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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도슨트 임리나 Oct 24. 2024

카라멜 라떼(3)

주문하신 커피와 천사가 나왔습니다

“나은아. 너한테 고백할 게 있어.”


나은은 예진이가 ‘나은아’라고 부를 때부터 살짝 긴장했다. 굳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이름을 부른다는 건 그 뒤에 이어질 말이 무엇인가 저의가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나 결혼 해.”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싶었다. 결혼을 한다는 게 무슨 소리가 아니라 베프라면서 여행까지 같이 와서는 결혼한다는 얘기를 이렇게 심각하게 할 필요가 있는가 하고.

그 말에 예진의 왼손에 끼고 있는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아마 유심히 보지 않아서였는지 여행하면서 본 기억이 없었다. 다만 고등학교 때 처음 커플 반지를 끼었던 손가락이었다는 게 기억났다. 그 때는 함께 끼었지만 이제는 예진만 끼고 있다.


“축하해.”

나은은 억지로 축하의 말을 했다. 그저 이 자리에서 어울리는 말 한 마디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내 남편될 사람 궁금하지 않아?”

“누군데?”

“이…..성.재.”


언제나 당당하던 예진이 성을 말하고는 망설이고 이름을 말했다. 

나은은 너무 놀라 손에 들고 있는 컵을 놓칠 뻔했다.

고등학교 때 스타벅스를 아냐고 물었을 때, 대학교 때 후쿠오카를 아냐고 물었을 때, 직장인이 되어 오픈 런을 아냐고 물었을 때 다 모른다고 대답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성재는 나은이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흔한 말로 전남친.

나은은 자동차키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결정하자. 네가 가든 내가 가든. 우린 이제 같이 갈 수 없는 것 같아.”


이젠 더 이상 예진과 함께 다닐 일은 없을 것이라 결심했다. 진작에 고등학교 때부터 했어야 할 말이었다.


“너한테 결정권을 줄게. 네가 먼저 자동차를 타고 떠나. 그렇지 않으면 내가 혼자 자동차를 타고 떠날 거야.”

“나은아…..나는…..”

“결정해.”


나은은 이제 견디지 않기로 했다. 이런 관계는 견디는 게 아니었다. 

언제나 나은의 앞에서 나약한 목소리를 원하는 것을 얻어가던 예진은 이젠 원치 않는 이별을 받아들고 자동차 키를 가지고 떠났다. 

콩매니저는 나은에게 다가가 말했다.


“먼저 나간 손님이 계산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얼마면 되나요?”

나은은 호기롭게 물으며 스타벅스의 카라멜 라떼를 혼자서 10잔쯤 마신 기분의 금액을 결제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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