때 원장님 옆에 서 있는 아이였고, 콩매니저의 각종 상장은 원장실에 전시되었고, 후원을 꼭 콩매니저로 하겠다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원장님이 난처해한 적도 있었다. 

콩매니저는 그게 썩 좋지는 않았다. 사회가 버려진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 그 안에서는 똑같이 부모가 없는 아이들인데 대우가 똑같지 않았고 오히려 더 성과주의였다.

콩매니저처럼 성과가 좋은 아이들은 특별대우를 받기도 했다. 각종 행사에 참여하고 원장님이 따로 부르는 일이 많아서 핸드폰도 1년 먼저 개통해주었다. 


입양을 하고 싶다는 사람도 몇몇 있었는데 부모가 나타나지만 않은 것이고 분명히 있으니 그건 불가능했다. 콩매니저는 부모에 대해 별 생각이 없다가 이런 얘기를 들으면 찾아오지 않는 건 좋은데 앞길을 막는 방해꾼으로 느껴져 어떻게 하면 자신이 먼저 부모와 인연을 끊을 수 있는지 찾아보기도 했다. 


보육원 아이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콩매니저를 통하면 원장님에게도 직접 건의할 수도 있으니 콩매니저 옆에는 늘 아이들이 붙어 있었다. 

그렇지만 콩매니저가 먼저 말을 걸고 챙기는 아이가 영은이었다. 콩매니저와 영은이 같은 날 보육원에 왔기 때문이다. 물론 그 때의 기억은 없다. 콩매니저가 어느 날 원장님 서류에서 입소 날짜가 같은 걸 발견한 후부터였다. 

어떤 이유로 둘이 같은 날 들어왔는지는 몰라도 그것만으로도 콩매니저는 영은과 가장 가깝다고 생각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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