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하신 커피와 천사가 나왔습니다
영은과 연락이 끊긴 것은 영은이가 보육원을 나간 후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보육원을 나가야 하지만 대학을 가면 보육원에 남아 있을 수 있었다. 콩매니저가 대학을 간 이유는 영은이 때문이기도 했다. 영은을 두고 혼자 떠날 수 없어서.
그런데 1년이 지나 상황이 역전되고 말았다. 영은은 대학을 안가겠다고 했고 먼저 보육원을 나갔다.
그리고 그 이후로 영은은 죽은 사람처럼 연락이 두절되었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납치가 되었다거나 아니면 돈 많은 남자를 만나나 신분을 세탁했다는 극과 극의 소문이 돌았다. 그렇지만 콩매니저는 그것보다 더 최악의 상태를 예상하고 있어서 늘 꿰매지 못한 상처가 피를 흘리고 있는 듯한 통증을 안고 살고 있었다.
나은이 처음 카페에 들어왔을 때 하마터면 ‘영은아!’라고 부를 뻔 했고, 심지어 이름 한 글자가 같았다. 다만 예진과의 대화를 들으니 어렸을 때 엄마 얘기를 꺼내는 것으로 보아 영은이 아닌 것은 확실했다.
그러나 나은이 문밖에서 떨고 있는 걸 보니, 영은이 마지막으로 보육원을 떠나던 날, 한참을 보육원 앞에서 서있던 그 때가 떠올라 당장 안으로 들어오라고 몸부터 녹이라고 했다.
콩매니저와 나은이 함께 몸을 뒤로 돌리는데 앞도로에서 달려오고 있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불빛이 두 사람의 등뒤를 비추고 있었다. 혹시 카페 손님인가 싶어 콩매니저가 몸을 뒤로 돌렸다.
이 시간에 이곳을 지나가는 차는 보통 동네 주민들 차인데 다가올수록 차의 외관이 여느 차와 달라 보였다.
그리고 그 차는 점점 속도를 줄이더니 카페 앞에 멈추었다.
콩매니저와 나은은 차문이 열릴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우리 카페에 올 손님이 아닐 거야.’
콩매니저는 그렇게 생각했다. 길을 물어보면 알려주려는 마음으로 잠시 서 있었다.
운전석이 열리더니 정장을 입은 남자가 내려서는 서둘러 뒷좌석 문을 열었다.
열린 문으로 부츠를 신은 다리 한쪽이 땅을 딛자 모피 자락이 펄럭였다. 나머지 부츠 한 쪽이 차에서 나왔을 때는 콩매니저와 나은은 입을 저절로 벌어졌다.
‘이 시간에? 이런 사람들이?’
차문을 열었던 남자는 이번에는 당연하다는 듯 카페문을 열었다. 그제야 손님이 맞다는 생각이 든 콩매니저는 남자와 함께 문을 밀었다.
부츠가 냉큼 안으로 들어섰고, 아까부터 상황 파악을 하려고 애쓰는 나은이 쫓아 들어왔다.
“ 여긴, 오늘의 커피만 있어요?”
이번에도 남자가 먼저 물었다.
그 옆에서 부츠가 뭐라고 중얼거렸는데 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수족같은 남자는 이젠 입도 되었는지 정확히 콩매니저에게 말했다.
“양재기 커피 있나요? 사모님이 양재기 커피를 드시고 싶으시다네요.”
“네. 있습니다.”
콩매니저는 양재기 커피라고 별 개 있나 싶었나 얼마 전에 믹스 커피도 팔지 않았던가. 믹스 커피를 좀 더 큰 컵에 내면 되겠지 싶었다.
남자가 카드를 내밀었다. 아무리 분위기에 압도당한다 해도 콩매니저는 원칙을 잊지 않았다.
“저희 카페는 후불제에요.”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